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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net1229
- 작성일
- 2023.2.15
로렘 입숨의 책
- 글쓴이
- 구병모 저
안온북스
'역시 나랑 단편은 맞지 않아'하며 깔깔한 문장들을 꿀떡 삼킨다.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난 왜 단편의 의미를 못 찾지? 바보같아.'하며 껄끄러운 문장들을 가만히 본다.
그런데 손에서 놓고 싶지 않다.
아직 무슨 매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몸은 이미 책속에 빠졌다.
의미없이 읽어내던 문장이 어느 순간 글이되어 가슴을 답답하게도 하고, 기발한 생각에 박수 치게 하고, 억지로 보고 삼켰던 부분들을 다시 읽게 한다.
단편들에겐 이런 매력이 있나보다.
그러니까 이 책 제법 매력적이고 멋지다는 말이다.
<입회인>
미래 사회에도 결투문화가 있다는 가정하에 그것을 중재하는 입회인의 이야기다.
가진 것 없고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하고 그저 억울할때 결투를
신청하고 입회인의 참관 아래 결투를 한다. 상상 속에선 멋진데 현실이라면 얼마나 처절하고 비통할지 가늠할 수 없다.
드라마에선 무모하게 모든 걸 내던져 목숨을 바칠 정도면 성공하던데, 현실은 그렇지 않지.
그래서 입회인이 딸에게 남긴 말이 꽤 근사하게 마음에 닿았다.
P123 죽음을 자초 하지 말고, 자신이 지나치게 비겁해지지 않는 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게 모욕을 주는 자들을 섣불리 용서 하지 않기를,
<롱슬리브>
팔이 유독 긴 친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을 구해준 친구를 생각하며 롱슬리브란 옷가게를 내고 유난히 팔이 긴 옷을 만드는 이야기.
사람에게 너무 긴 팔을 쓸모가없겠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놀림을 당하기 일쑤겠지.
그런데 그 친구는 그 팔을 뻗어 창문을 닦다 떨어지는 나를 잡아 구해줬다.
아! 긴 팔도 쓸모가 있네. 그 팔로 누군가를 더 단단히 안아주고 잡아줄 수 있겠다.
P184 중요한 것은 그 팔의 길이와 쓰임새가 아니라 그것이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가는지에 달려 있을
가장 인상 깊었던 <세상에 태어난 말들>은 나만 계속 읽고 싶기도 하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 봤으면 좋을 것 같기도 하다.
P203 이렇게 실체가 있고 무거운 말을, 인간은 그 무게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난사한다. 허공에 값 없이 흩어지는 말들도 있으며 어떤 말들은 사람의 심장에 가서 박히고 그를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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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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