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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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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글쓴이
백승만 저
동아시아
평균
별점9.5 (39)
ena

흔히 전쟁은 혁신의 기회라고 한다. 전쟁은 국가와 사회가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계기이기 때문에 그렇다. 현대로 올수록 과학기술의 그 모든 것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기도 하다. 질병과 관련해서, 그리고 질병을 치료하는 약과 관련해서도 당연히 전쟁은 중요한 계기가 되어 왔다. 전쟁을 통해 전파되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질병이 있는가 하면, 전쟁 기간 동안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개발된 약도 있으며, 전쟁을 계기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나선 이들도 있다.



 



생각해보면 질병과 약의 역사 중 전쟁과 상관없는 것이 거의 없을 듯하지만, 이렇게 전쟁과 관련지어 질병과 약에 대해서 살핀 책도 별로 없는 듯하다. 관점을 조금만 틀어서 보면, 똑같은 것도 달리 보이고, 또 얘기할 거리도 늘어난다는 것을 이 책을 봐도 알 수 있다.



 



전쟁에 이용된 질병이 있다. 생물학무기란 말이 있기도 전에 사람들은 질병을 전쟁에 이용했다. 페스트로 죽은 사람을 성 안으로 던져 넣고, 우물에 빠뜨리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제국주의 일본이 만주에 731부대를 통해 실제로 시도한 일도 그런 것이었다. 마약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 것도 전쟁을 통해서였다. 전쟁은 많은 사람들의 정신을 피폐하게 만들기에 사람들은 다른 세상을 꿈꾼다. 그 방편으로 찾는 것이 마약이라는 것이다. 마약이 전쟁을 위해서, 전쟁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통증 치료를 위해 사용된 모르핀은 좀 다르긴 하다), 전쟁은 마약의 유통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것만은 맞다.



 



각기병이나 괴혈병 역시 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이고, 그것이 전쟁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지만, 러일 전쟁의 상황을 보면 그 질병의 정복이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말라리아는 더 분명하다. 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 전쟁에서 말라리아에 대한 정복은 전쟁의 승패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었고, 따라서 치료제 개발은 사활을 건 문제였다.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많은 언급하는 스페인 독감이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마찬가지로 페니실린 대량생산 계획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비밀스런 작전 둘 중 하나(하나는 원자폭탄 개발)였다는 것, 그리고 페니실린이 전쟁의 승리에 공헌했거나, 혹은 전쟁 중의 많은 목숨을 살린 이야기 역시 상식이다. 그런데 그 상식을 넘어선 이야기들에 대해서 여기서 읽게 되는데, 그런 이야기들, 혹은 과학의 발전이 코로나19의 극복, 나아가 앞으로 필연적으로 닥치게 될 다른 감염질환에 대해 대비하는 데 분명히 필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



 



역시 전쟁은 질병을 더 명확히 보도록 해서 약을 개발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 의학, 혹은 약학이 더 빨리 발달하기 위해서 전쟁이 꼭 필요한 것일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저자도 지적하고 있듯이, 현대에는 전쟁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약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전쟁을 통해서 질병과 약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전쟁의 효용성이나, 낭만 같은 것을 들여다보자는 게 아니다.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서 질병의 극복을 꿈꾸었는지를 알고, 전쟁이 아닌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역량과 자세를 갖추자는 것이다. 일단 전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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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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