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중심예란
  1.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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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그림을 닮은 와인 이야기
글쓴이
정희태 저
동양북스(동양books)
평균
별점9.9 (30)
세상의중심예란



 



 



- 미술관에서 명화를 보고 떠올린 와인 맛보기



 



 



대체 와인과 미술에 무슨 접점이 있다는 걸까? 연관성이라곤 1도 찾아보기 힘든 주제지만 갤러리에 걸린 그림도, 몇 천 만원을 호가하는 와인에 대해서도 모르기는 매한가지다. 그래서 이참에 최소한의 지식을 채워넣자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다면, 대체 와인과 미술은 어떤 점이 닮았을까? 다양한 색채와 도구를 통해 미술 작품이 탄생하듯, 포도의 품종과 테루아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와인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면서 '샹볼 뮈지니'라는 와인이 떠올랐고, 그림에서 전해지는 이미지와 장소가 겹치면서 저자 자신이 모네가 된듯 와인과 작품을 음미하며 감동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림과 와인을 연결짓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와인의 품종에 따라 연상되는 다양한 작품들, 와인을 만드는 기술이 있듯 미술 또한 비슷한 기법을 취하고 있음을 소개한다. 와인과 관련된 역사, 포도 품종, 양조 방법, 와인을 마시는 방법, 와인 색의 변화, 블렌딩(아상블라주), 와인병과 와인잔, 음식과의 궁합(마리아주), 디캔팅, 당분 함량에 따라 다른 명칭(도자주), 데고르주망 등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은 물론 그림을 보는 방법과 와인을 즐기는 방법까지 흥미진진하다. 미술 작품과 화가의 이야기도 와인 이야기오 함께 절반을 할애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발견한 미술 작품과 와인의 닮은 점은, 둘다 상당히 섬세하고 정성이 듬뿍 담긴 작업이란 점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예술의 길을 모색한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가 인상파라는 예술 사조의 시작을 알렸듯, 프랑스 와인 업계가 세계 최고라는 인식을 처음으로 깬 사건이 있었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들을 프랑스에 선보인 이벤트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샤토 몬텔레나'와 '스택스 립 와인 셀라'였다. 일명 '파리의 심판'으로, 미국 와인을 세계 중심에 설 수 있게 만든 큰 사건이었다. 19세기 말 유럽의 포도밭을 황폐하기 만든 필록세라(포도나무 뿌리에 기생하면서 영양분을 빼앗아 포도나무가 말라죽게 만드는 진드기) 사건으로 와인 생산량이 대폭 감소하고 와인 품귀 현상으로 위스키와 맥주 등 다른 주류 산업이 성장한다. 고흐의 <아를의 붉은포도밭>은, 마치 필록세라의 영향으로 포도 잎의 색이 변한 포도밭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포도 품종에 따라 제각기 잘 자라는 토양이 있다. 수분, 자갈, 석회질, 강수량 등 포도를 키워 수확하기까지 영향을 주는 모든 환경 요소를 '테루아'라고 하며, 와인을 마실 때 '테루아가 잘 표현되어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포도가 자란 땅과 하늘의 모습을 와인이 잘 담고 있다는 의미이다.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땀방울을 숭고하게 녹여낸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과 <이삭줍기>는 자연에 대한 경건함이 느껴진다.



 



 



포도 품종을 섞어 와인을 만드는 방법을 '아상블라주'라 하고, 미술에선 각기 다른 재료를 섞어 그림을 그리는 '콜라주' 기법이 있다. '임파스토'는 물감의 양을 많이 사용해 두껍게 바르는 방법으로, 뭉친 물감들이 색조를 짙게 만들고 그림에 생동감을 준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대표적이며, '귀부 와인'은 임파스토 기법처럼 맛과 향이 짙게 응축되어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음식과의 마리아주(와인과 어떤 음식의 섬세한 어울림)처럼, 그림에도 마리아주가 존재한다. 점묘파의 선구자 '조르주 쇠라'는 '미셸 외젠 슈브뢸'의 <색의 조화와 대비의 법칙>을 통해 색을 연구한 화가로, 그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는 캔버스에 점을 찍어 선명한 색을 표현했다. 이는 신인상주의를 탄생시켰고, 이후 야수파, 입체파, 미래파 등 후대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가끔 소믈리에는 와인을 다른 유리병에 옮겨 담아 마시길 권하는데, 와인 병 안의 찌꺼기를 제거해 와인을 깨끗하고 맑은 상태로 만드는 이 과정을 '디캔팅'이라 한다. 예술 작품도 최상의 상태인 복원 작업을 거치는데 그리스 밀로스섬에서 발견된 1820년 모습 그대로의 조각 <밀로의 비너스>와 수많은 돌 조각으로 발견돼 하나씩 붙여 만든 <사모트라케의 니케>를 소개한다. 완성만큼 가치 있는 미완성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부쇼네(부숑이 상했다)로 변질된 와인이라도 여러 경험을 위해 마셔보길 권한다.



 



 



자연을 온전히 담아 자연을 추구하는 내추럴 와인처럼 자연을 자신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여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고딕 양식 대신 유연성을 갖춘 곡선이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나무들이 우거진 숲을 성당에 형상화시켜 놓았다. 사랑스런 하트가 그려진 '칼롱 세귀르'는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인기가 많은 와인이다. 18세기 샤토 마고를 제외한 메독 지역의 모든 1등급 와인은 세귀르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고, 루이 15세는 세귀르 후작을 '포도나무의 왕자'라 부를 정도로 보르도에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은 그의 뮤즈이자 아내인 벨라 로젠펠드를 사랑스럽게 표현해 <생일>에 담아냈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과 사랑에 빠진 '카미유 클로델'의 <성숙>은, 로댕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을 표현한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와인 '샤토 샤스 스플린'을 마시고 "슬픔이여 안녕"이라 말하면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녀 또한 이 와인으로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을 흡족해 한 나폴레옹 황제는 다비드를 직접 찾아가 모자까지 벗어 인사를 했다. 이처럼 최고의 찬사를 받은 와인이 있으니,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하는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평가받는 '몽라셰'이다.



 



 



감사와 존경의 의미로 남아공의 '페어뷰' 와이너리가 프랑스 남부를 대표하는 와인 생산지 '코트 뒤 론'을 오마주해 '고트 두 롬' 와인을 만든다. 하지만 프랑스 원산지 생산자들은 이를 패러디와 조롱으로 여겨 이의를 제기하고, 결과는 페어뷰의 승리로 끝난다. 도난사건으로 인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해진 <모나리자>의 가치는 재평가되었고 이는 오마주와 패러디에 있어 유례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다. 영국의 42대 총리 '윈스턴 처칠'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500점이 넘는 작품을 남겼는데 모든 그림이 풍경화였으며, 그림과 시가, '폴 로저' 샴페인을 사랑했다. 고흐에게 있어 작품에 그린 '별'은 꿈을 꾸게 하는 삶의 희망이자 죽음 뒤에 도착하는 종착지로 표현된다. 17세기 프랑스의 한 수도사가 '피에르 페리뇽'을 마시면서 '별을 마시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샴페인의 아버지로 통하는 페리뇽 수도사가 샴페인을 만든 오해로, 실상은 오빌레 수도원의 그로사르 수도사가 샴페인 발명가이다. 17세기 바로크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의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는, 부와 명성을 가져다주지만 <야경꾼>을 계기로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훗날 그의 작품들은 최고의 명작으로 남아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렘브란트의 모습처럼 6년 3개월을 오크통 속에서 보내는 노란색 와인 '뱅존'을 소개한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는 17세기 프랑스 왕비였던 '마리 드 메디시스'의 의뢰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서 이야기를 차용해 <마리 드 메디시스의 생애>를 완성한다. 1855년 와인 생산 등급 제정 당시 화이트 와인으로는 유일하게 등급에 포함될 정도로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 '소테른'에서 가장 높은 특등급을 유일하게 '샤토 디켐'이 받았다. 귀족적인 느낌의 스위트 와인 사토 디켐과 화려한 빛과 색을 수놓는 루벤스의 그림은 무척 닮아 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작처럼 모네의 정원에서 풍기는 아름다운 향이 느껴지는 와인 '샹볼 뮈지니'는 감미롭고 우아하다. 프랑스 와인 전체 생산량의 0.3% 밖에 안 되는 강한 소신으로 만든 '방돌'처럼, 고집스런 프랑스 남부 화가 '폴 세잔'은 사과 정물화를 주로 그린 인물이다. 그의 그림에는 다양한 시점이 표현돼 있다. '귀스타브 카이보트'의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처럼 19세기 파리는 오스만 남작의 대규모 도시 정비 사업으로 변화했다. 파리를 라벨에 담은 와인 '바롱 외젠'과 함께 매력적인 파리 풍경을 감상해 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고전주의 화가 '니콜라 푸생'처럼 시대의 유행 대신 전통성을 고수하는 '란디라스'에서 생산한 '리베르 파테르', 2015년 빈티지 와인은 3만 유로에 거래돼 세상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손꼽힌다.



 



 



백합은 수천 년부터 프랑스 왕가를 상징하는 꽃으로, 프랑스의 중요한 건축물과 작품들 속에 자주 발견된다. '루아르' 와인은 프랑스 왕가 사람들의 식탁 위에 올랐고, 루아르 와인 병에는 백합 모양이 표현돼 있다. 성직자의 길을 원했던 고흐가 <까마귀 나는 밀밭>을 통해 3개의 길을 그렸듯, 교황을 위해 만든 와인 '샤토네프 뒤 파트(CDP)'를 건넨다면 성직자의 삶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은 덜어질지도 모르겠다. '파올로 베로네세'의 <가나의 혼인잔치>는 예수가 세상에 행한 첫 번째 기적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물을 와인으로 바꿨다. 선교사 없이 가톨릭교가 퍼져나간 곳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한다. 1784년 가톨릭교가 처음 들어왔고, 1795년 첫 미사가 이뤄졌는데 이때 사용한 미사주가 우리나라 최초의 와인이며 복자 윤유일 바오로가 만들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업용 와인은 해태주조에서 만든 '노블 와인'이며 72병의 노블 와인을 1975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아래 묻었다. 100년 뒤인 2075년에 건배주로 사용한다는데 내 살아생전 보기는 힘들겠다. '몽마르트르' 와인은 파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매년 10월 둘째 주에 와인 축제가 열린다. 일평생 행복과 즐거움만 노래한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는 와인을 즐기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하다.



 



 



독일을 대표하는 철학가이자 문학가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꿈이 유럽의 자유와 평화라면, 'SMW 모젤' 와인에는 독일의 오랜 스파클링 와인의 전통을 살리고자 한 SMW의 수장 '아돌프 슈미트'의 꿈이 담겨 있다. '그랑 크뤼 클라세'를 통해 와인의 출처와 품질을 보증하는 하나의 상징이 된 라벨의 중요성이 각인된다. 각고의 노력으로 유일하게 보르도 1등급으로 승격된 '무통 로칠드'는, 라벨에 예술을 추가해 종합 예술로까지 올린다. 유리 공예 발전의 선두주자 '에밀 갈레'는 자연에 존재하는 모습을 유리에 녹인 아르 누보를 대표하는 작가로, 샴페인 '페리에 주에' 와인 병을 만들었다. 페리에 주에는, '페리에'와 '주에'가 결혼해 만든 샴페인 하우스로 이 둘이 결혼할 당시 약 76년을 주기로 나타나는 핼리 혜성이 나타나 별의 축복을 받았다고 하여 웨딩 샴페인으로 많이 사용한다. '빛의 화가'로 통하는 방혜자 화백은 현재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프랑스 샤르트르 대성당 안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그의 작품으로 수놓아 있다. 샴페인 생산자 브루노 파이야르는 방혜자의 작품 <에너지>로 채워 넣었다.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도멘 프리에르 로크'의 와인 라벨에 낯선 이집트 상형 문자가 눈길을 끌었고, 프리에르 로크의 창설자 '앙리 프레데릭 로크'는 이집트 상형 문자를 차용해 와인 라벨을 만들었다.



 



 



#그림을닮은와인이야기 #정희태 #동양북스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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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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