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단 출판사 리뷰(2022년)

달밤텔러
- 작성일
- 2022.5.18
네메시스
- 글쓴이
- 김재희 외 3명
북오션
산후우울증에 대한 여성작가 4인의 엔솔러지
한수옥, 박소해, 한새마, 김재희의 <네메시스>를 읽고
아이를 죽이고 싶을만큼 괴로움과 고통
-산후우울증에 대한 여성작가 4인의 엔솔러지 소설집-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아이는 과연 축복인가? 나 또한 두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산후우울증이 무엇인지, 그 고통과 괴로움이 무엇인지 잘 안다. 다니던 직장을 잠시 출산과 육아로 휴직을 하고 첫째를 키우고, 둘째를 키웠다.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지내며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것은 말이 쉽지 그 일이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면 아마 미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육아에는 쉬는 시간이 없다. 그래도 직장에서는 잠시 직장 동료들과 수다도 떨고 커피 마실 시간도 있는 데 말이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여성은 엄마가 되지만, 그 과정 속에서는 여성으로서의 자아 상실감도 포함되는 것 같다. 어쩌면 영혼까지 파괴되고 육아가 영혼까지 잠식하는 건지도 모른다. 나 또한 심하지는 않지만 산후우울증이 왔다. 그리고 그 우울증 극복의 방법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부터 나에겐 책은 나의 육아 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산후우울증, 아마 그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산후우울증으로 고통의 나날들을 겪고 있다. 엄마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고통과 형벌이다. 때론 그 결과가 자살로도 이어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이 산후우울증으로 고통받지만, 그에 대한 처방이나 해결책은 없다. 그저 우울증약만 복용할 뿐이다. 왜 남편들은 자신들의 아내가 왜 우울해하고 고통받는지에 대해서 잘 이해를 못한다. 그저 방치되고 여성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여겨지니 너무나 안타깝다.
이 책 『네메시스』는 산후우울증을 소재로 한 엔솔러지 소설집이다. 여성작가 4인의 각자 출산과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 각자의 개성에 맞게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그녀들 스스로가 엄마이고 육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들에 공감할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는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분명 아이의 탄생은 축복이고 정말 천사같이 예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면 자주 그 축복과 증오 사이를 경험하게 된다. 새근새근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천사같이 예쁘고 어떻게 이렇게 이쁜 아이가 나한테 왔을까 행복감에 젖는다. 하지만, 악을 쓰며 자지러지게 울어대고 잠투정 부리면 아이는 어느새 엄마에게 악마같은 존재가 된다. 아마 아이를 낳고 기르는 엄마라면 크든, 작든 산후우울증을 경험했을 것이다. 어쩌면 산후우울증은 출산의 기쁨 뒤에 오는 후유증일지도 모른다. 개미지옥같은 육아에 따른 스트레스는 누군가에는 우울증으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부싸움, 가정불화를 거친 이혼으로, 심지어는 삶의 의지를 포기하는 자살로 이어진다.
그래서 한수옥 작가의 『과부하』에서 산후우울증으로 자살 위험에 빠진 지훈의 엄마 윤지를 보면서 산후우울증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인 승연의 이야기와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윤지의 이야기가 대비가 된다. 그녀들에게는 아이들의 아빠인 남편들은 육아를 전혀 도와주지 않은 채 술에 취해 귀가하거나 자신의 자유 시간만을 즐긴다. 특히 워킹맘인 승연이 나와 같은 상황이라서 더욱 공감이 갔다. 아침마다 아이를 깨우며 아이들 챙기랴, 직장 나가서 일하랴, 가족 행사에 참여하랴, 정말 자신의 시간은 단 한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과부하'에 걸릴 지경이다. 그러나 남편들은 그런 아내들에 비해 너무나 여유롭다. 마치 육아는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이렇게 남편들이 육아를 전혀 도와주지 않고 나몰라라하면 윤지와 같이 심한 산후우울증에 빠져서 극단적인 선택도 생각하게 될지 모른다. 왜 자신이 낳은 아이가 예쁘지 않으랴. 그러나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한 인간의 자존감까지 빼앗아간다면, 윤지와 같은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제게서 떨어지지 않는 딸이 제 피를 빨아 먹는 거머리 같았다. 제 목숨을 갉아 먹는 병균 같았다. 진저리치게 아이가 싫었다. 아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었다.'
-p. 30-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엄마는 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행복을 포기한 채 아이를 위해 희셍해야만 했었다. 오직 '엄마'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엄마 혼자서 낳고 키우는 것에 아니다.독박육아는 분명 윤지의 경우처럼 한계상황에 다다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 것이다. 아이의 아빠, 할머니 등 가족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산후우울증은 여성 혼자만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식을 키운다는 건 제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가 도와주지 않은다면 엄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아프거나 문제가 생기먄 다 접어야 한다는 것을.
이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살아가는 건 그런 거라는 것을.
-p. 38-
박소해 작가의 『네메시스』는 미스터리 소설에 가깝다. 산후우울증을 간접적인 소재로 선택했지만 오히려 네메시스, 그리스 신화 속 복수의 여신의 의미를 담아 복수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2년 전에 딸을 버린 엄마와 32년 후에 친엄마를 만난 딸, 모녀가 만난 계기는 산후우울증이었다. 처음에는 엄마와 딸이 만나서 못다한 모정의 정을 나누는 이야기로 가면서 육아에 무심하고 무책임한 딸의 남편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이 일어나 결국 그 복수의 대상은 남편이 아니었다. 그러면 과연 딸은 누구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확인하길 바란다.
한새마 작가의 『Mother Murder Shock』도 미스터리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그리고 이야기의 첫 부분이 이렇게 시작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다. 과연 누가 5개월 된 아들을 죽인 것일까.
‘나는 살인자다.
5개월 된 아들을 죽였다.
그래서 지금 자살하는 중이다.’
-p.160-
아기가 죽고 엄마는 자살하는 상황인데 어딘지 좀 이상하다. 엄마는 왜 5개월 된 아들을 죽였으며, 왜 자신은 자살하려고 하는지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차 안은 점점 저수지의 물이 차오르고 그녀는 익사당할 위험에 처한다. 이 책 속에는 3가지 관점의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각각 엄마의 시점, 베이비시터의 시점, 시어머니의 시점으로 된 3가지 이야기가 존재하며 그 이야기의 끝은 '아이의 죽음'이다. 처음에는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엄마가 자신의 아들인 노아를 죽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 또한 후반부에 충격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과연 노아는 죽은 것일까. 아니면 노아는 살아있는 것일까.
먼저, 사랑하는 남편이자 노아의 아빠 ‘은오’, 손자 사랑이 끔찍한 시어머니 ‘정인’ 그리고, 혜서가 운영하던 요가센터의 수강생이었던 베이비시터 ‘이나’이들 중 이 일을 꾸밀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과연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김재희 작가는 『한밤의 아기 울음소리』에서는 산후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엄마 해주와 그녀를 도와주러 나온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사인 성민, 여성청소년과 형사인 아정이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어느 날 소개팅 앱에서 만난 여자에게 모텔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범죄 피해 신고를 받게 된 아정은 그 사건을 추리하고 범인이 누구인지 찾기 시작한다. 한편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걸린 해주는 아이가 밤마다 울어대도 아이를 달랠 힘조차 없는 너무나 무기력하고 외로움에 떨고 있다. 그래서 해주는 자신이 필요할 때 기꺼이 챙겨주고 돌보아주는 마음씨 착한 성민애게 특별한 감정까지 품게 된다. 자신에게 친절하고 기꺼이 도와준 성민을 통해 엄마 혜주는 아이 아빠를 만들고 싶은 열망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지나친 집착은 폭력을 불러오게 된다. 급기야 엄마 해주는 딸 다연이를 베란다에서 떨어뜨리려 한다. 형사 아정의 간곡한 부착과 아정의 친정 어머니를 용서하는 과정을 통해 결국 형사 아정과 사회복지사인 성민은 아이와 엄마를 모두 구하게 된다. 엄마 해주는 너무나 힘들고 외로워서 잠시 기대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엄마 해주의 괴롭고 고통스러운 육아 현실을 알게 된 그들은 기꺼이 그녀를 돕고자 한다.
"다 잘될 겁니다. 우리가 다같이 도와드릴께요. 혼자서 떠안지 마십시오. 이해주님."
-p. 263-
결국 죽을만큼 괴롭고 고통스러운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가족들, 지차체 기관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축복이고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행복에 빠져 지내기 위해서는 엄마 스스로 가족과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잠시 '엄마'의 직무를 내려놓고 '직무유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이여! 그대들은 진정 위대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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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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