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 리뷰

삶의미소
- 작성일
- 2022.4.21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글쓴이
- 메리 앤 셰퍼 외 1명
이덴슬리벨(EAT&SLEEPWELL)
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매번 새롭게 알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들은 끝이 없고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극악무도한 잔인함도 깊이를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사랑으로 이겨낸 사람들이 있음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고 가슴에 새긴다. 이번에 문학살롱 4월의 책으로 선정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또한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의 선함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그리고 책으로 우리의 삶이 풍요롭게 변화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를 시대적 배경으로 줄리엣 애슈턴과 지인들이 주고받은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줄리엣이 전쟁 당시 암울한 상황을 웃음과 위트로 담아냈던 칼럼을 책으로 출판하면서 인기를 얻고 강연회를 다니며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기 시작한다. 줄리엣이 소장했던 찰스 램의 <엘리아 수필 선집>이 우연히 건지섬에 사는 도시 애덤스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찰스 램의 다른 책을 구한다는 그의 편지를 받는 것을 기점으로 이야기는 건지섬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매력적인 모임으로 확장된다. 독일군에 점령당했던 건지섬에서 모든 게 통제되었기에 몰래 키운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를 먹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독일군 몰래 돼지구이 파티를 하고 통금시간을 어기고 집으로 돌아가다 발각되는데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문학회 모임을 하느라 늦어졌다고 임기응변으로 대응한다. 이것을 계기로 북클럽이 급조되고 밀가루 대신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를 준비하면서 이 북클럽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되었다. 줄리엣은 북클럽 멤버들에게 전쟁 당시의 상황들을 전해 들으며 멤버 하나하나와 우정을 쌓으며 다음 책으로 건지섬의 이야기를 담기로 한다. 자신이 직접 건지섬으로 직접 가 그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이 북클럽을 만들었던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들이 경험한 내면의 변화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낸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이 이들에게 남긴 고귀한 희생, 봉사, 헌신, 사랑은 큰 발자국을 남긴다.
우리 문학회 이름에 '감자껍질파이'가 들어간 건 윌 시스비 때문이에요. 그는 먹을 게 없는 모임에는 결코 가지 않아요. 독일군이 오라고 해도 거절할걸요! 그래서 우리 모임에 다과가 추가되었지요 당시 건지섬에는 버터와 밀가루가 부족하고 설탕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윌이 감자껍질파이를 만들었어요. (p.82)
어쨌든 책이 제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고 싶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까도 밝혔듯이 저에게 책은 단 한 권입니다. 세네카 말입니다. 그를 아십니까? 가상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여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를 설파한 로마 시대의 철학자입니다. 역시 지루할 것 같지요? 하지만 그의 편지는 결코 지루하지 않습니다. 재기 발랄하지요. 글을 읽으며 웃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p.139)
자신의 영혼을 그 자체의 기별 이 아닌 풍문으로 알다니요. 저에게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를 설교자에게 들어서 알아 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자신에게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오직 자신의 힘으로 믿을 수 있다 면, 그렇다면 자기 영혼의 기별도 자신의 힘으로 들을 수 있겠지요. (p.157)
수용소에서도 엘리자베스가 얼마나 강인했는지를 글로나마 전해드리려 합니다. 그녀는 단순히 강인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잠시나마 우리가 어디 있는지를 잊게 해주는 신통한 능력이 있었지요. 엘리자베스는 제 친구였으며, 그곳에서는 오직 우정이 우리를 인간이게 해주는 전부였습니다. (p.272)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이야기가 바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지 않을까? 책이 선사는 마법과 같은 치유와 사랑 그리고 연대의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편지 하나하나가 개별의 에피소드였고 이 에피소드들이 모여 가슴 뭉클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완성된다. 줄리엣이라는 순종적이지 않은 당찬 여성 캐릭터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각자의 개성이 잘 살아나 빛을 발휘했다. 이기적이고 편협한 인물들의 등장 또한 서로를 위하는 이타적인 인물들의 연대의식을 더 부각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특히 엘리자베스라는 인물을 통해 사랑이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데 오로지 타인의 이야기로만 전달되는 방식 또한 신선했다. 결국 엘리자베스를 만날 수 없었지만, 그녀의 고결한 인품에 매료당했고 더욱 그녀를 기리는 마음은 더 커졌다. 이 책이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번에 직접 경험할 수 있었던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여겨진다.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긍정적인 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멤버일 것이다.
출처 : https://youtu.be/XO44JoMvw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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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