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치 있는 삶 / 마리 루티

연말이라는 삶을 되돌아보기 적절한 시기에 자기개발서를 읽게 되었다. <The Call of Character>이라는 원제는 직역하자면 '기질의 부름'에 가까운 것 같은데, 많은 자기개발서들이 그렇듯이 우리 삶에서 문제가 무엇인지는 꽤나 속 시원하게 지적하지만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

저자가 문학과 철학, 심리학, 사회학 등을 두루 공부해서 그런지, 철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의 개념을 가져와서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이해를 돕는다. 그런데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디테일한 레퍼런스는 지양한단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도 약간 알쏭달쏭하다. 어쨌든 꽤나 잘 읽히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임은 틀림없다. 그것도 우리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흔히들 취하는 태도 - 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배나 사회적으로 욕망의 대상을 지정해 주면 저도 모르게 그에 따르는 행위 - 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 보자는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성과가 아니라 태도이며, 불확실성은 제거하여야 하는 위험 요소가 아니라 끌어안아야 하는 삶의 필수 요소라고 말한다. 고통(다만 저자는 끔찍한 잔혹 행위 등의 고통은 "평범한 삶 속에서 평범한 난관으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과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한다)을 무작정 회피할 것이 아니라, 어떤 고통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러한 고통이나 장애물과 "어떻게 조우할 것인지"를 주체적으로 정하여 스스로와,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기존의 트라우마 때문에 우리에게 좋지 않은 행동임을 알면서도 반복할 수도 있고,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면서도 원한다고 착각하면서 그걸 좇을 수도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하고 있는 행위가 무엇인지 직시함으로써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기질'을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 '기질'이 무엇이고 이걸 어떻게 파악하냐는 또 다른 문제이다. 저자가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기는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고,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조언도 있었다. 그렇지만 삶에 대한 태도나 방향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참으로 시의적절했다. 이번 겨울에는 그 생각을 찬찬히 해보려고 한다.

?? p. 27 나는 근본적으로,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찾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함이 실존적인 비극이 아니라, 사실은 엄청나게 귀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이 책에서 설명하고 싶다.

?? p. 33 나는 기질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고정적인 핵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생각에 "진정성"이란 특정 성격의 특성이나 속성이 아니라 삶의 방식,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진정성은 우리 존재에 대한 어떤 영구적인 진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의 특징인 계속되는 변화의 과정에 우리가 어떻게 발을 내딛을 것이냐 하는 문제다.

?? p. 128 자아 형성에 영향을 미쳤던 경험을 어떤 식으로든 다시 떠올리게 하는 대인 관계의 역학이 우리를 자극해 온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그러한 관계가 우리를 항상 괴롭혀 온 미스터리를 마침내 풀어 줄 것이라는 환상을 주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자신을 떠나갔던 이유를 전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는데, 같은 행동을 하는 남자와 데이트를 하면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 사실, 이런 식으로 미스터리를 푼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로, 오히려 반복 강박을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