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유년 시절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경험이 녹아있는 시와 에세이로 만나는 헤세의 일대기와 같은 책 <인생의 해석>을 읽으니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의 작품들에서 보여준 세계관이 한층 더 와닿았다.

우리는 모두 고유한 존재다.

독특하고 특별하고 유일하다.

우리의 인생에는 세상이 담겨 있다.

모든 인생은 한 번뿐이고 반복은 없다.

그래서 모든 인생은 소중하고, 신성하고, 영원하다.

어떻게든 살아내서 자연의 섭리를 완수하는 한,

모든 인생은 훌륭하고 존중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영혼을 빚어냈고,

고통을 견뎌냈고, 구원의 십자가에 못 박혔다.

- 헤르만 헤세 인생의 해석 중-

이처럼 인간은 자연이 던져놓은 존재이나,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목적지를 향해 애쓰며 살아간다.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만, 결코 타인의 인생을 해석할 수는 없다. 내 인생의 해석권은 오직 나에게만 있다. 인생은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품 안에서 평온하게 자란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동생의 성장을 보며 자신이 제법 자랐다고 느끼고, 삶이 버거운 청소년기에는 독서로 삶을 충만해지는 의미를 부여해야 하며, 개별화의 갈증과 대립으로부터 전통과 규범은 어느 정도 강도로 훈육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아버지를 기리며 남몰래 울기도 하며 죽음에 대해 온전히 마주하게 된다. 아버지가 남긴 최고의 유산이 가족과의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임을 청년기에 깨닫는 헤세는 중년을 넘어 쉰 살이 되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며 늦가을의 산책, 시든 나뭇잎에 비유한다. 이어서 노년기와 고령기 마지막 죽음이란 인생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나이를 시간과 계절에 빗대어 써 내려간 시에 그의 철학을 읽어낼 수 있다.

헤세는 인생이란 계속해서 새로운 단계로 올라가는 계단과 같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모든 미덕에는 자기 때가 있으며 영원히 존속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심장은 모든 인생 단계에 작별과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하며 기꺼이 새로운 단계에 몸을 던지라고 말한다. 다행히도 모든 시작에는 어떻게든 살아가게 도와주는 마법이 깃들어 있는 그의 말에 위로가 된다.

<인생의 해석>은 헤르만 헤세의 담담한 문체에 위로가 된다. '오직 나만이 나의 인생을 해석할 수 있다'라는 헤르만 헤세의 말은 확신이 있다면 주저없이 나아가고, 설령 두려울지라도 어떻게든 나아가게 되는 마법을 믿으며 담대히 나아가기를 권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성장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믿으며 깨달음을 얻고 발전하는 순간을 마주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내면에 어린아이와 감사와 사랑이 많을수록 인생을 살아갈 능력이 더욱 커진다고 말하는 헤르만 헤세 인생론의 기저에는 '사랑'이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랑 듬뿍 받고 자란 유년 시절이 자신의 삶에 양분을 주었다는 고백처럼 나역시 살아갈수록 느끼는 바 행복한 어린 시절을 안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나의 인생이라는 길에서 가장 중요한 기둥은 가족이기에 정신적 지주이자 인생을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살아가게 하는 존재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훗날 죽음을 앞두고 나의 인생을 회상하면서 모든 단계에 사랑이 녹아있는 고유한 순간의 합이라 느끼기를 바라며 머지않아 다가올 중년, 노년, 고령이라는 인생의 계단을 거듭할수록 원숙하고 이타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