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독서평

알콩달콩
- 작성일
- 2023.2.3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글쓴이
- 케이틀린 오코넬 저
현대지성
『코끼리도_장례식장에_간다』
케이틀린 오코넬 ㅣ 현대지성
표지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컬러도 아닌 흑백의 사진인데도 말이다. 두 마리의 주름 가득한 코끼리가 긴 코를 꼬고는 마주 보며 서있는 사진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제목 때문인 듯하다. 사진과 제목을 연결하면 '위로'라는 단어가 떠오르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진을 감싸는 도형은 서로 완벽한 좌우 대칭을 이루어 안정감은 물론 두 동물이 동등하다는 느낌도 자아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행동생태학자이자 코끼리 전문가인 저자 케이틀린 오코넬이 30년 동안 관찰하고 연구한 동물들의 행동을 바탕으로 동물들도 인간처럼 다양한 의례를 통해 관계를 유지함을 서술하고 있다. 이는 우리와 동물은 서로 다르며, 우리가 동물들 보다 발달하고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결코 그렇지 않음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만큼 동물들도 사회 속에서 연대하며 행복과 성취를 느낌을 저자는 말한다. 또한 상대를 존중하기 위해서는 물론 나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예의를 차릴 줄도 아는 존재임을 서술하며 동물도 우리처럼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임을 다시 깨우치게 한다.
의례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의례는 같은 생활권에 존재하는 이들이 오랜 시간 동일하게 진행했던 생활방식이며 사회전체가 용인하는 예의를 갖춘 의식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인해 점점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행동처럼 치부되어 버리고 있다. 이런 때에 이 책 속 동물들의 다양한 의례 행동을 통해 왜 우리가 고리타분하고 관습적이라고 생각하는 의례를 다시 생각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다양한 의례를 통해 우리는 세대간 거리를 좁힐 수 있으며, 불필요한 충돌을 피해 심신의 안정을 취할 수도 있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인해 감정의 교류와 공동체의 결속을 다질 수도 있다.
『코끼리도_장례식장에_간다』 는 크게 동물들의 열 가지 의례를 제시하고 있다. 모든 의례가 동물의 특성마다 다르지만 모든 의례가 가지는 목적은 같게 느껴진다. 상대를 위한 행동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엔 나로 돌아온다. 동물들의 인사 의례는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힘을 인정함으로 인해 나의 안전을 꾀하고 무리를 이루어 생명을 유지하게 해준다. 동물들의 선물 의례도 마찬가지이다. 동물들에게 선물의례는 상대와 의사소통하기 위한 수단이자 나의 능력을 과시하는 기회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선물을 통해 편을 확실히 구분 짓고, 종족을 보존할 수 있는 짝짓기를 가능하게 하며, 위계질서를 정리하여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게 해준다. 주고 받음은 당연한 것이다. 내가 행하는 선물의례가 받는 행복을 느끼기 위한 나의 전략이 될 수도 있음을 원초적인 동물들의 선물 의식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큰 슬픔이다. 저자는 동물들도 인간처럼 죽음을 애도한다고 말한다. 죽은 동물 옆에 남아 있다는 것은 밀림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나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이다. 하지만 가족의 죽음을 마주한 동물들은 죽은 가족 곁에 오래 남아 온 몸으로 슬픔을 표현한다. 무리 지어 다니는 동물들에게는 무리를 따라가지 않고 남아있는다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 진정한 슬픔임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늑대의 애도를 표현하며 상실감을 말한다. 늑대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구슬프게 운다. 무리 전체가 울며 죽은 늑대가 그들 일원에 무리였음을 숲에 알린다. 인간도 동물도 애도 의례를 거치며 죽은 이들을 되새기며 치유한다.
작품에 실린 37컷의 동물 사진은 저자의 남편인 팀 오코넬이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두 부부의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가 문장과 사진에서 느껴진다. 바쁠수록 천천히 돌아가고 멈출 줄도 알아야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의례라는 것은 간단한 행동, 몸짓, 눈빛과 함께 상대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마음의 표현일 것이다. 경쟁하고, 훼손되고, 갈등이 심화되는 현대 사회에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 ‘현대지성’ 지원도서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