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리뷰

jean217
- 작성일
- 2023.2.19
민트 돔 아래에서
- 글쓴이
- 송경화 저
한겨레출판
굳이 따져보면 정치 저관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누가 대통령이 되고 누가 우리 동네 국회의원이 되든 말든 신경도 안쓰고 투표장에 가본 적도 없었던 그 시절에 비하면 유권자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누려볼까 하는 생각이 조금은 생긴 것일까
아주 예전에 지하철을 타고 가다 멀리 여의도 국회의사당 돔 지붕이 보이면 아이들은 유사시 저게 갈라지면서 로보트 태권브이가 나와서 악당들을 다 물리쳐줄 거라며 모르고 있던 아이들에게 한 수 알려주는 양 허세를 떨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엔 정의를 위해 싸워줄 로보트가 아니라 자기들 이득을 위해 이합집산과 중상모략을 꾀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과 그들을 부나방처럼 쫒아다니는 정치부 기자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키가 한뼘이상이나 큰 뒤에서야 알게 되었다.
한국은 유난스러울 정도로 정치에 대해 민감하고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다. 종합일간지 1면 헤드라인 뉴스만 봐도 금방 알수 있다. 그럴만한 사안인가 싶은 일에도 늘 정치인 행세를 하는 셀렙들의 멘트가 따라붙고 그걸 확인조차 안하고 받아쓰고 베껴쓰는 언론들도 왜 그렇게 많아진건지 모르겠다.
지금은 레거시 언론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 언론이라고 해봐야 가판대에서 사볼 수 있는 신문 대략 10여종과 안방에 볼수 있는 뉴스를 해주던 3개의 방송국 정도가 전부였다. (90년대 기준).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우후죽순 늘어난 자칭 언론사들이 기승을 하다보니 우선 그들을 위협하는 건 세상을 밝히려는 언론의 사회적 소명이나 권력자들에 대한 견제가 아닌 먹고 살아야 하는 수입의 부재다. 돈이 안되는 기사는 킬 시키고 대중의 시선을 끌만한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전면에 배치시켜 아무말 대잔치, 확인되지도 않은 허위, 인신모독적인 기사, 반복적인 기사들을 배설하듯 쏟아내고 있다.
현직 기자가 쓴 국회안 정치인들을 다룬 소설이라고 하니 재미여부를 떠나 혹시나 하는 선입견이 우선 든 것도 사실이다. 그만큰 현재 한국의 정치인과 기자들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게 나 같은 정치 저관여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설로서의 재미는 확실하다.
몇년 전 드라마 보좌관을 연상시키는 플롯에 현재 한국의 정치적 구도와 등장인물에 투영하는 실재의 인물이 누군가를 대입하다보니 무척이나 흥미진진했다. 다소 두꺼운 분량이라 나눠서 읽으려다가 한 번에 다 읽어버렸다.
주인공은 <고도일보>라는 신문사의 정치부 말단 기자지만 그들의 시선은 늘 정치인, 그것도 국회의원을 향하고 있다. 권력투쟁의 한복판에 있다는 그들을 쥐락펴락하는데 때로는 예상치 못한 흐름속에서 '요것봐라' 하는 심정으로 '관전'하게 하는데 따지고 보니 권력을 향한 정치질은 기자들도 마찬가지 였던 셈이다.
본문에 이런 말들이 나부낀다. "여의도는 욕망의 용광로다", "정치인은 본인의 부고 외엔 모두 득이다", "정치는 생물이다" 라는 말 속엔 치열한 삶의 현장이라는 말로 들리면서도 매우 부정적인 비아냥 같기도 하다. 왠만한 멘탈로는 끼어들기도 쉽지 않은 아사리판속에서 동분서주하는 주인공. 그 역시도 결국은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는 진리를 재차 확인시켜준다.
소설은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듯 해서 재미있었지만 책을 덮고 나니 한동안 착잡했다. 그동안 비슷한 류의 정치권력에 대한 묘사와 풍자, 고발이 담긴 영화, 드라마, 소설들이 혼재해서 떠올랐고 그 이유는 작금의 한국 정치 현실이 마치 정글 속에서 벌어지는 짐승들의 사냥터와 같아서 이기 때문이다. 팍팍한 국민의 삶과는 괴리된 채 오로지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죽여야 자기들이 산다는 가공할 작태가 신물이 나서이기 때문이었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