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TEDDY
- 작성일
- 2022.9.30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 글쓴이
- 백승만 저
동아시아
흔히들 전쟁과 약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이 둘 사이에는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질병을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전쟁 중 우연하게 발병한 수많은 질병들 때문에 전쟁의 승패가 좌우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군은 교착상태에 빠진 중일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페스트균을 살포했다고 한다. 민간인의 피해를 예상했음에도 저질렀으니 정말 극악무도하다.
실제로 전쟁에 질병을 이용한 건 일본군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앨런 튜링을 비롯한 수학자들이 큰 활약을 했던 것처럼, 전쟁에서는 직업군인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의사와 과학자 등이 군에 동원되었다. 의사가 대장이 되어 지휘한 사례도 있었다. 각종 질병으로부터 아군을 지키기 위해 그들의 지식은 꼭 필요했다. 전시상황은 열악했고, 많은 군인들이 좁은 막사 안에 모여서 지냈기 때문에 그야말로 전염병이 퍼지기 딱 좋은 환경이었을 것이다.
보통 ‘전쟁’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면은 서로 총을 발포하며 싸우는 군인들의 모습이다. 또는 배 위에서 대포를 폭격하는 해상 전투 장면.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전쟁 장면은 보통 이러했다. 하지만 총기나 대포, 전술보다 더 무섭고 잔인했던 건 오히려 화학전이었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자연의 섭리와 과학기술을 이용하다니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그 당시에는 승기를 잡기 위한 하나의 방법에 불과했을 것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미국이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라덴을 찾아낸 방법이다. 테러 이후 빈라덴은 잠적했고, 그 근거지를 수색하는데는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마침내 2011년 5월 2일, 미국 특수부대는 빈라덴을 사살했다. 그런데 CIA는 10년간 꼭꼭 숨어 있던 빈라덴의 은신처를 어떻게 알아냈을까? 이 배경에는 백신 접종 정보가 있었다. 백신 접종을 위해 병원을 찾은 빈라덴 자녀의 DNA 정보를 통해 주소를 알아냈던 것이다.
의료와 과학기술, 개인정보의 힘은 정말 대단한데, 이렇게 치명적인 만큼 악용의 여지가 있어 무섭기도 하다. 2020년 등장해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모두 QR코드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과 백신 이슈를 직접 겪은 터라 남 일 같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끝물이라고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우리의 현실이었고, 또 언제 어떻게 마주할지 모르는 팬데믹 때문에 이 책을 더 흥미롭게 읽었다.
독극물로 사냥한 동물을 섭취해도 인체에는 아무 문제 없는 이유, 도파민을 만들어서 알약으로 먹어도 소용없는 이유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전쟁과 약을 둘러싼 인문학 보따리에 관심이 있다면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꼭 읽어보세요! 그리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도 같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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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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