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독

나르시온
- 작성일
- 2024.3.8
빈틈의 온기
- 글쓴이
- 윤고은 저
흐름출판
솔직히 말해 에세이를 제 돈 주고 고 사본 경험이 거의 없었음에도, 빈틈의 온기를 읽어보기로 한 것은 오로지 윤고은 작가님이 대거상을 수상하였다는 기사를 얼마 전에 접했기 때문이었는데요. 빈틈의 온기를 다 읽은 지금의 제 심정을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대거상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 책을 읽어볼 수 있도록 하는데 큰 공헌을 한 점만으로도 할 일은 다 했네.' 정도가 될 듯합니다. 사실 빈틈의 온기 속 이야기들은 윤고은 작가뿐만 아니라 우리들 대부분이 겪어봤을 법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기는 합니다. 다만 저였다면 뭔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고 있냐고 치부하고 넘어갔을 생각들을 윤고은 작가님의 경우에는 그것을 발전시켜 끊임없이 앞으로 펼쳐나갔으며, 제가 그러한 일들을 겪었다면 남 부끄러워하며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주길 바랄법한 일들이라도 작가님은 그것을 기억하는 것을 넘어 세세하게 기록을 해두셨다는 점에서 아주 큰 차이점이 있었다고나 할까요. 너무나도 소설가 다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던 빈틈의 온기 속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면서,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윤고은 작가의 소설은 꼭 읽어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자주 했었던 것 같습니다.
빈틈의 온기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좋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는 있으나, 사람마다 조금이라도 더 애정이 가는 챕터가 있기 마련이다 보니 이 문단에서는 그에 대해 기록해두고자 합니다. 인베이더그래픽을 알게 해준 인베어더그래픽, 생존시간카드를 읽어보고 싶게 만든 선로를 타고 오는, 이 걸 보면서 설국열차가 떠오른 나의 머릿속이 의심스러워진 월요일의 열차, 나도 여행을 가면 언제고 반드시 해봐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엽서의 미학, 이 책을 읽던 중 가장 크게 웃었던 동작동 산오징어, 윤고은 작가 소설의 알고리듬 순서도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오게 되는 11의 산책을 위한 안내도, 이상X 문학상 이야기가 담긴 각종 행사 전문, 꽃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나왔던 이름을 모르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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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