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외국
하나비
- 작성일
- 2022.6.14
죽어 마땅한 자
- 글쓴이
- 마이클 코리타 저
황금시간
메인주 북부 대자연에서 전문 가이드로 살아가고 있는 리아 트렌턴. 하지만 그녀의 진짜 이름은 니나 모건이며, 공식적으로 니나는 10년 전에 사망했습니다. 사악한 민간 군수기업 라워리를 상대로 살인 목격증언을 할 예정이던 니나는 라워리가 고용한 킬러들에게 살해당할 위기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대가로 이름과 가족을 버리고 ‘죽은 자’가 되기로 약속했던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온 지 10년 만에 리아는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집니다. 여전히 라워리의 살해 위협이 남아있었지만, 리아는 딸 헤일리와 아들 닉을 찾아가 자신을 ‘이모’라고 소개하곤 메인주로 데려옵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라워리는 리아를 찾아냈고 두 명의 킬러를 보내 10년 전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합니다.
대략의 줄거리만 보면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물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반쯤은 맞는 말이고, 반쯤은 잘못 넘겨짚은 ‘선입견’입니다. 이름과 가족까지 버린 채 ‘죽은 자’로 살아온 어머니 리아가 자식들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무자비한 킬러들과 싸우는 이야기란 점 때문에 ‘반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독특하고 매력적이고 예측불허인 킬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잘못 넘겨짚은 선입견’이라는 뜻입니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라워리가 자신을 추적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리아가 헤일리와 닉 남매 앞에 ‘이모’로 나타나는 걸 주저하지 않은 이유는 오로지 모성애 하나 때문입니다. 그리고 라워리의 킬러들의 추적을 감지한 리아는 메인주의 대자연 속으로 남매를 피신시키며 동시에 목숨을 건 반격을 준비합니다. 숱한 위기를 넘기며 리아의 ‘미션’이 성공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런 점에서 상투적인 서사인 건 부인할 수 없지만, 리아의 악전고투에 끼어든 세 명의 킬러들 때문에 이 작품은 여느 할리우드 액션물과 비교할 수 없는 독창성을 갖게 됩니다.
우선 라워리가 리아를 제거하기 위해 보낸 두 명의 킬러는 그야말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상극을 벌이며 리아를 추적합니다. 그중에서도 블리크(Bleak, 황량한)라는 별명을 가진 흑인 킬러 마빈 샌더스가 눈길을 끄는데, 군인 출신인 그는 변화 없는 표정, 땀조차 흘리지 않는 냉철함, 로봇과도 같은 무자비함으로 지금껏 봐온 킬러들과는 레벨 자체가 달라 보이는 인물입니다. 그가 워낙 특별한 캐릭터라 파트너인 랜달 폴라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미해 보이지만 역시 살인을 소소한 유희로 여기는 끔찍한 인물입니다.
라워리의 두 킬러를 능가하는 희대의 캐릭터는 젊은 킬러 댁스 블랙웰입니다. 리아와 함께 실질적인 투톱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리아의 지인의 요청을 받고 리아를 돕기 위해 메인주로 향하지만, 정작 현지에 도착해선 예측불허의 행보를 보입니다. 정말 아군인지, 혹은 돈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는 ‘예비 적군’인지조차 불분명해 보입니다. 더구나 피와 살이 난무하는 총격전 속에서도 쾌감과 희열을 느끼고 사소하거나 자기중심적인 이유로 인명을 빼앗는 순도 100%의 소시오패스이기도 합니다.
댁스 블랙웰에 관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그가 증인 청부살해의 명문(?)인 블랙웰家의 후손이며, 14살부터 실적을 쌓았다는 점, 또 그를 킬러로 키운 아버지 잭과 삼촌 패트릭이 마이클 코리타의 전작인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에서 주인공을 죽이기 위해 투입된 킬러로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그의 캐릭터나 출신성분, 그리고 이 작품에서의 맹활약을 감안해 보면 마이클 코리타가 ‘댁스 블랙웰 시리즈’를 내놓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역시 마이클 코리타가 직접 시나리오를 맡아 영화로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이 산악지대의 대형화재라는 볼거리를 제공했다면 ‘죽어 마땅한 자’는 메인주의 대자연, 특히 리아와 킬러들의 숨 막히는 대결이 벌어지는 숲과 강과 호수가 압도적인 비주얼을 자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건 각오로 싸우는 리아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킬러 댁스 블랙웰의 카리스마 역시 너무나도 매력적이어서 영화로 개봉된다면 꼭 한 번 다시 맛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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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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