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리뷰

MiccaKim
- 작성일
- 2022.9.17
일의 역사
- 글쓴이
- 제임스 수즈먼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현대 사회에서 ‘일’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또한 자아 실현의 도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리임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하지 않으면 현대 문명은 무너져 내릴 테니까요.
일은 현대 문명을 떠받들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 개념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일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그대로 두고, 과연 일은 언제부터 우리의 삶을 이렇게 옭아매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볼 필요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 의문을 찾는 과정에서 “일의 역사 (제임스 수즈먼 著, 박한선, 김병화 共譯, RHK, 원제 : Work: A History of How we spend our Time )”는 흥미로운 실마리를 던져주는 책입니다.
경제학자들이 바라보는 문제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바로 희소성의 문제이지요. 자원의 희소성으로 인해 인간은 경제활동을 영위하고, 이를 위해 노동, 즉 일을 한다고 가정합니다. 물론 엄청난 단순화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말이죠.
인류학자인 저자는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합니다. 경제학자들의 관점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인간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기적으로 진화했으며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영원히 만족시키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노동에 시달리는 저주를 받았다는 주장으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현대에도 수렵채집으로 살아가는 종족을 연구하면서 이러한 경제학자들의 관점에 대한 반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무한한 욕구와 유한한 수단 사이의 연옥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며 농경에서 시작되었다고 바라보면서 그에 대한 논증을 이어갑니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조현욱 譯, 이태수 監, 김영사, 원제 :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라는 책을 통해 인간을 노동에 시달리게 만든 농업 혁명을 가리켜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 칭한 바 있습니다. 최근 많은 학자들은 농업 혁명 이전, 즉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굶주림에 시달렸다는 증거는 없다고도 합니다. 즉, 농업 혁명으로 인해 인류라는 종은 엄청나게 번성했지만 인간 개개인은 과거보다 삶의 질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 책, “일의 역사”는 사회인류학 전문가인 저자가 인류학적 관점에서 인류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어떻게 변해왔는가를 통사적으로 살펴보면서 농경, 농업혁명으로 인해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린 이 시대를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이제 어쩌면 AI와 로봇으로 인해 머지 않은 미래에 인류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미래에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믿음을 빼앗겨 버리는 미래가 유토피아가 될 지, 아니면 디스토피아가 될 지 이 책은 그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노동의 변화에 대한 역사적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그 답을 구하는 과정에 레퍼런스가 될 수 있는 책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의역사, #제임스수즈먼, #박한선, #김병화, #RHK, #책과콩나무, #인류학, #번아웃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에 따라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