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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H
- 작성일
- 2022.10.3
아주 구체적인 위협
- 글쓴이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기획
동아시아
기후위기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가? 스스로 자문해보았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친구가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여줬었다. 우리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더 이상 우리가 살 지구를 파괴하지 말아달라’며 앳된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는 영상이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과 수치스러움, 방관하고 있었다는 죄책감이었다. 환경 관련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고, 강연을 듣고, 책을 찾아 읽었다. 이 정도면 나름 기후 위기를 깊이 인지하고 있다고 자만할 만큼. 결국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던진 자문에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발하였고, 알고 있는 것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었으므로.
『아주 구체적인 위협』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7명의 저자가 각각 인권, 식량, 건강, 교육, 노동, 주거 등의 분야에 기후위기가 미칠 ‘아주 구체적인 위협’을 명시한 책이다. 각 챕터는 짧은 창작 에피소드와 함께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정확한 수치와 도표, 보고서 등과 함께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되며, 기후위기의 위협과 맞닥뜨린 실제 사례들은 코앞까지 다가온 위기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육류 소비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애용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의 정의正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기후 위기와 여성인권, 부동산, 정치, 전쟁, 바이러스, 경제성장에 대해서는? 기후 위기는 그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계를 향한 위협이므로 그 피해는 삶의 모든 분야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음에도, 나의 기후위기는 아주 편협하고 단편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팟캐스트에서 한 환경운동가분이 ‘기후위기란 내가 좋아하는 걸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북극의 북극곰을 겨냥하던 위협의 화살은 이제 정확히 우리에게 향하고 있다. 인간은 자만과 망각의 동물이므로 이 심각한 위협을 자주 인지하고 각성해야 한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내가 보았던 영상 속 어린 학생의 구호가 되길 바란다.
- 선진국들은 기후위기의 당사자가 되고 나서야 '기후위기는 21세기 인류가 맞이한 최대 위기'라고 말하기 시작했다.(27쪽)
- 우리는 마을에서 가장 잘 사는 10명 중 한 명으로서, 마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기후정의'다.(30쪽)
- 온실가스 누적배출량이나 현재 배출량 등 어떤 데이터를 봐도 기후위기에 책임은 선진국에 있는데, '기후위기에 대한 공동 대응'이라는 미명하에 개발도상국들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32쪽)
- 기후정의를 지지하는 이들은 성평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여성을 자연과 같이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하거나 여성의 의견이나 피해를 무시하기 일쑤인 인식부터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40쪽)
- 다시 말해, 지금 당장 모든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평균기온은 100년 정도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45쪽)
- 그 과정에서 철도가 자동차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나 교통약자들의 행복도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49쪽)
- 기후위기를 촉발시킨 현 세대는 기득권을 주장할 수 없는 입장이며, 미래를 지켜나가야 할 막중한 과제를 부여 받은 청년들은 '대견한' 존재가 아니라 동료이자 기후위기를 함께 막아내야 하는 동맹군이다.(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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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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