- 서평단 서평

산바람
- 작성일
- 2022.4.13
세계를 바꾼 명문장
- 글쓴이
- 서정희 저
매일경제신문사
세계를 바꾼 명문장
서정희
매경출판/2022.4.5.
sanbaram
<세계를 바꾼 명문장>은 경제학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화두로 삼아 시장경제와 정부 개입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 시장의 실패라고 공격받는 것들은 대부분 정책 실패의 소산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제 한국경제도 선진국 본격 진입을 앞둔 마당에 이에 대한 분명한 사회 통념, 신뢰, 공감대 같은 사회적 자본이 두터워져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책의 구성은 모두 4개의 주제 즉, 보이지 않는 손, 한계혁명과 경제학, 야성적 충동, 역사의 반복 선택할 자유 등으로 나누어 엮었다. 각 주제별로 주요한 사상이나 용어를 ‘영어 원문→ 번역문→ 해설→ 영어 원문→ 필사 연습’의 순서로 읽고 감상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배열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해설에서는 각 용어나 이론의 배경과 기술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 서정희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나왔고 미국 미주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매일경제신문에 입사해 경제부처를 출입하였다. 2009년부터 13년간 서울대 경제학부에서 객원교수를 했다. 저서로는 <나는 분노한다>, <브런치 경제학> 등이 있다.
“<국가론>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플라톤이 60세 쯤에(기원전 370년경) 쓴 대표작인데, 소크라테스가 말하고 플라톤 등이 응답하는 형식이다. 여기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인간 공동체(국가) 형성의 단초를 분업의 필요성에서 찾는다. 그리고 분업이라는 것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가는 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씩 풀어간다.(p.26)” 플라톤이 분업 다음으로 꼽은 인간 공동체의 특징은 전문화다. 공동체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구성원마다 담당하게 되는 일이 좀 더 세분화되고 전문화 된다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화폐를 교환의 매개체라고 규정한 뒤, 화폐는 교환을 위한 매개체일 뿐 교환의 대상물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래서 대부업처럼 이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금전 대출은 교환의 잘못된 형태로 간주했다.(p.44)” 이자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 것은 대항해시대 모험적 사업가들이 등장하고 자본주의 기업들이 싹트기 시작하면서다. 이때부터 이자는 기업 이윤의 일부로 이해되기 시작했고, 그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구약성경>의 신명기 23장 20-21절 내용은 이자 수취를 죄악시하되, 이방인에게는 이자를 받고 꾸어주어도 된다고 밝히고 있다. 오늘날 유대인들이 금융을 장악하게 된 진짜 이유가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p.54)”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샤일록과 안토니오가 나누는 대화를 이런 배경지식과 함께 읽어보면 더욱 흥미롭다. 샤일록은 야곱이 꾀를 내어 아저씨 라반의 양을 모두 차지한 것도 모두 하나의 비즈니스이며, 도둑질만 아니면 그 비즈니스 이윤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샤일록은 간교한 말투로 안토니오에게 친구로서 돈을 빌려주겠다며 제로 퍼센트의 금융을 제안한다. 대신 돈을 제때에 못 갚을 경우 자신이 원하는 부위의 살 1파운드를 안토니오에게서 베어내겠다며 공증을 요구하기에 이른다.
“슘페터는 기본적으로 경제성장이 없는 경제에서 이자는 제로라고 전제한 뒤, 이자는 기업가의 이윤에서 나온다고 강조한다. 고대나 중세처럼 경제성장이 제로에 가까운 시대에 이자의 긍정적 기능을 부여하기 어려운 이유를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원리이다.(p.70)” 슘페터에게 자본주의의 성공은 이런 것이다. 기업가의 혁신으로 이윤이 발생하고 이것이 이자로 나누어지거나 임금을 올리게 만든다면 시장경제는 성장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선순환의 사이클인 셈이다. 슘페터가 이자를 두고 발전의 산물이자 위대한 사회적 현상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은 이유다.
“<도덕감정론>에서 서너번 나왔던 이 용어가 정작 <국부론>에선 단 한 번 등장할 뿐이다. 그것도 살짝 스쳐 지나가듯이. 사실 ‘보이지 않는 손’ 용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스미스가 말년에 저술한 <천문학사(원제는 철학적 주제들에 관한 소고)>논문이다. 이 책은 뉴턴의 물리학을 모방한 것인데, 결국 스미스의 자연질서는 뉴턴의 물리학을 경제에 비유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p.85)” <도덕감정론>에 등장한 보이지 않는 손이 개인 소비자들 사이의 물자 배분에 관한 시장의 원리를 설명한 것이었다면 <국부론>에 나오는 보이지 않는 손은 그 반대다. 생산자들의 개별 비즈니스 활동이 사회 전체의 물자 공급과 어떻게 서로 맞아떨어지게 되는지 설명하는 과정에 등장한다. 개별생산자들은 사업가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력할 뿐이지만 그 결과는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전체 공공의 이익이라는 조화로운 목표를 달성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딱 한 가지를 들었다. 소비자든 생산자든 경제 주체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상주의에 반대한 그의 기본적 자유방임주의 철학이다.(p.90)”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무제한적인 자유방임과 결코 동의어가 아니다. 어쩌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이 가진 진정한 의의는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허용)할 것이냐를 처음으로 고민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애덤 스미스 철학의 핵심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존중하되 사회 전체에 손해를 가져올 일부 경우에 국한해 그 자유를 제한적으로 제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신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경우는 자유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야만 이기심에 기초한 인간 본성의 행동들이 잘 발현되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공공에게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주게 된다는 뜻이다.
“경제학에 등장하는 가치의 두 가지 개념, 즉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를 아리스토텔레스가 처음으로 구분해서 사용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p.122)” 아리스토텔레스가 예로 든 사례는 신발. 신발의 사용가치는 사람이 신고 다니는 도구라는 점이고, 교환가치는 이 신발을 팔아 다른 물품과 거래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점이다. “리카도가 자신의 책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룬 주제는 노동자, 자본가, 지주에게 소득이 어떻게 나뉘어 배분되느냐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지대론이 나오는데, 후대 다방면의 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훗날 제기되는 한계의 법칙과 수확체감 같은 개념들도 이 지대론에서 직접적으로 뿌리를 둔 아이디어들이다.(p.132)” 리카도 이론 가운데 지대론보다 더 유명한 이론이 하나 있다. 무역 이론에 나오는 비교우위 개념이다. 현대 경제학 교과서에도 내용이 거의 그대로 실려 있을 정도로 리카도의 비교우위 이론은 기본 개념이 탄탄하다.
“신고전파의 한계, 효용 같은 개념에 이어 마셜은 현대 경제학에 균형이라는 또 다른 핵심개념을 도입하고 정립한다. 그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서로 일치할 때 이를 균형이라고 불렀고, 이 때의 수량과 가격을 균형 수량, 균형 가격이라고 지칭했다.(p.160)”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을 하나의 그래프에 그리면 두 개의 곡선이 마치 X자처럼 교차하게 되는데, 이를 경제학에서는 흔히 마셜의 가위라고 부른다. 경쟁을 이겨낸 승자 또한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게 자연의 섭리이자 경쟁의 원리라는 점을 마셜은 일깨우고 있다. 세월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신진대사와 끝없는 경쟁은 결국 새로운 강자를 만들어내며 자연과 사회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마셜의 철학일 것이다.
“고전파나 신고전파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대변되는 인간의 합리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강하게 믿는 반면 케인스는 우리 경제가 내포한 불안정하고 일관성 없는 요소들과 그런 모호성이나 불확실성에 대한 사람들의 독특한 대응에 처음으로 주목했다.(p.182)” 1930년대 대공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바로 이런 비관과 낙담, 낙관을 인간 의지의 속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제시한 용어가 ‘야성적 충동’이다. 케인즈 경제학은 야성적 충동과 시장의 불안정성을 전제하므로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정당화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 노동자의 임금 하락과 실업 증가가 동시에 일어나고, 결국 심각한 과소비와 과잉 저축이 현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게 맬서스의 공황론이다. (p.203)” 맬서스가 원래 주장한 결론은 무엇일까. 인류는 생존할 것이나, 수요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 공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공황론 이었다. 경제학에서 공황론의 효시로 통한다. 맬서스가 원래 주장한 결론은 무엇일까. 인류는 생존할 것이나, 수요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경제 공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공황론 이었다. 경제학에서 공황론의 효시로 통한다.
“케인스는 신고전파가 해결하지 못한 현실 경제의 불안정성과 불균형성의 문제를 유효수요와 유동성 선호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해결하고자 시도했다.(p.212)” 생산과 고용의 결정 요인으로 케인스가 수요 대신 유효수요 개념을 새로이 도입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 그가 유효수요의 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책에서 사례로 든 내용은 흥미롭다. 폐광을 덮었다 다시 파내는 부질없어 보이는 일인데, 어차피 사람의 노동과 자본이 들어가야 하니 유효수요를 창출한 것임이 분명하다. 보도블록을 들어내고 다시 까는 현대식 지방정부 예산사업과 흡사하다.
“시장기능의 보완을 위해 공기, 물, 음식물 등 안전이 필수적인 곳에는 정부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p.237)” 프리드먼의 생각은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 전체의 작동을 원활하게 도울지언정 이기심에 가득찬 탐욕스러운 장사꾼이 소비자에게 엉터리 물건을 바가지를 씌워 파는 것까지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프리드먼은 그 개입이 자칫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드먼은 기업이 게임의 룰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전제했다. 다만 시장에서 사기와 기만이 일어나지 않고 정당한 게임의 율이 지켜진다면 경쟁은 최대한 개방되고 자유롭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2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