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 카테고리

작은악마
- 작성일
- 2022.12.9
얼굴 없는 살인자
- 글쓴이
- 헨닝 만켈 저
피니스아프리카에
헨닝 망켈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두 작가에게 영향을 받아 ‘복지국가 이면의 어두운 실상’에 대해 속속히 파내는 책을 시리즈로 냈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작가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는 1960-1970년대 스웨덴 사회를 반영하였고, 헨닝 망켈의 <발란데르 시리즈>는 1990년대 사회를 반영했다.
고전 소설인 것과 그 시대의 과학 발전을 따져도 현재를 사는 독자로써 수사가 정말 더디다.
사건을 해결하기까지 무려 반년이나 걸린다. 예전에 [로재나]를 읽을 때에도 느꼈지만, 그때에 비해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수사 진행은 더디다. 어찌 보면 마르틴 베크의 [로재나]나 [얼굴없는 살인자]가 오히려 현실 반영을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로재나]에서도 사회의 허점이나 어두운 면을 많이 부각시키며 독자에게 깊은 생각거리를 주었는데,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비슷하게 생각거리를 많이 쥐어주었다.
[로재나] 리뷰에서도 썼듯이 빛 좋은 개살구가 맞고, 사람 사는 덴 다 똑같단 생각도 했다.
그래도 ‘어찌되었던 복지국가는 맞네.’ 싶었던 부분도 많았다.
추가 근무 수당을 칼같이 받는다는 점. 그 수당으로 일주일 여행 갈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 여름휴가가 한 달이라는 점. 수사가 끝나지 않았는데 휴가를 갈 수 있다는 점...
또 난민 문제는 70년대나 90년대나 2020년대나 크게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그는 스웨덴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언론과 담화 등을 통해 떠오른 이민에 대한 일부 의견에 공감했다. 정부와 이민 기관은 망명을 취하는 개개인이 어떤 사람인지 실질적으로 파악하고 있을까? 누가 정말 난민이고 누가 기회주의자인지? 온전한 구분은 가능할까? 현 난민 정책이 혼돈 상황에 빠지지 않고 장기간 운용될 수 있을까? 난민 수용의 상한선이 있을까?
p.329
"여기에 거주 허가 없이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 줄 아십니까?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그들은 서류를 위조하고, 서로 이름을 바꾸고, 불법적으로 일하며 함께 삽니다. 검문 한 번 당하는 일 없이 스웨덴에서 평생을 살 수도 있죠. 아무도 그걸 믿고 싶어 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갑니다.“
p.355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이름과 지역명이 너무 헷갈렸다는 것이다. 지역명이 이름 같고, 이 이름이 그 사람이었는지, 저 사람이었는지 계속 뒤적여보며 읽었다. 책을 거의 다 읽을 때까지. 다음 시리즈를 읽을 땐 지금보다 많이 익숙해져 있을 거지만.
내용 중간 중간 일에 치여 정작 본인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못해 여러 갈등과 고민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의 갑갑한 심정과 그로 인한 상황들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안쓰럽긴 했지만, 책이 지루하진 않았다.
그는 위가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난 많은 걸 억누르고 있어. 그는 생각했다.해야 할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나에겐 시간이 없어. 난 죽은 자를 위해 살인자를 찾는 중이고 산 자에게는 신경 쓸 여유조차 없어. 뒤숭숭한 순간에 그의 의식은 온통 단 한 가지 욕구에 차 있었다. 벗어나기. 달아나기. 사라지기. 새 삶을 시작하기.
p.128
사건의 전개가 엄청 느리지만 지루하진 않았다.
돌파구라 생각했던 여러 길이 다 막히고 엉뚱한 길임을, 처음 가졌던 단서가 유일한 길이였음을 아는데 책 한권이 다 끝나갈 때쯤 찾아낸다.
느릿하고 답답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모든 경찰, 형사, 검사, 변호사 등. 여러 직업들이 매 사건을 맡을 때마다 이런 감정을 가지지 않을까?
그러다 작은 실마리, 단서라도 찾으면 고지가 머지않은 거처럼 열정적이었다가 막다른 길임을, 잘못된 길임을 알게 되면 좌절하고, 실망하고... 그럼에도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새롭게 다시 조사하고 파헤치지 않을까.
그래서 이 소설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짧은 분량이 아쉬울 뿐이다.
이 책을 읽고 제일 감명깊게 읽은 구절이있다. 요즘 많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그런지 이 구절이 위로가 되었다.
"너무 많은 실수를 했습니다." 발란데르가 말했다.
"끊임없이 실수를 해도," 뤼드베리가 말했다."자넨 결코 포기 한 적이 없어. 자넨 룬나르프에서 살인을 저지른 자들을 잡길 원했지. 그게 중요한걸세."
p.364
포기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응당 내가 원하고 바라는 걸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꺠우쳐 주었다.
책 속 한 줄
"정의란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벌을 받는다는 것만 의미하진 않네.
그건 우리가 그 사실을 찾는 것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것도 뜻하지."
p.357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