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8.25
감염병이 바꾼 세계사
- 글쓴이
- 나이토 히로후미 저
탐나는책
이 책 역시 전염병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바로 직전에 읽은 리언의 『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와는 매우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다. 리언의 『명화로 읽는 전염병의 세계사』가 하나의 감염병을 시대별로 연결시키며 흐름을 중시하는 데 반해, 나이토 히로후미의 『감염병이 바꾼 세계사』는 세계사의 장면을 아주 짧게 쪼개 쓰고 있다.
이 책의 내용들은 매우 짧은 토막으로 이루어져 있다. 짧으면 두 페이지, 길어봤자 네다섯 페이지다. 그래서 읽는 데 부담이 없다. 그리고 보편성이 높은 세계 종교가 농경이 발달한 지역에서 탄생한 게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서 전염병 발생의 빈도가 높았기 때문에 현세보다 추상적인 신을 숭배하여 질병을 극복하고 했던 데서 비롯되었다는 시각, 카스트제도 역시 인동의 토착 역병을 막기 위하여 침입 민족인 아리아족의 발상에서 나왔다는 시각 등 나름 신선한 내용이 많다. 그리고 각종 질병이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사례들을 조근조근 제시하고 있다. 전염병이 모든 역사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고, 권력의 향방을 바꾸고, 한 국가의 쇠락을 가속화하고, 민족의 이동을 부추기고 한 사례들은 수도 없이 많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반복되고, 또 전염병이나 그 원인균이 서로 떨어져서 등장하다보니 이야기들이 너무 단편적이다. 물론 1장이 종교라든가, 제국의 흥망성쇠, 민족의 이동을 다루고, 2장은 중세의 유럽에서 권력의 향방을 좌우한 전염병을 다루고, 3장에서는 주로 몽골 제국에서 비롯된 페스트에 대해서, 4장에서는 대항해 시대 언저리의 전염병의 이동과 비극에 대해서, 5장에서는 근대 감염병에 대한 각국의 대처와 그것에 따른 국가의 운명에 대해서 다루면서 어떤 통일성을 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1장에서도 페스트, 2장에서도 페스트, 3장에서도 페스트... 이런 식으로 나오다보니(다른 질병도 그렇다) 지겨운 느낌도 들고, 다소 어지럽다.
이렇게 간략화시킨 지식을 하나의 궤로 엮어서 통일적인 내용으로 만들고자 한 시도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다만 너무 간략하게 역사의 장면을 전염병과 연결시키고 있어 너무 단순화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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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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