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ena
- 작성일
- 2022.12.19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 글쓴이
- 류쉐펑 저
미디어숲
수학이 많은 ‘문제’(‘수학 문제’가 아니라)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수학이 문명의 기초가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또 많은 사람이 수학이 왜 필요하냐고 한다. 자신에게는 필요 없다고. 그래서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이 그렇게 어려울 필요가 있냐고 한다. 세상 살아가는 데 그런 고등수학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나는 개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그런 수준의 수학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 개인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그런 수준, 아니 그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수학이 필요하고, 개인이 이해하는 수학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세상을 구성하는 수학 수준도 높아진다고 얘기한다. 물론 여기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개별적인 문제 풀이 수준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시험에서 문제 풀이가 아니라 수학의 논리를 이해하고, 수학의 쓰임새를 받아들이고, 수학적 사고에 익숙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은 ‘이긴다’는 표현이 과하다고 여겨지지만 수학이 세상을 이해하고, 생활에서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학이, 수학의 논리가, 수학적 사고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세상의 문제는 수학의 공식이나 숫자를 직접 가지고 풀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당연히 그때는 수학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때도 수학적 사고로 무장했을 때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세상의 이치에 수학의 논리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이해할 때 보다 날카로운 판단을 할 수 있고, 동시에 마음이 너그러워진다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처음부터 굉장히 놀라움을 주는데, 바로 바람직한 인생관을 수학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숙명론적 인생관과 무엇이든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세계관 사이에서 수학이 얘기하는 세계관은 바로 ‘확률론적 세계관’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노력으로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열심히 노력해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확률상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바로 확률론적 세계관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세계관은 실패했을 때도 적극적인 도전을 응원한다고 쓰고 있다. 당연해보이고,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를 수학적으로 풀이해내는 저자의 세계관은 그 다음의 얘기들에도 계속 이어진다.
특히 현실적으로 와 닿는 얘기도 많은데, 누구나 아는 ‘해석’이 아니라 아무나 하지 못하는 ‘예측’을 하라는 얘기는, 정말 머리를 치는 얘기다. 많은 논문을 써왔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 왜 내가 늘 내 논문에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불만족스럽다고 여겼는지가 다 설명됐다. 거기에 더해 시행착오에 대한 얘기가 덧붙여지면서 그런 사고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즉, 모든 단계를 완벽하게 추구하는 모델과 반복 수정을 통해서 완성도를 높이는 모델을 소개하며 이를 수학의 함수에서 극한값을 구하는 과정과 비교한다. 상황에 따라서 더 나은 모델이 있을 수 있지만, 저자는 연구나 제품에 관해서 두 번째 모델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는 내가 일하는 방법과도 비슷해서 안심이 되긴 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제 분명해진다. 그는 이를 ‘완성이 완벽보다 더 중요하다(Done is better than perfect)란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복잡한 수학도 나온다. 그런데 그 수식은 보조 수단이다. 그런 수식을 아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모르더라도 수학적 사고를 할 수 있지만, 수학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다.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 그 사고와 논리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수학의 힘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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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