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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키온
- 작성일
- 2022.6.12
전쟁일기
- 글쓴이
- 올가 그레벤니크 저/정소은 역
이야기장수
오늘날 난무하는 수많은 책들이 우리의 이지를 어루만지다가 지나가는 바람이라면, 이 책은 우리의 심장에 돋아나 우리가 나름의 답을 말하고 그 대답들이 광장에 집단으로 울려 퍼지는 함성이 될 때까지 뜨겁게 화끈거리며 실존의 이유를 묻고 있는 뾰루지 같은 책이다. 긴 이야기도 없다. 흥미진진한 요소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끼도 없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극적 구성도 없다. 그저 줄지어 돋아난 뾰루지 같은 적은 수의 문장과 그 주변으로 배어나온 피 같은 그림들뿐이다. 우리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동안, 친구와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즐거움을 나누는 동안, 우리가 까맣게 잊어먹거나 무디어져버린 우리의 실존에 대한 이유를 우크라이나에서 죽어간 어린 생명의 주검처럼 우리 앞에 불쑥 갖다놓는 책이다. 왜 전쟁이 일어났으며 왜 끝나지 않는지에 대해 그 이유를, 그 전쟁으로부터 우리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환기시키면서 문득 우리를 깨어나게 하여 지금까지의 삶을 되짚어보게 하고 내일의 삶을 진단해 보게 한다. 한 가족의 붕괴라는 증언을 통해, 우리 지구인들의 전체 가족이 무너질 수 있음을 징후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동시에 갑자기 삶의 참혹과 조우한 한 여성이 용기를 앞세워 어떻게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다시 삶을 구축해 내는지가 감동적으로 드러나 있다. <베라: - 엄마, 나는 초콜릿을 오래도록 아껴 먹을 수 있어. 볼 안쪽에 붙여두었어.>라는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외양만 다를 뿐 본질은 같은 인간이라는 생명체이며 왜 우리가 한 잔의 커피나 한 잔의 술보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에 먼저 마음을 내밀어야 하는지를 자각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그만큼 우리는 다시 결집할 수 있으며, 그 숫자가 임계점에 이를 때, 붕괴되어 가는 지구공동체를 다시 세울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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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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