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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서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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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슈뢰딩거의 아이들
글쓴이
최의택 저
아작
평균
별점7.1 (7)
BGM

1.



진짜.... 역대급 책이라 한참 여운에 빠져있었다. 어떻게 이런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 건지. 물론 내가 요새 미디어건 글이건 SF관련된 것에 잔뜩 빠져있긴 하다. 이미지도 그렇고, 작업물도 그렇고.



근데 너무 좋은 걸 어떡해!





그렇다고 글이 무겁냐! 그것도 아니다. 가볍고 술술 잘 읽히는 데, 상상력도 자극하고, 창의적이고 SF적 요소도 만땅이니, 좋아할 수 밖에 없는거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



처음 <슈뢰딩거의 아이들>의 존재를 알았던 건, 거의 신간이란 신간은 섭렵하고 있던 작년인데. 심지어 책 나오기 전에 알고 있었다. 심사위원이었던 김초엽 작가님의 인스타그램에 한차례 올라온 적이 있어서, 나오면 꼭 봐야지, 하다가 정작 출간이 된 후에는 흥미가 식고, 글태기가 와서 책을 들여다보지 않았던.





두번째로 인지하게 된 건, 올해 생일쯔음이었을거다.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사놓고, 들어온 책들이 많아서 다른 걸 읽느라 두 달 가량 책장에 장식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두둥.



두시간 만에 다 읽어버렸다. 후루룩.





3.



광화문 광장에서 시행되는 가상현실 서바이벌 게임에서 유령이 등장한다는 소문이 돈다. 유령을 목격한 것은, 게임의 우승자 뿐. 모두가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그저 헛것을 봤을 뿐이라고 치부한다. 이에 우승자에게 접근하는 나, 시현은 게임을 제작자들이 졸업한 '학당' 출신이다. 그리고 학당에서도 발견된 '유령'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4.



내가 SF를 좋아하는 이유는 특별하기 그지없는 상황에, 현실반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고대 이집트에 기록된 문건과 현대의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 세계에서도 의식은 크게 변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특별한 배경보다 상황은 평범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배경이 독특하기에 사건은 도드라지고, 메세지는 명확해진다. 그래서 소설을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 소설은 더 그랬다.





5.



'학당'은, 가상세계라는 점 때문에 기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장애인, 지병이 있는 이들은 배제된다. 이내 반발로 인해 그들은 '특수반'으로 분류되지만, 다른 학생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같은 좌표를 사용하지만 다른 서버에 분류된다.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건 더더욱 아닌, 우리가 보고 있지 않는 (p88)" 아이들이 되는거다.





자칭타칭 학교 내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제피룸 아이들은, 그렇게 공간이 나누어져있다는 점을 부당하게 생각하고, 이들을 사회에 보여줄 계획을 세운다. 숨겨진 공간의 버그를 확장시켜 오류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러던 중 그들이 간과한 것은, "보이지 않은 아이들을 만나겠다면서, 정작 그 아이들을 고려하지 않고, 세상이 그래왔던 것돠 동일하게 그들을 배제한 것(p185)" 이었다.





상황이 벌어진 후에야 아이들은,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깨닫는다. 소수를 생각하겠다면서, 소수를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일을 벌인 탓에, 오히려 소수는 더 설 자리를 잃는다.





6.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이들은 게임을 고안해낸다. 그들이 놓친 이들에게 사과하고, 사회에 사과하는 방법. 그러면서 내몰리는 심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낸 게임은 이내 아이들이 자라면서 사업화가 되고, 큰 규모의 대회로 개최되기까지에 이른다. 끝내 아이들은 '장난'을 놓지 못하는데, "특정 확률로 게임이 끝나면 우승자 앞에 '유령'이 출몰하도록 고안(p240)"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또 다른 소외(p240)"를 경험하게 만든다.





7.



어딘가 잔혹하고 귀여운 방법의, 차별을 깨닫게 만드는 방법들이라, 읽는 내내 머리를 와, 아차, 내가 이런 점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베리어프리' 방식의 설계안도, 설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장애인들이고, 정작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지금 현재 지하철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위 역시, 이해하려하지 않고, 비장애인들이 불편만 호소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할머니는 안된다고 하시는 게 많은 분이에요.



특히 누나에게 엄하시죠.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입장이 뒤바뀌는 거예요.



결국 소수와 다수라는 것도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p227




위 인용문이 이 소설의 한 문장으로 꼽고 싶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관계에 적용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노인과 젊은이의 관계, 기성세대와 청년층의 관계, 그냥 존재하는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8.



게임도 위 문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청색과 적색의 종이를 많이 뒤집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처럼, 농인과 청인으로 비유되는 캐릭터들이 대결하고, 최종적인 승자를 가려내는 방식은 간접적으로 사회를 빗대면서도 가볍다. 끝내 우승자 앞에 나타나는 유령들은, 우승자를 두렵게 만들지만, 우승자 외의 사람들은 본 적 없기에 믿어주지 않는다. 얼마나 유쾌하고 잔혹한 소외인가.





9.



늘 느끼는 거지만,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을 조리있게 정리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이야기의 즐거움을 늘어놓는 것도 내 부족한 단어로는 "미친, 개좋아"가 전부이고.





아무튼. 진짜 너무 좋았다.



그냥 읽고 누가 내 생각 좀 대신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어떻게 비평하던 나는 고개 끄덕이면서 감탄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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