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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il67
- 작성일
- 2022.9.12
안녕을 위하여
- 글쓴이
- 이승연 저
초록비책공방
이 책은 서론부터 맘에 들었습니다. 이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 뒷얘기를 가끔 들었던 터라 서론이 궁금했는데 서론을 읽으면서 빨리 본론을 읽고 싶단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영화쟁이라고 불러도 될듯한 작가의 신작 <안녕을 위하여>는 코로나의 소용돌이에서 오랜 시간 칩거하며 써내려간 역작입니다. 책을 쓰는 동안 여러 해가 흘렀고 코로나의 성격도 변하면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버렸다는 작가의 푸념도 전해 들었고 책 표지 때문에 고생했단 얘기, 출판 시점을 놓쳤다는 걱정도 들었는데 그 모든 걱정과 근심은 기우였나 봅니다. 책은 그런 푸념이 무색하게 단단했고 코로나와 상관없이 가슴을 파고들었으니까요.
이 책은 영화 한 편, 그리고 연관된 책 한 권을 가지고 한 꼭지의 얘기를 풀어냅니다. 영화가 관련된 것이니 대부분 말랑말랑한 얘기겠지 생각할 수 있을텐데... 아닙니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사회정의, 노동, 죽음, 결혼제도, 교육, 죽음과 삶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이 어려운 주제들을 한때 정당에 몸담았던 젊은 정치지망생의 패기를 살려 치열하고 치밀하게 또박또박 풀어나갑니다. 마치 작가가 제 앞에서 손을 저어가며 열정적으로 얘기하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책이 말랑하게 느껴지더군요. 그 무거운 주제들에도 불구하고요. 이 책에서 제일 많이 다루는 주제는 ‘사랑’입니다. 그래서죠. 그 무거운 주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랑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주변의 문제들은 하나같이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 문제들에 대하여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한 관계를 인식하고 이웃의 불행에 눈을 감지 않으며 함께 비를 맞고 사랑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더군요. 뻔한 소리를 하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우리라는 말을 되찾기 위한 과제><기적은 변화가 아니라 시도이다><사람 사이에 답이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소제목들입니다. 이 책은 관념에 사로잡힌 작가의 독백이 아닙니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할 수 있는 시도들을 작가는 제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책 여기저기에서 작가 자신의 체험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체험 덕분에 이 책은 더 단단해 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체험은 상당히 보편적입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리 모두 비슷한 경험을 해왔거든요. 그걸 글로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뿐.
이 책의 가장 마지막 장은 사랑에 관한 겁니다. 저는 이 마지막 장이 참 마음에 듭니다. 사랑에 관한 이런 저런 정의가 마음에 와 닿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사랑의 ‘차이’ ‘분리’ ‘구분’에 대해 얘기하고 ‘지속성’에 높은 가치를 둡니다. 그리고 사랑은 정성과 재연이 요구되는 행위라고 역설하더군요. 맞습니다. 저도 늘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었거든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저를 포함해 모든 분이 사랑에 대한 부단한 사유 속에서 삶의 가치를 높이고 마침내 영원한 사랑을 이루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다시 사랑, 오직 사랑!”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작가와 사랑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게 가장 걱정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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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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