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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서원
- 작성일
- 2022.7.26
아이라는 숲
- 글쓴이
- 이진민 저
웨일북
“레벨 97의 능력자로서 레벨 1의 플레이를 지켜본다는 것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근질근질한 일이다.”
아이가 첫 걸음마를 떼고 스스로 걷게 될 때까지 아무런 조바심도 나지 않았다. 좀 더 빨리 걷도록 아이를 보챈 적도 없다.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대견했다. 스스로 걷기까지는 당연히 시간이 필요함을 알고 계속 넘어지는 아이를 격려와 웃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아이가 차츰 커가면서 나의 조바심도 커져갔다. 격려와 웃음은 질타와 일그러진 얼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었다.
어려서부터 조금만 더 빨랐다면 지금의 나는 훨씬 더 먼 곳까지 갔을 거라는 자책과 후회가 아이를 다그치게 만든다. 아이에게 쏟아 붓는 질타와 채찍은 어린 시절 나에게 가하는 형벌이다. 나에게 내리는 형벌을 아이가 대신 받고 있다. 참 딱하고 고약한 일이다. 잘못을 인지하고도 참을 수 없는 근질근질함 때문에 잘못을 되풀이한다.
아이를 걷게 하고 말하게 했던 칭찬과 격려의 힘을 망각한지 오래다. ??아이라는 숲??은 단지 먼저 출발해서 앞서 있는 주제에 왜 이리 느리냐고 다그치는 나의 모습을 조롱하는 듯하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에게 걷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을 들려주는 것임을 깨닫는다. 아이는 부모를 바라보며 걷고 있는데 부모는 아이에게 자꾸만 다른 길을 가라고 떠민다. 내가 가는 길이 곧 아이의 길이 된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잊고 살았던 것을 다시 깨닫는 것,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책을 읽는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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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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