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y
  1. 이야기를 나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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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아무튼, 여름
글쓴이
김신회 저
제철소
평균
별점8.7 (72)
Joy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 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추운 날씨는 질색을 하면서도 겨울에 태어난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이유가 있다면 단연 이 노래 때문일 것이다. 삼복 더위에 땀을 삐질거리며 생일을 맞이하는 나로서는 눈처럼 깨끗하고 맑은 아름다운 그들이 부럽지 않겠는가.



 



두 번째 만나는 아무튼 시리즈, 이번 주제는 여름이다.



안 그래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 열대야로 잠 못 드는 요즘 같아서야 이 책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쉬이 들지 않았으나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더운 여름날 제목만 봐도 쨍한 여름 햇빛이 느껴지는 책, 아무튼 여름을 만나보기로 했다.



 



   왜 그렇게 여름이 좋냐는 질문 앞에서는 늘 대답이 궁해진다. 그렇지만 그냥, 이라고 얼버무리기에 여름은 그렇게 단순하게 넘겨버릴 게 아니어서 그럼 한번 써볼까, 했다. 마치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여름이 좋은 이유에 대해 써보는 거다. 나는 너의 이런 점이 좋아. 별로일 때도 있지만 결국은 좋아.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며 사는 사람으로서 내 여름의 기억과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다. pp.6-7



 



1년 내내 여름을 기다리며 산다니, 나로서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저자의 여름어()’를 마주한 순간, , 어쩌면? 슬몃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랫동안 나의 여름어()기대였다. 늘 여름을 기다렸고, 그 계절에 벌어질 일들을 기대했다. p.9



 



나의 여름어()여행이다. 첨벙첨벙 물놀이를 좋아하던 나는 겨울방학 보다 여름방학을 기다렸고, 한달 남짓 유럽으로 떠나 새벽까지 이름 모를 골목들을 헤매고 다녔던 때도 여름이었다.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나의 1년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여행이 끝나기 무섭게 그 다음 여름휴가를 어디로 떠날지 계획하며 설레곤 한다. 이쯤 적고 보니, 그러게? 나도 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네? 저자의 여름어()와 나의 것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휴가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건 나머지 세 계절을 어떻게든 버텨온 스스로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p.71



 



이 책에 여행만큼 많이 언급된 것들이 있다면 여름과 어울리는 음식들인데, 맥주, 초당옥수수, 샤인머스캣, 물냉면 들이 그것이다.



 



   “요즘 맥주 너무 마셔.”



   “괜찮아, 운동하면 돼.”



   여름에는 모두가 맥주로 하나가 된다. 나와 지인 대부분은 맥주 마시려고 운동을 가거나 맥주 마시려고 운동 갈 계획을 취소한다. p.17



 



   여린 채소처럼 보드라우면서 알알이 톡톡 터지는 아삭한 식감과 달콤함을 가졌다는 초당옥수수의 매력에 대해서는 진작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옥수수니까 당연히 맛있겠찌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온라인 마트에서 호기심으로 주문한 두 개에 4,800원짜리를 맛본 이후로 세계가 뒤집혔다. 옥수수와 초당옥수수는 아예 다른 것이다. 대한민국에 여름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초당옥수수 때문이다. p.13



 



   아니, 이 맛은... 이 세상 맛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먹어온 포도는 포도가 아니었다! 거봉도 물러가라! 샤인머스캣은 과일의 혁명이다! 나 열심히 살게! 돈 많이 벌게! 이런 거 계속 먹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게!! p.26



 



   맨 처음 을밀대에서 먹었던 물냉면은 이거 왜 먹는거야? 이었는데, 육수는 금방 미지근해지는 데다 싱거우면서도 느끼했다. 면은 텁텁하고 툭툭 끊겨서 씹는 맛이 없었다..(중략)..식초와 겨자를 잔뜩 넣고 곁들여 나오는 무절임을 한 젓가락에 하나씩 올려 먹는 사투 끝에 한 그릇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 억지로 비운 냉면 그릇을 내려다보면서 생각했다. 평양냉면은 인내의 맛인 걸까.’ p.46



 



맥주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 역시 편의점에 들를 때면 내가 가보지도 않은 나라의 맥주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몇 캔 사들고 온다. 이번에는..하는 기대를 품으며 한 모금 들이켜 보지만 아직까지는 그 맛을 잘 모르겠어서 나의 세계맥주여행은 한동안 이어질 듯도 하지만 말이다.



 



아삭하고 달콤한 초당옥수수를 처음 먹었던 날, , 이런 옥수수도 있네...입에서 톡톡 터지는, 이제껏 찰옥수수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옥수수의 신세계를 만나기도 했었다. 그리고 긴 말이 필요 없는 샤인머스캣은 단기간에 내가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로 급부상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가격에 몇 번을 망설인 끝에야 장바구니에 넣곤 한다(올해 첫 샤인머스캣이 냉장고에 들어 있는 지금, 이 글을 적으며 급군침이 돈다).



 



그러고 보면 저자만큼이나 내게도 여름을 떠올리면 미소 짓게 하는 기억들이 제법 있었다. 저자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여행, 그 여행을 함께한 친구,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제철 과일이 주는 계절을 담은 그 맛을 따라잡기는 힘들 듯 하다) 그리고 겨울아이처럼 멋들어진 가사의 노래는 아니어도 여름에 태어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땀을 뚝뚝 흘려가며 만나러 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친구들, 무엇보다 이 더운 날씨에 나 때문에 고생했을 사랑하는 엄마.



 



리뷰를 쓸때는 한여름이었는데, 게으른 덕에 가을, 그것도 추석연휴를 맞아 마무리를 지으려니 살짝 계절이 어긋나 버렸지만, 오히려 한풀 꺾인 날씨 앞에 지난 여름의 무더위가 살짝 미화되는 듯도 하다. 그러고 보면 덥다덥다 하면서도 나는 여름을 제법 좋아한 것 같다는 자기암시와 함께 말이다.



 



   여름은 매번 내게 대단한 걸 가져다주지 않는다. 덥고, 지치고, 체력은 점점 후달리고,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사건도 딱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치만... 계속 여름이 좋으니 어쩜 좋을까.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다. 그 마음을 글로 써온 시간 역시 여름을 기다릴 때처럼 설레고 가슴 벅찼다. p.73



 





2022년 더운 여름날 만난 책^^

 



 *기억에 남는 문장



내게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 그 추억만큼 나를 키운 것이다.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여름 같은 사람이다. p.7



 



언젠가부터 코미디 프로가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는데, 인생이 코미디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p.11



 



모든 과거는 추억이 된다지만 모든 추억이 그리움이 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여름이 와도 그때의 내가 그립지 않다. 더 이상 못 그러겠으니까. 체력이 달려서. 열정이 바닥나서. 그리고 더는 그런 걸 원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그만큼 여름에 실수를 덜 하게 됐고, 이제는 이런 여름이 좋다. p.11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 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p.14



 



욕망당하지 않아도, 아름답다고 인정받지 않아도 나는 나라는 사람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 p.20



 



누군가의 조언이 곱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지만 하기 싫어서 혹은 못 해서 괴롭기 때문이 아닌가. p.23



 



어렸을 적, 여름방학을 앞두고 가장 설렜던 순간은 하루 일과표를 만들 때였다. 8절 스케치북에 커다란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칸을 나눠 할 일을 적는 시간 말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자연스레 연식이 나오는데, 내가 초등학생 때는 초등학교를 초등학교라고 불렀고, 방삭을 앞두곤 그런 식의 계획표를 만들어 학교에 제출해야 했다. p.29



 



슬픔은 대출금 같은 것이다. 애써 모른 척, 괜찮은 척해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꾸 외면하거나 도망치기만 하면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저 실컷 슬퍼하는 것으로 착실히 상환해나갈 수밖에 없다. p.37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p.50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용기는 나와 전혀 다른 이들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서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그들로부터 힘을 얻은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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