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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파만권
- 작성일
- 2022.9.18
같이의 세계
- 글쓴이
- 최정화 외 1명
니들북
1인가구와 2인가구의 세계는 숫자 1의 차이만큼의 간극이 존재한다.
1인이라고 해서 오롯이 혼자인 것도 아니고 2인이라고 해서 언제나 함께인 것도 아니다.
운신의 폭에 제한이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활발한 소통이 이어졌던 것처럼 완전한 고립이나 외로움은 옛말인 것 같다. 자의가 아닌 이상은 말이다.
소설가와 에세이트인 두 명의 저자가 일상의 소소함을 글로 주고받는 책에서 ‘혼자라서 외롭고 함께여서 즐겁다.’ 라는 이분법은 보이지 않는다.
아주 조금의 부지런함과 유연함, 어느 정도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같이 잘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고양이 한 마리와 여러 종류의 식물들과 살고 있는 소설가와,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평온하게 생각하는 에세이트의 일상의 세계는 언뜻 비슷해 보인다.
보통의 고양이보다 조금 더 까탈스로운 고양이를 돌봄에 있어서 소설가는 나름대로 전략을 구사한다. 무시했다가 방법을 바꿔봤다가 그냥 원하는 대로 해주기도 하는 양을 보면 2인가구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대화가 통화지 않으니 감정소모가 배로 든다. 식물들도 마찬가지다.
차라리 사람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내를 만나기 전과 후로 인생이 나뉜다는 에세이트는 어떤가.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행복해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함께 있지는 않는다.
하루 세 시간, 각자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두 사람의 애틋한 감정은 한결같다. 지속된다. 작은 일에 참을 수 없는 화가 솟구칠 때도 어느 한 사람의 다독거림은 중요하다. 게으름을 부리고 싶을 때도 부지런함을 유도한다. 대화가 통하니까.
아직은 비혼인 소설가는 고양이와 식물의 상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살피는 것으로 같이 의 세계를 정의하고 언제까지나 비혼이겠거니 여겼던 에세이트는 아내와의 좋은 관계를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같이 의 세계를 공유한다.
굳이 대화가 통하는 상대와 한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함께, 같이 여야 하는 시대가 아님을 상기시켜준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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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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