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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글쓴이
김미리 저
휴머니스트
평균
별점8.2 (43)
다다
두 아이를 돌보면서 일러스트레이터라는 이름으로 내 일을 만들고 가꾸기 시작한 지 3년이 지났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첫 게시글을 올린 때가 2019년 12월 4일이었는데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 길을 눈을 감은 채 손을 뻗어 더듬더듬 걸어온 것 같은데 돌아보니 꽤 많은 발자국이 남았다. 12월 4일이라는 내게 의미 있는 날짜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흘려보낸 것도 연말까지 이어져 있는 외주 작업 때문이니 주어진 상황이 감사하게만 느껴진다.

며칠 전에는 몇 주간 고민했던 브랜드 로고 제안을 마무리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주 예약해 둔 슈톨렌을 찾기 위해 과자점을 찾아 사장님이 정성 들여 만드신 티그레와 따뜻한 티를 앞에 두고 친구가 빌려준 책을 꺼내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

‘어느 날 아무렇지 않게 톡 하고 내어놓은 것처럼 보이는 열매들이지만, 변화무쌍한 계절과 일기를 자기 안으로 쌓아온 여러 날이 있었다. 이제는 그걸 알기에, 대추나무가 더 장하고 기특했는지 모른다. - 김미리,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p.120’

작은 텃밭에 심은 대추나무가 첫해는 열매를 맺지 않고 그다음 해에 열매를 맺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라고 여긴 일도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겹겹이 쌓아온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는 작가의 글이 내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었다. 변화무쌍한 계절과 일기를 겪으며 맺은 대추 열매를 보면서 얼마나 애틋했을지, 알이 굵지 않아도 제법 모양과 색을 만들어 낸 대추 한 알이 왠지 내 모습 같아서 대추 열매 사진을 오랫동안 들여다보았다.

조용하고 다정한 공간에서 한숨 고르며 채운 에너지로 다음 날엔 다시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어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할 일이 많아서 집에서 보냈는데 오전 10시를 가리켰던 시계가 어느새 4시에 닿아 있는 걸 보고 굳은 어깨를 풀어 주었다. 전날 먹은 저녁 반찬과 국을 냉장고에서 꺼내 그대로 데워 먹기만 하면 되는데 몸도 마음도 바삐 보낸 탓에 점심도 놓치고 말았다.

‘자기 몫의 하루가 버겁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늘 마음이 여유로워 다른 이를 도닥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자꾸만 안으로, 안으로만 향하는 시선을 밖으로 옮겨보기로 한다. - 김미리,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 p.201’

점심도 거른 채 보낸 하루였지만 제안한 로고가 마음에 든다는 회신에 그동안 고민했던 시간과 노력을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고생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에 배고픔도 잊은 채 아이들 하원을 위해 서둘러 집을 나섰다. 엄마이자 나로 사는 삶. 그 안에는 분명 기쁜 순간만큼 버겁고 힘든 순간도 많지만 나를 인정해주는 한 마디에, 자기 몫의 하루를 보내고 마주한 아이들의 반가운 몸짓에 동그랗게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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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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