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각본’은 다양한 재미들로 가득하다. 좋아하는 장면이나 대사를 원하는 만큼 계속해서 곱씹어보는 재미, 문장을 읽고 영화 속 목소리와 음악과 배경을 떠올려 보는 재미, (영상의 시간이 아닌) 나만의 시간 속에서 내 눈길이 가는대로 장면 장면을 훑어내는 재미, 영화와 각본 사이의 차이를 찾아내는 재미 등 다양한 재미들로 가득한, 그런 한 권의 각본집이다.

김영하 작가의 저서 ‘여행의 이유’에는 비여행과 탈여행에 관한 대목이 있다. 직접 시간을 들여 떠난 여행뿐만 아니라 여행 준비를 위해 가이드북과 관련 블로그를 찾는 경험, 다녀온 여행지를 TV 프로그램과 함께 곱씹는 등의 모든 직/간접적 경험이 하나의 여행에 다양한 레이어로 축적된다는 이야기다. 하나의 여행은 비여행과 탈여행을 통해 비로소 풍부해지는 셈이다.

영화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보다 풍부한 영화 감상을 위해 비여행과 탈여행의 과정이 필요한 셈이다. 다양한 재미들로 가득한 각본이니만큼, 영화 관련 기사나 리뷰를 거쳐 보다 풍부한 영화 감상을 희망하시는 모든 분들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각본’을 조심스레 추천 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