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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
- 작성일
- 2009.10.29
로빈슨 크루소
- 글쓴이
- 대니얼 디포 저
을유문화사
어릴 때 읽은 세계소년소녀명작문고 중에서 모험소설로 각인된 작품들이 있다.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보물섬》, 《15소년 표류기》, 《허풍선이남작의 모험》 등이 그렇다. 이제 원전의 향기가 가득 흘러 넘치는 《로빈슨 크루소》를 읽고 보니 나중에 다른 작품들도 모조리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농도 짙은 느낌이 온다. 초등학교 때 읽은 고전의 편역본과 지금 다시 읽는 완역본은 판이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 때나 지금이나 모두 재미있게 읽히지만 말이다.《로빈슨 크루소》는 서구 자본주의의 본격적인 날갯짓을 보여주는 박물관과도 같은 작품. 그러나 당시 초딩인 나는 자본주의가 뭔지도 모를 때 이 책을 읽었었다. 물론 편역본의 역자들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개작한 것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칭찬하고 싶다. 어릴 때 아주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들 작품들이 아직까지 내 뇌리에 기억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어릴 때 읽은 문고판만으로 「고전」을 거의 다 읽어봤다고 말하는 엄청난 착각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모험의 연속이지만 결코 단순한 모험소설은 아니다. 먼저 요즘 말하는 「자기계발서」의 원조격이다, 그것도 문학성까지 갖추어서 말이다. 물질세계의 부와 정신세계의 부를 조화시키려는 근대적 갈등을 보여주는 인생역정의 드라마다. 한편으로 역경 속에서 신의 은총을 구하는 개신교적 가치를 강조하는 종교소설이자, 다른 한편으로 근면과 이해타산에 입각해 비즈니스와 부를 논하는 경제소설이다. 「위기가 기회다」라는 식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신의 은총과 섭리라는 청교도적 신념과 맞물린다. 난파되어 구사일생으로 무인도 「절망의 섬」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는 이해득실에 따른 경제적 마인드로 자신의 처지를 공정하게 평가한다. 결국 긍정적인 마인드가 부정적인 마인드보다 생존에 도움을 준다.
「이제 내 이성이 절망감을 누르기 시작하자 나는 내 자신을 가능한 한 위로하기 시작했고, 나쁜 점에 좋은 점을 대비시켜 놓아서 내 처지를 최악의 처지와 구별할 수 있는 점을 뭔가 밝혀보기로 하고서, 내가 누리고 있는 안락이 내가 겪는 비참함에 나란히 맞서도록 장부의 차변과 대변처럼 매우 공정하게 다음과 같이 적어 보았다.
(중략)
모든 것을 감안하면, 이 세상에서 그 아무리 처참한 지경이라고 해도 그 속에 부정적인 측면만큼 뭔가 감사하게 생각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의심의 여지없는 증거가 여기 있었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처지를 겪은 이 사람이 보여주는 바를 귀감으로 삼아, 여러분도 언제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면들을 찾아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나란히 풀어서 써 놓되 장부의 차변 쪽으로 기울기를 바란다.」(97-98쪽)
아울러 자본주의의 태동기에 드러난 무역과 금융에 기반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구체적으로 선보이는 소설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격동기 18세기 영국의 시대정신을 구현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시대정신이란 다름 아니라 무역과 금융을 축으로 식민지 개척에 앞장 선 상업자본주의다. 당시 영국은 카리브 해와 북미지역 식민지를 원료 생산 기지로, 서부 아프리카를 노예노동시장으로 삼아 식민경제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제국주의가 지배적이었다. 여기서 작가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태어난 대니얼 디포(1660-1731)는 부유한 장로교도 상인 집안 출신으로, 칼뱅주의, 시민계급, 영국 연합왕국의 지지자 등의 꼬리표가 붙는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부르주아간의 동등한 동업관계와 주인과 노예의 주종관계가 조명된다. 주인공은 많은 무역파트너들과 동업자들이 존재한다. 가령 브라질 농장의 동업자와 피신탁자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위계질서가 구분되는 주종관계가 대표적이다. 가령 크루소와 쥬리, 크루소와 금요일이의 관계가 그러하다. 특히 금요일이는 로빈슨 크루소의 충실한 종복인데, 이 둘은 구출자와 포로, 문명인과 야만인, 기독교도과 이교도, 스승과 제자, 주인과 수종의 관계가 된다. 크루소는 결혼을 하여 자식을 두지만, 아쉽게도 금요일이가 결혼을 해서 주인공과 함께 잘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불편이 창조를 낳고, 역경이 희망을 낳는다. 로빈슨 크루소는 인생을 통틀어 35년간 조국 영국을 떠나 있었고, 무려 28년간이나 무인도에서 생활했다. 톰 행크스가 나오는 영화《캐스트 어웨이》나 《김씨 표류기》, 그리고 리얼리티 쇼를 보면 고립된 섬에 갇힌 이들의 처절하고도 다소 엉뚱한 모험을 엿볼 수 있다. 만약 문명의 이기 중 단 한가지만을 가지고 무인도에 간다면 나는 「라이터」를 갖고 가겠다. 불을 피워 몸의 온기를 유지하고 늑대와 같은 야수로부터 안전을 꾀하려면 말이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생존기에 견주어 보면, 로빈슨 크루소는 총과 화약 등 되도록 많은 물건들을 챙겨서 그런대로 풍족하게 생활한 편이다. 마치 보물창고를 발견한 지구최후의 마지막 인류처럼 말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모험의 연속이지만 결코 단순한 모험소설은 아니다. 먼저 요즘 말하는 「자기계발서」의 원조격이다, 그것도 문학성까지 갖추어서 말이다. 물질세계의 부와 정신세계의 부를 조화시키려는 근대적 갈등을 보여주는 인생역정의 드라마다. 한편으로 역경 속에서 신의 은총을 구하는 개신교적 가치를 강조하는 종교소설이자, 다른 한편으로 근면과 이해타산에 입각해 비즈니스와 부를 논하는 경제소설이다. 「위기가 기회다」라는 식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신의 은총과 섭리라는 청교도적 신념과 맞물린다. 난파되어 구사일생으로 무인도 「절망의 섬」에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는 이해득실에 따른 경제적 마인드로 자신의 처지를 공정하게 평가한다. 결국 긍정적인 마인드가 부정적인 마인드보다 생존에 도움을 준다.
「이제 내 이성이 절망감을 누르기 시작하자 나는 내 자신을 가능한 한 위로하기 시작했고, 나쁜 점에 좋은 점을 대비시켜 놓아서 내 처지를 최악의 처지와 구별할 수 있는 점을 뭔가 밝혀보기로 하고서, 내가 누리고 있는 안락이 내가 겪는 비참함에 나란히 맞서도록 장부의 차변과 대변처럼 매우 공정하게 다음과 같이 적어 보았다.
(중략)
모든 것을 감안하면, 이 세상에서 그 아무리 처참한 지경이라고 해도 그 속에 부정적인 측면만큼 뭔가 감사하게 생각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의심의 여지없는 증거가 여기 있었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처지를 겪은 이 사람이 보여주는 바를 귀감으로 삼아, 여러분도 언제나 자신을 위로할 수 있는 면들을 찾아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나란히 풀어서 써 놓되 장부의 차변 쪽으로 기울기를 바란다.」(97-98쪽)
아울러 자본주의의 태동기에 드러난 무역과 금융에 기반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구체적으로 선보이는 소설이다. 《로빈슨 크루소》는 격동기 18세기 영국의 시대정신을 구현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 시대정신이란 다름 아니라 무역과 금융을 축으로 식민지 개척에 앞장 선 상업자본주의다. 당시 영국은 카리브 해와 북미지역 식민지를 원료 생산 기지로, 서부 아프리카를 노예노동시장으로 삼아 식민경제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제국주의가 지배적이었다. 여기서 작가는 당대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태어난 대니얼 디포(1660-1731)는 부유한 장로교도 상인 집안 출신으로, 칼뱅주의, 시민계급, 영국 연합왕국의 지지자 등의 꼬리표가 붙는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부르주아간의 동등한 동업관계와 주인과 노예의 주종관계가 조명된다. 주인공은 많은 무역파트너들과 동업자들이 존재한다. 가령 브라질 농장의 동업자와 피신탁자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위계질서가 구분되는 주종관계가 대표적이다. 가령 크루소와 쥬리, 크루소와 금요일이의 관계가 그러하다. 특히 금요일이는 로빈슨 크루소의 충실한 종복인데, 이 둘은 구출자와 포로, 문명인과 야만인, 기독교도과 이교도, 스승과 제자, 주인과 수종의 관계가 된다. 크루소는 결혼을 하여 자식을 두지만, 아쉽게도 금요일이가 결혼을 해서 주인공과 함께 잘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불편이 창조를 낳고, 역경이 희망을 낳는다. 로빈슨 크루소는 인생을 통틀어 35년간 조국 영국을 떠나 있었고, 무려 28년간이나 무인도에서 생활했다. 톰 행크스가 나오는 영화《캐스트 어웨이》나 《김씨 표류기》, 그리고 리얼리티 쇼를 보면 고립된 섬에 갇힌 이들의 처절하고도 다소 엉뚱한 모험을 엿볼 수 있다. 만약 문명의 이기 중 단 한가지만을 가지고 무인도에 간다면 나는 「라이터」를 갖고 가겠다. 불을 피워 몸의 온기를 유지하고 늑대와 같은 야수로부터 안전을 꾀하려면 말이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생존기에 견주어 보면, 로빈슨 크루소는 총과 화약 등 되도록 많은 물건들을 챙겨서 그런대로 풍족하게 생활한 편이다. 마치 보물창고를 발견한 지구최후의 마지막 인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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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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