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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초
- 작성일
- 2022.5.3
친절한 행동
- 글쓴이
- 재클린 우드슨 글/E.B. 루이스 그림/김선희 역
북극곰
꽤 오랜 시간 동안 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볼 때마다 자꾸만 마음이 흔들렸다.
-우리는 왜 그랬을까?-
이 한 마디 말을 두고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여러 기억들이 떠도는 가운데 유독 마음에 걸리는 한 아이가 있다.
또래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키와 외모,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여 보건 상태가 불량하였다. 첫인상이었다. 학급 아이들과도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 당시에 담임으로써 많이 안타까웠지만 교실 밖의 문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나는 과연 최선을 다했을까?'
-가혹한 아름다움 그리고 잃어버린 기회의 이야기-
어쩐지 그때의 일이 설핏 떠오르는 문구였고, 그래서 그런지 그림책이 더 무겁게 다가왔다.
섬세한 일러스트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처럼 아름다운 수채화가 맘을 툭 건드린다. 특히 시선이다.
나는 인물들의 시선을 쫓아가 보았다.
많은 감정들이 올라왔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새 학교의 교장 선생님과 전학생 마야의 시선
*마야의 시선을 대놓고 피하는 화자 '나'의 시선
*마야의 등 뒤에 꽂히는 급우들의 폭력적인 시선
*친절한 행동에 대한 성찰의 시선
*잃어버린 기회에 대한 가혹한 반성의 시선
예전 학교에서 여름방학 연수 프로그램 일환으로 미국의 한 초등교사를 초빙한 적이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그때 본인의 실제 수업 사례를 보여 준다며 강낭콩 씨앗 하나씩을 종이컵 화분에다 일일이 심어서 따뜻한 손과 함께 건네주었다.
그림책 속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친절에 대해 얘기하자며 작은 돌멩이를 가지고 와서 그릇에 담긴 물 위에 떨어뜨리는 것처럼...
-"친절이란 이런 거란다. 작은 친절이 물결처럼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가지."-
그리고나서 아이들에게 돌멩이를 물에 떨어뜨리고 자신이 했던 친절한 행동을 이야기해 보자고 한다.
그때의 기억과 함께 미국 초등학교의 교실 속 풍경이 새삼 친밀하게 다가왔다.
-"작은 친절이 조금씩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단다."-
수업 시간에는 친절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던 아이의 태도가 이제는 분명해졌다.
마야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게 된 것이다.
-오늘은 마야가 학교에 와서 나를 보고 미소지었으면 하고 바랐어요. 그럼 나도 마야를 보고 꼭 환하게 웃어 줄 거예요.-
그림책 속 이 아이도 나처럼 언제까지나 마음의 짐을 지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마야에게 친절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말았어요.-
마야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잃어버린 기회는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 내 주변에서 친절한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
내가 보여준 친절한 행동이 파문처럼 퍼져 온 세상에 온기를 전할 수 있다니 참으로 아름답다.
슬픔으로 가득하던 일러스트에 맑은 바람이 일렁인다.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림책을 덮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보고 자유롭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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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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