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518
  1. 셀수없는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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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점
글쓴이
미야베 미유키 저
북스피어
평균
별점9.5 (37)
ne518

    

 



 



 



 에도 간다 미시마초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서는 특별한 괴담자리를 마련했다. 이야기를 하는 곳은 흑백방이다. 이번이 미시마야 변조괴담 여섯권째다. 지난번까지는 미시마야 주인인 이헤에 조카 오치카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부터는 듣는 사람이 바뀌었다. 미시마야 둘째인 도미지로다. 지난번에는 도미지로와 오치카가 함께 이야기를 들었던가. 바로 바뀌면 안 되니 그 자리를 물려주는 형식으로 했나 싶기도 하다. 오치카는 결혼하고 미시마야를 떠났다. 그렇다고 아주 먼 곳으로 가지는 않았다. 일본도 옛날에는 친정 사람이 시집에 가기를 꺼렸나 보다. 이 책 본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이야기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에는 오치카와 오치카가 결혼한 사람 간이치가 잠깐 나온다. 여기에는 이야기가 네편 담겼는데 마지막이 가장 길다.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 흑백방에서는 이야기 하고 버리고 듣고 버린다. 그런 게 말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될까. 자신만 아는 일을 누군가한테 말하면 마음이 풀릴지 어떨지. 지금까지 본 걸로는 이야기 한 사람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이야기를 보면서 도미지로가 스물둘이라는 걸 알았다. 스물둘이라니. 에도 시대 스물둘과 지금 스물둘은 아주 다를 것 같다. 조선시대도 스물둘은 적지 않은 나이였겠다. 오치카와 함께 이야기를 듣다가 처음으로 도미지로 혼자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눈물점>이 시작이다. 이 이야기를 하러 온 사람은 도미지로 어릴 적 친구기도 했다. 두부가게 막내아들이었다. 하치타로 식구는 열세해 전에 일어난 일로 뿔뿔이 흩어졌다. 점이 사람을 아주 다른 사람으로 만들고 안 좋은 일을 하게 했다. 그 점은 누군가의 원한이 담긴 거였을까. 하치타로 식구가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때 죽은 사람은 아버지 하나였다. 눈물점이 있는 여자는 아버지가 아는 사람이었을지. 첫번째에서는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았구나.



 



 앞에서 수수께기라 했는데, 그게 풀리기도 하고 풀리지 않기도 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앞뒤가 맞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시어머니 무덤>에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이다 해야 할까. 시어머니가 다 며느리를 힘들게 하지는 않을 텐데.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리 편하지 않은가 보다. 아니 이건 어느 나라나 비슷할까. 시어머니는 죽어서도 며느리가 좋은 꼴을 못 보다니. 이 이야기를 한 사람은 아들이 혼례를 앞두었다. 어쩌면 자신도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에서는 집안 사람이 죽고 흩어졌다. 단 한사람인 오하나만 남았다. 오하나는 자신이 어릴 때 살던 곳 저주가 자신한테 들러붙지 않았을까 했다. 도미지로는 오하나 마음을 잘 풀어주었다. 그런 거 보면서 스물두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도미지로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을 자질이 있는가 보다. 도미지로만 있는 건 아니구나. 호위를 맡은 오카쓰와 차와 과자를 준비하는 오시마도 있다. 도미지로가 이야기를 듣고 버리는 방법은 그림 그리기다.



 



 세번째로 찾아온 사람은 파발꾼이었다.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달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때는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을 보고 파발꾼 자질이 있다고 여겼구나. 그런 거 재미있지 않나. 가메이치가 처음부터 파발꾼을 하지는 않았다. 땜질 직인인 새아버지를 우습게 여기고 소방수가 되려 했는데, 선배와 크게 싸우고 달아나다 파발꾼이 되었다. 파발꾼 일은 처음부터 잘 배우고 아내를 얻고 곧 딸도 얻었다. 그때서야 가메이치는 새아버지가 자신과 어머니를 돌보려고 힘들었다는 걸 깨닫는다. 가메이치가 조금 철이 들었는데 그때 아귀 고뿔이라는 게 퍼졌다. 아귀 고뿔은 가메이치만 남기고 다른 식구를 모두 저세상으로 데리고 간다. 가메이치는 왜 자신만 살았나 하면서 파발꾼으로 달리고 달렸다. 그러다 불이 난 찻집을 지나다 우는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는 그냥 달렸는데, 자기 뒤에 얼굴 없는 남자가 따라 오는 걸 깨달았다. 가메이치는 어머니 새아버지 아내와 딸이 죽어서 자신도 죽고 싶다 생각했는데, 요괴 같은 걸 보고는 무서워했다.



 



 사람은 슬픈 일, 누군가 죽으면 자신은 왜 살아 있나 여기고 슬픔에 빠지겠지. 슬픔에 빠져도 시간이 가면 조금 나아지기는 한다. 하지만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있다. 가메이치를 따라오던 얼굴 없는 남자가 그랬다. 그 사람은 가메이치가 자신과 같은 처지라는 걸 알아본 거겠지. 가메이치는 그 사람이 성불하게 도와주고 살아가기로 한다.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자기 탓을 하겠지만, 그것도 오래 하면 안 되겠다. 이 이야기를 보니 슬픔에 빠진 사람한테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다그쳐도 안 좋을 것 같다. 누군가한테 슬픈 일이 생기면 슬퍼할 만큼 슬퍼하게 두는 게 좋을지. 이것도 아닐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슬픔과 함께 살려고 해야 하는데, 그런 걸 남이 알게 하기는 어렵기도 하다.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데. 가메이치는 자식 같은 사람을 도우며 살았다. 그건 괜찮은 거구나. 자신이 죽은 사람을 잊지 않고 살면 좀 낫겠다.



 



 마지막 이야기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다른 이야기보다 길다. 미시마야 변조괴담에 들어가지만 책 한권으로 여겨도 될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시작도 다른 것보다 오래 걸린다. 이야기를 하러 진자부로가 오고도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조금 지루할 뻔했는데, 진자부로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거기에 빠져들었다. 나오는 사람이 여럿이어서 앞부분이 길었을까. 에도 시대에 말하기에는 쉽지 않은 거여설지도. 이 이야기를 보니 미야베 미유키 다른 소설이 생각나기도 했다. 《사라진 왕국의 성》. 에도 시대니 여기에서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는 걸 나타내는 가미카쿠시가 됐구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낸 시간은 길었는데, 본래 세계는 사흘밖에 흐르지 않았다. 그곳은 원념이 만들어 낸 공간이었을까. 한국도 다르지 않은데 일본도 예전에는 예수교를 탄압했다. 한국은 천주교라 했구나. 종교와 함께 서양 문물이나 지식도 함께 들어와서 거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걸 받아들인 사람도 있을 거다. 종교는 종교고 지식은 지식일 텐데. 신이 모든 죄를 용서해 준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살리지는 못한다. 사람은 부조리한 일이 일어나면 신을 원망한다.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힘들 때 신은 무엇을 했느냐고. 구로스케 어신화 저택은 그런 사람이 만들어 낸 곳이다. 이제 그곳은 사라졌을까. 사라졌기를 바란다.



 



 오치카가 아닌 도미지로가 이야기를 듣게 되어서 미야베 미유키는 쓰기 힘들었던 것도 썼다고 한다. 그렇기도 하겠지. 도미지로 잘 하는 것 같다. 잘못할 뻔한 적도 있지만 잘 넘겼다. 이야기 듣는 사람이 도미지로에서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할까. 바뀐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생각을 했다. 그건 앞으로 보면 알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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