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부터 쭉 읽고 있어요

꿈에 날개를 달자
- 작성일
- 2022.12.20
트로피컬 나이트
- 글쓴이
- 조예은 저
한겨레출판
드디어 만나게 된 조예은 작가의 소설집. 장편을 좋아하지만, 그녀의 작품이라면 단편도 즐겁게 읽을 준비가 되어 있지. 이번에 만난 책에는 모두 8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할로우 키즈’ 유치원에서 유령 역학을 맡은 아이가 사라진다. 하지만 아무도 아이가 사라진지 알지 못한다. 우리 곁에 있지만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혹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사람에게 무관심한 것은 아닐까?
‘고기와 석류’ 남편은 죽고 아들은 떠나 버렸다. 친구도 이웃도 없는 곳에 살고있는 옥주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앞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는 아이의 얼굴을 한 괴물을 만난다. 옥주는 그 괴물을 석류라 부르며 곁에 두게 된다. 석류를 곁에 두고 있다면 그녀는 외롭게 죽지 않을까?
‘릴리의 손’ 연주는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는다. 깨어난 순간 아는 건 연주라는 이름뿐. 자신에 대해 알지 못하는 그녀는 사고가 일어난 장소를 찾아갔다, 기계 손을 줍게 되고 이것을 고치려 하는데.. 이 세계와 다른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틈. 그 틈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새해엔 쿠스쿠스’ 자신의 직장 학교를 그만두고 집 안에 숨어 지내는 유리. 유리를 설득하기 위해 엄마는 매일 그녀를 찾아온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나는 모르코에 있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처음에는 무시했지만 조금씩 예전 기억이 떠오른다. 고모의 딸 연우 언니. 부모가 원하는 삶을 살았던 언니가 크게 사고를 친 것은 결혼식 당일 사라진 것은 아닐까? 부모의 말대로 산다면 평탄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진짜 자신의 삶일까?
‘가장 작은 신’ 원인을 알 수 없는 먼지 바람으로 집안에서만 지내는 수안. 어느 날 그녀에게 고등학교 동창 미주가 찾아온다. 다단계 회사에 다니는 미주의 속마음을 알고 있지만, 속는 척하며 미주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미주는 영구 회원 가입 동의서를 수안에게 건네지 못한 채 갈등하게 되는데..
‘나쁜 꿈과 함께’ 나는 몽마. 인간을 통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을 본다. 몽마는 은성의 몸에 올라가 가위에 눌리게 한다. 그때 나타나는 기억은 가장 무섭거나 피하고 싶은 건데 은성은 곰인형이다. 무시무시한 몽마인 나는 왜 곰인형의 모습이 된 것일까?
‘유니버설 캣숍의 비밀’ 고양이들이 사라진다. 은하도 자신의 고양이 체다를 잃게 되었다. 고양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성의 젊은 영주가 머리에 도끼가 박힌 채 살해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영주의 부인 블루. 하지만 블루는 3년 전 죽었다. 과연 누가 젊은 영주를 죽인 것일까?
8개의 단편 모두 매력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고기와 석류’. 혹시 자신이 석류에게 먹힐지도 모르지만, 곁에 두고 싶었던 옥주. 죽음이란 무엇일까? 혼자서 죽는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옥주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내가 아직 젊어서일까? 어떤 책에서 읽었다. 이제는 고독사에 대해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그 사람의 인생이 아무것도 아니어서, 외로워서, 고독사하는 건 아니라고. 이제 고독사가 일부 누군가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말을 할 수 없고, 산 것을 먹어야 하는 그래서 결국은 자신도 먹힐지 모르지만, 석류를 곁에 두고 싶은 옥주의 마음. 모든 현대인의 마음 아닐까?
서늘한 듯 하지만, 그래도 내 주변을 생각하게 하는 책. 조예은 작가의 신작이, 장편으로 나오면 좋겠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