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리뷰

탐서가
- 작성일
- 2022.6.4
불완전 채식주의자
- 글쓴이
- 정진아 저
허밍버드
#채식 #채식주의 #비건 #비거니즘 #환경보호 #동물권
얼마전에 읽은 책이, 아니 만화책이 있었다.
<나의 비거니즘 만화>.
비건이 직접 쓰고 그린 비거니즘 만화인데
다른 존재의 고통을 줄이고 싶은 마음이 닿아 도서관에서 빌려봤고
완독 후에는 책을 주문했었다.
인간과 종이 다를 뿐 그것이 동물을 당연히 차별해도 될 이유는 결코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동물권에 대한 생각이 비건, 비거니즘과 관련있는 신념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 부끄럽게도 최근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더 비거니즘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 이 책 저 책 찾아보다가
<불완전 채식주의자> 를 발견했고 운좋게 서평단으로 만나보았다.
제목부터 비건에 대한 장벽이 그리 높게 와닿지 않은 것도 한 몫 했을수도.^^
하지만..... 읽고 보니 완전 채식, 비건이 되는 길은 나로선 멀어 보였다....ㅠㅠ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저자처럼 욕구와 신념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비거니즘을 지향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일기 때문.
'처음부터 고기로 태어나는 생명은 없다' 는 저자의 한 줄 문장이 계속
뇌리에 맴돌며 죄책감과 왠지 모를 미안함은 여전하지만
비육식을 실천하는 걸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고기를 시도 때도 없이 먹는 건 아니지만
정말 먹고 싶을 때도 나의 욕구를 누르고 신념을 쫓는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맛있는 음식을 모르면 몰라도 한 번 맛을 봤다면
그 맛이 자꾸만 맴도는데 이 또한 사는 재미인 것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을까?
고민이 더 깊어졌다.....ㅠㅠ
얼마전 비평의 의미에 대한 책에서 본 문장이 지금 떠오른다.
"가치를 전달함으로써 독자를 움직이게 하는 글"
정진아 작가의 <불완전 채식주의자> 가 지금 내게 그런 글을 심어준 것만은 분명하다.
정진아 작가도 완전 채식은 너무 어렵다며
입맛과 신념 사이에서 비거니즘을 지향하며 불완전하더라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으니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실천부터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게 된다.
실천의 정도는 각자 다 다르더라도
정육점에 포장되어진 붉은 고기덩어리를 보면 먹고 자고 싸며(?)
자기 삶을 살아가는 동물을 떠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걸로.
그리고 혹여 고기와 비고기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면,
고기는 선택하지 않는 걸로.
너무나 사소한 것일지라도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일이
단순히 채식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동물권과 환경보호, 빈곤 문제 등 이 세상과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 서게 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더라도, 천천히..... 이 과정이 쌓이면 분명한 변화도 볼 수 있으리라 믿으며.
"동물이 살기 좋은 사회에서는 사람 또한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생명이 각자의 가치를 존중받는 세상을 꿈꾼다."
동물자유연대에서 반려동물과 길고양이 정책을 담당하고 현재 사회변화팀에서 일하는
정진아 작가의 이 소개 한 줄에서부터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피터 싱어의 책 제목이 떠오른다.
동물이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동물해방 운동에 전념했던
헨리 스피라의 삶을 피터 싱어의 시선과 통찰로 담아낸 평전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금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듯이,
그 이전에는 헨리 스피라 같은 운동가가 있었고
그 이전에도 있어서 지금까지 그 물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믿는다.
책을 통해 가치를 전달하는 사람들,
생각에 머물지 않고 실천을 통해 변화를 꾀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장 소극적일지라도 나처럼 같은 세상을 꿈꾸며 책을 통해
조금씩 실천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모여서 후대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가치를 전하고 그들도 이어갈 수 있도록
지금의 이 크고 작은 행동들은 모두 의미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생명을 해친 죄보다 재물을 망가뜨린 죄를
더 무겁게 여기고,
동물을 학대한 사람이라도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박탈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게 동물의 생명이나 안전보다
소유자의 재산권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며,
그 재산권에는 물건으로서의 동물을
소유할 권리도 포함된다.
<불완전 채식주의자>
채식을 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차별 없이 바라보는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각하게 자본주의 체제로 매몰되어
돈이나 재산권이 지상 최대의 가치라고 믿는 사람들의 반인륜적인 행태를
뉴스에서 접하게 될 때면 이 문제의식은 왜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심어지지 않을까 답답함이 밀려온다.
모든 존재 자체를 존중하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인식으로
나아감으로써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이 방향이 지구인들에게도 이롭다.
인간은 이 지구에 잠시 다녀가는 여행자이고
자연과 이 모든 만물은 후손에게 고스란히 물려줘야 하는 것이니까.
그렇게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움직이는 사람들로 인해서
교육에서는 학교에서 급식을 선택하고 또 의무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던졌던 저자의 질문이 개인적으로
<불완전 채식주의자> 에서 준 가장 큰 울림이었다.
만약에 자기가 지금 해결을 위한
어느 부분에도 속해 있지 않다면
그 사람은 결국 문제의 한 부분이다.
<불완전 채식주의자>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사례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말로 대화할 수는 없어도
눈빛과 몸짓으로 소통하는 약한 생명을 돌보고자 먼저 손을 내민 사람들이
근거 없는 혐오에 맞서야 하는 현실을 대할 때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보란 듯이 더 미친 여자가 되어 주자는 저자의 말이 내게는
각자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는 일이 곧 자신의 삶을 지키는 것이고
더불어 동물의 소중한 생명과 안전까지도 지키는 일이라고 들려온다.
그러니까 흔들림없이 하자고!
2010년 말에 발생한 구제역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되는 상황을
직접 목도하면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삶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정진아 작가.
동물들도 삶의 기쁨을 자기 방식으로 느낄 줄 아는 존재라는 인식이
인간에게는 너무 부족했지만 그래도 점점
비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있다는 게 그나마 고무적이다.
윤리나 도덕 같은 민감한 주제를
대화에 올릴 자신이 없었다.
그냥 나 혼자 실천하면 되지 굳이 다른 사람까지
불편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합리화했다.
나는 배려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용기가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불완전 채식주의자>
비거니즘이라는 신념의 방식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더라도
각자의 삶에 있어서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이니만큼
최소한 근거없이 조롱하거나 힐난하지는 말았으면!
동물권이나 환경보호, 빈곤 문제까지 얽혀 있는 비육식에 뜻이 있는 이들이라면
비거니즘 방식이 동물성 식품 일체 금지하는 "비건" 만 있는 건 아니니까
다른 방식들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닭고기 같은 가금류는 허용하는 채식, 폴로 베지테리언.
모든 육류는 금지하고 해산물은 섭취가능한 페스코.
우유와 달걀만 먹는 채식, 락토오보.
"문제와 해결, 어디에 속할 것인가"
나 또한 고기를 계속 먹는 일이 문제의 한 부분에 속함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완전 채식은 못 해도,
비육식까지는 아니어도,
육식을 하는 횟수를 줄여가는 노력에서부터 차근차근.
급하게 하다 보면 그냥 포기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무해한 사람' 이고 싶다는 나의 바램이 사실은
얼마나 인간중심적인 생각이었는지
<불완전 채식주의자> 를 통해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것을 포함해서
현대사회에서 누리는 지금의 풍요와 편리함은 전부
다른 생명을 착취해 얻어낸 산물임을 잊지 말자.
동물 학대, 기후 위기,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 등등
전반적인 사회 문제에 관심을 놓지 않으며 나는 나대로 비거니즘을 지향하고자 한다.
나 또한 동물의 고통을 이미 착취하는 구조 안에서
문제의 한 부분안에 속해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불편한 감정도 감수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보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걸로.
저자의 내면도 가감없이 드러내며 솔직한 고백과 용기있는 실천에
나까지 자기고백의 글이 되어 부끄럽지만
이 에세이는 많은 이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결혼 대신 억압의 대상과의 연대를 선택했다고 말하는 정진아 작가는
지금도 자신의 욕구보다 동물을 우선으로 두고 애쓰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진솔한 글이 술술 잘 읽힌다...... 필사해야 할 구절도 많아서 가끔씩 멈춰야 하긴 하지만.^^
<불완전 채식주의자> 에서 저자가 언급한 레퍼런스들을 빌려서
확장독서로 이어보려 한다.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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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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