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7.11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 글쓴이
- 피터 스완슨 저
푸른숲
피터 스완슨의 작품은 처음이다.
보스턴의 추리소설 전문서점 올드데블스에서 일하는 맬컴 커쇼에게 FBI 요원 그웰 멀비가 찾아온다. 여러 살인 사건을 수사하던 중 맬컴 커쇼가 오래 전 서점 블로그에 올렸던 추리소설에 관한 글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을 발견하고 관련성을 찾고자 연락한 것이었다. 맬컴 커쇼는 5년 전 자동차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 살아가고 있었다. 아내의 불륜과 마약 중독을 알아차렸지만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맬컴 커쇼는 그웬 멀비와 함께 자신이 만들었던 리스트의 추리소설들을 다시 읽으며 미해결 사건들과의 연관성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누가 보더라도 서점 운영자이자 추리소설 매니아(지금은 별로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것도 이유가 있다), 아내를 차 사고로 잃은 독신남 맬컴 커쇼가 연속으로 벌어진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소설이 중반도 되기 전에 자신이 아내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한 마약 공급업자를 ‘교차 살인’을 통해 죽였다는 걸 알려주기까지 한다. ‘교차 살인’이니 그가 누군가를 직접 살인했다는 것도 밝히는 셈이다(그리고 그것 자체가 이 소설에서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란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고백(독자들에게만 하는 고백이긴 하지만) 그가 다른 살인 사건들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항변이기도 하다. 하나의 살인 사건이 자신의 짓이란 걸 인정하면서 다른 건 아니라고 하는데 그건 믿어줘야지 않겠는가...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것 역시 하나의 추리소설 장치이며, 또 그 장치를 다시 역이용하는 것도 작가의 의도이자 능력이다. 어디까지가 맬컴 커쇼가 책임져야 하는 일인지가 불분명해질수록 추리소설은 흥미진진해지는 것이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재미는 주옥같은 추리소설의 고전들을 끌어와 소설 전개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추리소설이 다른 추리소설의 수법을 노골적으로 모방하는 것은 치사한 짓이지만, 이렇게 인용해버리면 ‘오마주’가 되어버리낟.
인물들 간의 연결 고리가 조금 헐거운 것 같지만 모든 인연이, 사건이 필연적일 수만은 없다는 걸 인정하면 이 소설을 거부할 만큼의 흠은 아닐 것이다.
* 소설 속에서 읽은 문장 하나.
“책은 그 책을 쓴 시절로 우리를 데려갈 뿐 아니라 그 책을 읽던 내게로 데려간다.” (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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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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