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그리고 이야기

human555
- 작성일
- 2022.5.13
우리는 피를 나눈 타인입니다
- 글쓴이
- 손정연 저
팜파스
나는 나의 일을 하고, 너는 너의 일을 한다.
나는 너의 기대에 맞춰 살려고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너도 나를 위해 살려고 이 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다.
p.6 프리츠 펄스, [게슈탈트 기도문] 중에서
실제 나이 듦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생물학적 노화를 비롯한 많은 상실의 경험을 동반하므로 우울, 불안, 분노 등의 정서를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절망할 일만은 아니다.
이것은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할 수 있는 것의 차이다.
자신의 통제 영역 밖의 것에 초점을 맞추면 누구라도 우울해진다. 많은 전문가가 생물학적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늦출 수는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의 시작으로 '자기 나이에 적응'하기를 제안한다. '나이'를 인식함은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왔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에 대해 긍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면 노화나 노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거다. 핵심은 가치 있는 일에 활동하라는 것이다.
pp.19~23
자칫 상대가 원하는 대로 문제없이 행동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문제 삼아 원망과 분노를 쏟아낼 수도 있다. 그러니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애매하게 표현되어 헷갈리게 하는 상대의 메시지에 핵심을 찾아 명확하게 돌려주는 것이다.
"안 와도 돼. 너 바쁘잖아."
"지금이라도 제가 가는 게 좋으시죠? 어머니 혼자 계시면 외롭잖아요."
자녀를 곤란하게 할까 봐 표현하지 못했던 노부모의 애매한 메시지는 오히려 자녀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라는 답답함을 증가시킨다.
pp.45~46
내가 하고 싶진 않지만 해야만 할 것 같은 일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그것을 하지 않았을 때 스스로 느끼게 될 죄책감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자유와 죄책감 중에서 무엇이 조금이라도 나의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구분하여 알아차리도록 해야 한다.
하나를 선택했다면 이제 회피하지 말고, 기꺼이 경험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비난과 분노, 슬픔의 감정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괴롭히겠지만 그 감정을 견디고 책임져 보는 거다.
pp.93~94
당연한 역할은 없다.
p.117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공감력이 높다는 점이다. 이들은 타인의 어려움에 강한 연민을 느끼는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가스라이터가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비합리적일 수도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용기는 내지 못한다. '연민, 두려움, 죄의식, 수치심'의 감정이 만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스라이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첫째, 자신이 느끼는 연민, 두려움, 수치심의 감정이 오롯이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인지를 냉정하게 분리하고 그 감정들과 연결된 생각을 점검해야 한다.
둘째, 어쩌면 뻔한 답일 수도 있지만 나의 감정과 욕구를 존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갈등이 만들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pp.160~162
손정연, <우리는 피를 나눈 타인입니다> 中
+) 이 책은 노년기의 심리적 혼란에 대해 설명하고, 자녀도 부양해야 하고 노부모도 부양해야 하는 중간 세대의 고민을 담고 있다. 노년기를 잘 보내려면 스스로 나이 들어가는 것을 수용하고, 활력적인 삶을 찾고자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 책에서는 노년기를 제2의 사춘기로 언급하며, 우리가 사춘기 아이들을 돌보듯 조심스럽게 노부모의 모습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년기의 부모들은 자기 안에 두 가지 목소리를 갖고 있다고 한다. 노부모들은 괜찮다는 표면적인 말과 다르게 자기도 모르게 서운함과 섭섭함의 목소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의 섬세한 감성처럼 노년기의 부모도 예민한 감성을 갖고 있기에, 자녀들이 그 양면적인 목소리를 잘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관계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중요한 것은 자녀도 부모도 상호보완적인 관계이니 서로 먼저 배려하는 것이 엉킨 관계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되는 것 같다.
아무리 부모 자식 사이라도 일방적이고 당연한 역할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피를 나눈 타인이기에, 상대가 나인 듯 당연하게 요구할 수 없다. 부모 혹은 자녀의 희생과 헌신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상대에게 당연한 듯이 그 대가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했다.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할 수 있는만큼만 하면 된다. 어쩌면 누군가는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에 얽매여 자신을 끝없이 희생하다보면 이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부모도 편하고, 자식도 편한 것. 둘 다 가능하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누군가가 조금은 양보하는 것이 옳다.
이 책을 읽으며 노년기의 부모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심지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의 화법까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에게 타인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따뜻한 타인으로 남으며, 심리적 독립을 선언하는 등의 자세가 노부모에게도, 우리 자신에게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이런 저자의 조언에 깊이 공감한다.
* 이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것입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읽고 제 생각을 기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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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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