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6.17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
- 글쓴이
- 권일용 저
21세기북스
국내 1호 프로파일러로 현재 방송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권일용 교수의 네 차례의 강의를 책으로 엮었다. ‘인생명강’ 시리즈의 아홉 번째 도서다. 그가 함께 쓰고 최근 TV 드라마로도 방영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그가 수사에 참여하거나 분석을 직접 실시한 범죄, 특히 연쇄범죄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그것을 바탕으로 범죄의 심리와 그런 범죄에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한 준비, 내지는 방법 등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책 제목에서 쓰는 것과 같이 ‘살인자’에 대해서만은 아니다. 물론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과 같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연쇄 살인범들이 강렬하게 다가오지만,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는 가스라이팅과 그루밍 관련 범죄들, 디지털 관련 범죄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고 있다. 오히려 그런 범죄들이 더 뇌리에 박히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서 권일용 교수는 우선 범죄라는 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시작한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범죄 현장이 될 수 있으며, 사람과 상황 자체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범죄자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권일용 교수는 악이 유전적인 것인지, 아니면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대체로는 두 가지가 서로 얽혀야 연쇄 살인범과 같은 의도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보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그는 인간의 선한 본성 자체에 대해서는 믿음을 거두지 않는다. 사실 범죄 현장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켜봤고, 또 많은 악인(惡人)들에 대한 심문을 진행하면서 인간 본성에 대해서 그런 관점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또 그런 관점을 가지고 있어야 악인에 대해 분석하고, 더 이상의 피해가 나지 않도록 하는 방법들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는 또한 악인들의 심리를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범죄자들을 종종 사회의 불공정을 탓하면서도 실제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힘이 약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중적인 자기 합리화를 한다. 단순하게 의사 결정을 하며,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이 유달리 드러나고, 무엇이 잘못된 것을 남 탓을 하는 경향이 크며, 자기 효능감이 바닥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알고 있어야 범죄 피해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고 하는데, 사실 이런 것들은 범죄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가지고 있는 심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때 범죄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이 책에서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은 최근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가스라이팅과 그루밍, 디지털 범죄 같은 것들이다. 이런 범죄들은(사실은 가스라이팅과 그루밍 자체는 범죄로 처벌하지 못한다고 하므로 그것과 연관된 범죄라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해자가 되거나, 혹은 가해자가 되는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의존적 행태가 그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하거나 당연한 것이라는 것은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다소 회의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지 않나하는 걱정도 든다. 물론 이런 것들을 알고 있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본 리뷰는 21세기북스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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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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