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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렘 입숨의 책
글쓴이
구병모 저
안온북스
평균
별점8.9 (29)
sympa03

 



그러나 나의 고작은 남의 고작과 같을까? 너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닌 일이, 실은 그에게는 전부가 아니었을까? 이것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만한 것이, 너에게도 언젠가는 생길지 모른다._116



 



 



 



 



 



 



 



화장花葬의 도시_2021



 



! 진정 기괴한 장례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화장 火葬이 아니다. 화장 花葬이다. 혹시 시신을 꽃 속에 묻는 걸 상상했다면 구병모 작가를 너무 쉽게 본 것이다.



 



이 경우는 일상생활 공간과 거리가 있었다 뿐, 꽃으로 덮이기 전에는 흘러내리고 녹아내린 살점마다 피어난 유충을 보게 되니 생활환경에 좋지 않다고 일부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한다._16



 



나도 소설 #소년이온다 속 시체 더미가 떠올라 순간 나도 모르게 흐읍하고 숨을 삼키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몸속에 나노 시드를 심고 사람이 죽으면 그 나노 시드는 사체를 영양분 삼아 그 사람의 생전의 모습(성품, 행위 등)을 품은 꽃이 피어난다. 살점과 유충을 걱정하며 찾은 도시의 묘지는 대부분이 색색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로 뒤덮여 있다. 사람들로부터 추앙받던 성인의 몸에서 사악한 꽃이 피어나자 그의 과거에 대한 심층 조사를 실시했고, 리베이트를 비롯한 25건 이상의 강력범죄에 연루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착한 척하며 살아도 죽으면 다 뽀록 난다는 얘기다. 살아생전에 밝히지 못한 악행을 후에라도 밝힐 수 있다면 좋은 일일까? 그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은 급기야 우울과 좌절로 이어지지 않을까? 그 모든 짐은 남은 이들이 지게 되지 않을까? 한 도시에서 시작한 미래의 씨앗 프로젝트는 세 번의 세대가 지나기 전에 실패한다. 그 이유가 이 글의 핵심이고 반전이다. 14페이지의 단편이 이토록 강렬하고 굵직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니 놀랍다.



 



 



 



 



동사를 가질 권리_2022



 



책의 제목이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입에 붙지 않아 로뎀 입술? 로렘 잎숨? 여러 번 다시 보고 읽어 보기도 했다. 로렘은 분명 사람 이름일 거라 추측하기도 했다.



 



 



*로렘 입숨은 1500년대부터 인쇄와 조판 산업에서 레이아웃을 편집하는 데 쓰인 무작위 더미 텍스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Lorem ipsum dolor sit amet consectetur>



 



 



[‘빠르게 후루룩 읽히는 가독성 좋은 글을 쓸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어느새 스토리텔링이며 콘텐츠의 홍수 한복판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낯설게 여겨야 한다]고 믿는 구병모 작가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 생각한다. 그가 주로 긴 호흡으로 문장을 쓰고 스쳐가듯 읽을 때 한눈에 문장이 흡수되지 않는 글을 쓰는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동사를 가질 권리>에서 글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고민을 느낄 수 있다.



 



 



 



 



날아라, 오딘_2018



 



그동안 위기에 짓눌리고 상황에 중독되며 군령과 지시에 따라 많은 개체를 죽음의 길로 보내고서도 알지 못했던, 굳이 알아내지 않으려 애썼던 감각이 너를 보자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올랐고, 수없는 죽음에 얽힌 통곡과 원망과 비난이 내 귓바퀴를 할퀴었다. 나는 이 죄를 씻지 못할 것이다. 네가 온 날부터 시작된 이 환청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_89



 



 



전시 상황에 많은 동물이 총을 맞고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얼마 동안 버티는지 등의 고통스런 실험에 사용되고, 일부 동물들은 훈련 과정을 거쳐 등에 폭탄을 짊어지고 적의 탱크를 폭파시키는 작전에 희생된다. 유기된 아이들로도 부족해지자 국가를 위해 가족 같은 반려동물들이 착출된다.



 



실제로 전쟁터에서 탱크 폭파 작전에 개들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나?참고) 이 시간에도 실험실에서 약에 취해,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무기력하게 죽어가고 있는 동물들이 실존한다는 사실이 불현듯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금 당신 곁에서 꼬리를 흔들며 촉촉한 눈망울로 놀자고 말하는 아이를 자폭작전에 내 손으로 내몰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상상해보라.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마지막에 화자를 바꿔놓음으로써 작가가 말하는 바가 더 오싹하고 강렬하게 전달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다면, 역시 놀랍다!



 



 



 



 



 



예술은 닫힌 문_2022



 



... 그 가운데 간혹 어떤 팀들은 목숨을 걸고’, ‘사력을 다해’, ‘이번이 아니라면 정말 죽음뿐이라는 생각으로’, ‘이걸로 진짜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같은 표현을 간단히 동원함으로써 자신의 간절함을 피력했지만, 그 죽음이 문자 그대로의 사망을 가리킨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_98



 



수많은 서바이벌 예능을 보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인구도 현저히 줄어드는데 사회문화 전반은 더욱더 서바이벌 경쟁과 승자 독식에 미쳐 돌아간다. 이런 사회에서 예술은 얼어 죽을······ 같은 마음이 든다’(109)



 



 



누가봐도 노래가 완벽하지만 감동이 없다’,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며 탈락이 되는 경연자들을 볼 때마다 본인들은 얼마나 답답할까? 차라리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말하면 더 노력할텐데.. 완벽한데 감동이 없다면 더이상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에도 꽤 좋은 연주와 노래를 한 첫 번째 팀은 탈락해서 구덩이로 떨어진다. 마치 죄인이 지옥에 떨어지듯. 반면 박자도 음도 어이없을 만큼 맞지 않은 세 번째 팀은 관객의 폭소를 유발하며 살아남는다. 과연 공정한가? 하루아침에 실력이 좋아질 리 없는 이 팀이 똑같은 방법으로 폭소를 유발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작가에게 거슬리는 무언가는 모두 글이 되나 보다. 그냥 보아 넘기지 않기에 가능할 것이다. 거슬리는 무언가에 대한 집요하게 파고드는 생각들이 다른 이들에게도 생각하게 하는 글이 탄생하게 하는 것이리라.



 



 



 



 



한두 작품은 조금 난해한 느낌이 있었으나, 완전히 열린 결말로 급하게 마무리하는 어떤 단편들과 달리 완성도 있고 깊이 있는 작품에 감탄했다.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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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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