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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북
- 작성일
- 2022.9.22
마의 산 (상)
- 글쓴이
- 토마스 만 저
을유문화사
마의 산(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I 을유세계문학)
제1차 세계대전 후에 완성된 마의 산은 ‘전쟁’ 그 이름만으로도 미래를 내다 볼 수 없는 죽음과 또 과거에만 집착하였던 것에서 벗어나 앞으로의 삶과 미래를 적극적인 휴머니즘로 향해 간 인간의 정신적 변화 과정을 자세히 묘사한 작품입니다. 워낙 방대한 페이지에 주눅이 들어 선뜻 읽지 못하다가 마침에 읽은 작품입니다. 1912년 토마스 만의 배우자가 폐렴으로 다보스 요양소에 입원하였고 3주간 그곳에 머물면서 얻은 체험을 토대로 쓰여졌으나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완성되기까지 무려 12년이 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오랜시간 공들인 결과 마의 산은 토마스 만에게 1929년 노벨문학상의 영광을 안겨 주었습니다.
23세의 평범한 청년 카스토르프는 취업을 얼마 앞두고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다보스 요양원에 사촌 요아힘을 방문차 3주 예정을 잡아 들른 곳에서 안타깝게도 쉽게 나올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무려 7년을 지내게 되면서 일어난 일입니다. 요양원에서의 일상은 비교적 단조롭고 지루했습니다. 먹고, 대화하고, 누워 있고, 치료를 받는 일, 또 하루 중 다섯 번 하게 되는 풍성한 식사는 일곱 개의 식탁이 갖추어져 있는 식당에 차려지며, 환자, 요양객들은 그곳으로 모여드는데 대화는 예사롭지 않고 평범하지 않았으며 토론장을 방불케 하며 서로 다른 의견과 견해로 다툼이 일어나는 곳이었습니다. 누가 요양원이 조용히 쉬는 곳이라 했을까요?
주인공 카스토르프의 내면 성장을 위해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인물은 제템브리니, 나프타, 쇼샤, 페페르코른 가 등장합니다. 제템브리니는 합리주의자이며 진보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문주의자입니다. 그는 '육체는 바로 정신'이라는 일원론자로서, 본질적으로 죽음의 세계에 친근감을 느끼는 카스토르프를 이성과 진보의 믿음이 존재하는 의무와 일의 세계인 평지 세계로 되돌려 보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합니다. 쇼샤는 키르키스인 눈처럼 회색을 띤 매력적인 푸른 눈과 관능적인 외모를 소유하고 있으며 질병과 죽음을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엄밀히 말해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는 것,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그것에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것에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것 자체를 주된 목적으로 삼으며, 가까스로 이에 성공하자마자, 또는 그런 후에 또 다시 이를 포기하고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에는 무언가 색다른 마이 있다. --- 상권 p.201
카스토르프가 산상 요양원에 입원한 지 7개월 후 사육제 날 저녁에 쇼샤에게 사랑 고백을 합니다. 사랑을 고백하는데 장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나프타는 예수회원 교도이며 허무한 반자본주의자입니다. 육체를 타락되고 부패한 것으로 생각하고 건강을 비인간적인 것으로 보며, 오히려 병과 죽음을 찬양하는 특이한 생각을 가졌습니다 '육체란 자연이며, 그 자연은 정신과 대립된다'고 하는 이원론자로서, 진보주의자 제템브리니와 자주 충돌하고 논쟁을 벌입니다. 책의 내용은 주로 사상과 이념이 맞지 않아 충돌하는 내용이 많이 나옵니다. 죽음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 미래만을 구하는 이상주의자 제템브리니와 광신적으로 신의 나라의 절대성을 주장하는 나프타가 갈등하며 결국 결투 장면이 나오면서 그 대목이 인상적이며 오래 남았습니다. 제템브리니와 나프타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 주인공 카스토르프의 태도는 확정하거나 결단을 내리지 않는 신중함도 보였으나 답답한 면도 있습니다.
저자 토마스 만은 나치에 비판적이었고 각종 평론을 통하여 독일 시민계급에게 그 위기를 호소했습니다. 1933년 히틀러가 정권을 장악하자 국외 강연 여행에 나선 그는 그대로 망명생활에 들어가 스위스에 거주하며 독일의 국내 사정을 조용히 살피면서 구약성서 중의 <창세기>에서 취재한 4부작 <요셉과 그 형제>를 발표합니다. 병을 고치는 요양원이지만 죽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곳 병과 죽음이 지배하는 요양원에서 카스토르프는 하산하고 현실적 삶으로 방향을 돌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가 전쟁에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겨지게 됩니다. 죽음 앞에서 묻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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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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