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dx1122
  1. 기본 카테고리

이미지

도서명 표기
진지하면 반칙이다
글쓴이
류근 저
해냄
평균
별점9.4 (17)
dx1122



 이건 무슨 책이지?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생각해낸 내 첫 감상이다. 그의 시는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으나 KBS 역사저널 그날에서 알게 된 시인 류근. 프로그램 말미에 출연자들이 돌아가면서 짧게 남긴 소회에, 무릇 마음에 와닿는 글귀에 시인은 이래서 시인이구나. 싶었던 사람이다. 그런 감상을 지닌 사람이었음에도 그 시인의 책은 한 번도 들춰보지 않았다가 이 에세이를 읽으려 하니,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인가.



 아무튼 첫 질문의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운문을 뛰어넘고 산문을 뛰어넘은 류근의 문장은 하나의 새로운 장르다. 류근이라는 장르. 지금은 고인이 되신 소설가 이외수의 평이다. 비록 카테고리는 에세이지만, 이것을 에세이로 읽으면 안 될 것 같다. 이 글의 집합체는 그냥, 류근이라는 장르다.



*



시인이라 그런 걸까.



 류근의 에세이 묶음집은 수많은 글들이 짧게 묶여진 글들이 주는 울림은 확연하게 다르다. 그만큼 우리나라 문학 교육, 시 교육이 잘못돼 있습니다. 감상은 없고 분석과 평가만 있습니다. 시계를 해체해놓고 시간을 묻는 경우입니다(p24)라는 문장은 한동안 나를 멍 때리게 만들었다.



맞는 말이다. 학창 시절 문학 시간에 시에 대해 배운 것은 시에 대한 해석이지, 시를 어떻게 읽는가- 어떻게 느껴야 제대로 감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 그저 수능에 집착한 수업만 남았을 뿐.



*



에세이가 그저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한두 가지 주제를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으로 논하는 비허구적 산문(네이버 백과사전)에 그치지 않고, 류근이라는 장르 빗대어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나 할까.



*'



 그래서 작정하고 읽으면 하루도 안되어서 읽었을 책의 두께를, 두고두고 곱씹으며 천천히 읽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소비하는 게 아까워서-라고 표현해도 될까. 너무나도 친숙한 그의 환경과 심연을 파고드는 표현에 나는 읽는 내내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것도 너무 좋은 문장인데, 두 줄 뒤 다음 문장도 너무너무 좋은 문장이야.



그래서 술과 함께한 책이기도 했다. 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그와 동화되는 느낌에는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제격일 것 같아서 말이다. 술은 감성을 폭발시킨다고 했던가. 여느 글들은 술과 함께 해야 그 진정한 의미를 알 것도 같아서 말이다.



 술과 함께 전하는 나보다 더 외로운 나에게 전하는 위로. 어느새 나는 그 누구보다 깊이 그의 글을 체감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dx1122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3.7.19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7.19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3.7.10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7.10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3.5.23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5.23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98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59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16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