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후회가 없다면, 그건 잘살고 있는 인생일까? 후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산다고는 하지만 열심히 산다고 후회가 없는 건 아니다. 인생은 매일 똑같지 않고 다양한 감정에 의해 널을 뛴다. 나에게 후회되는 순간이 있었던가? 나에게 미련이 남았던 시절이 있었던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행동이나 말을 하게 될까? 다시 돌아갈 수 없기에 인생에는 미련도 후회도 남는 것 같다. 마음속 응어리진 고민이 풀어진다면, 그런 곳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가보고 싶을까?

인적 드문 작은 동네. 이곳에는 오르골 가게가 있다. 이곳의 신비로운 장인은 손님에게 딱 맞는 음악을 추천한다. 오르골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은 마음속에 응어리진 고민이 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소년을 키우는 어머니, 음악에 대한 꿈을 포기하게 된 소녀, 슬럼프에 빠진 피아니스트, 살아생전 사이가 나빴던 아버지 제사에 귀향한 남성, 떠나간 여인에 대한 그리움에 빠진 남자, 오랜 세월 함께한 아내가 쓰러지자 걱정하는 노인 등.

서로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살았다면 후회나 미련은 없었을까? 하지만 관계란 참 이상하다. 내가 가진 감정을 100% 쏟아내며 살 수 없다. 적당히 감정을 숨겨야 하고 적당히 내밀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제일 어려운 것 같다. 리뷰를 쓰는 지금,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자신의 말실수로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것 같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건 그냥 들어주는 거다. 어차피 당사자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실수를 실수로 인정해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관계는 계속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끊어지는 관계가 되겠지.

사람과의 관계는 억지로가 될 수 없는 것 같다. 내 곁에 있을 사람은 있게 되는 것이고 떠날 사람은 떠나게 그냥 둬야 하는 것. 나에겐 아이도 있고 남편도 있고 시댁 식구와 친정 식구가 있다. 친한 친구들이 있고 친한 지인들이 있고, 70~50% 정도만 친한 사람들도 있다. 모두에게 만족한 관계는 없겠지만 노력하며 산다. 그리고 상상해 본다. 우연히 지나가다 보인 오르골 가게. 그곳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음악을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지. 그 음악 덕분에 왈칵 눈물이 날 수도 있고, 위로가 될 수 있고, 웃을 수도 있다면 사게 될 것 같다. 오늘처럼 눈 온 뒤의 우울한 하늘이라면 내 마음은 어떤 음악이 위로해 줄까?

오늘은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이란 노래를 듣고 싶다.

아직도 너의 소리를 듣고 / 아직도 너의 손길을 느껴 / 오늘도 난 너의 흔적 안에 살았죠

아직도 너의 모습이 보여 / 아직도 너의 온기를 느껴 / 오늘도 나 너의 시간 안에 살았죠

길을 지나는 어떤 낯선 이의 모습 속에도 / 바람을 타고 쓸쓸히 춤추는 저 낙엽위에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에 니가 있어 그래 / 어떤가요 그댄 어떤가요 그댄

지금도 난 너를 느끼죠 / 이렇게 노랠 부르는 지금 이 순간도 / 난 그대가 보여 /

내일도 난 너를 보겠죠 / 내일도 난 너를 듣겠죠 .... (이하 생략)

위로될 수 있고 위안 될 수 있는 노래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넬의 노래를 들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