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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얼그레이
- 작성일
- 2023.2.21
[eBook]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글쓴이
- 김영민 저
어크로스
인간의 삶에 어째서 ‘정치’라는 것이 필요한가. ‘어떤’ 정치를 우리는 원하나. 정치는 ‘본질적’으로 어떻게 생겨났나. 사람은 왜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김영민 교수님의 해학이 담긴 책이다. 언뜻 질문만 보아서는, 이 책 진짜 따분하고 재미없고 도대체 뭐야? 싶겠지만, 글 속에는 여러 편의 영화와, 책, 전시 작품들과, 미술과, 시와… 역시나 늘 그렇듯이 김영민 교수님이 선별한 다양한 예술들이 등장하여, 정치와 삶과 예술이라는것이 결코 나의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아주 재미있는 글이다.
사실 나는 ‘정치’따위는 정말로 나의 삶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인데, 그래서 투표하는 것을 세상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삶이 이토록 정치적이었을수가!!! 너무 놀라고 또 놀랐다. 이 정치는 비단 가족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학교에서..일단 인간이 두명 이상 모이게되면,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역학 관계인 것이다.
이전에 읽었던 김영민님의 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에서는 ‘에필로그’가 압권이라고 적었는데,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에서는 ‘프롤로그’가 대단하다. 너무 좋아서 큰 소리로 세 번이나 읽으며, 옆에 있는 사람 붙잡고 까페에 앉아 토론까지 했다.
<누구에게도 인생은 쉽지 않다>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프롤로그는 읽으면서 ‘아멘’이 수십번 튀어나올 정도로 공감이 가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삶이 고단한 것이라는 것. 태어남이 수동적인 것이고. 살아간다는 것은 매순간 삶을 ‘당하는’것과 마찬가지인데 왜 이렇게 인간의 인생은 고달픈 것인가.
삶이 쉽지 않은 이유중 첫번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인생이라서’, 두 번째는 ‘타인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게 인생이라서’ 라는데 인생이 고단하고 허망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살아가는 사람 인생은 문제투성이고, 이에 대한 응답이 ‘정치’라는 것이다.
다 읽고나니 어떤 느낌이 드는가.
극단적으로 ‘정치라는 것은 협잡꾼이나 욕심 많은 인간들이 하는 것’이라는 편협된 생각의 지평이 놀랄 정도로 상당히 많이 넓어졌다. 무언가 편견에 사로잡혀있다는 것은 그 대상에 대한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거나 멀기 때문인데. 정치에 관해서 나는 여태껏 지나치게 먼 거리와, 그 거리 마저도 곧지 않고 별의별 미로같은 정리되지않은 엉터리 ‘길’ 위에 서 있었음을 깨달았다.
삼겹살에 적절하게 비계가 붙어있어야 고기 씹는 맛이 나듯이, 우리 삶 속에서 여기저기 적당한 ‘비계’가 껴있는것이 인생 사는 ‘맛’이 날 것이다. 그 ‘비계’가 정치일 수도있고, 일상 속 작은 일탈일 수도 있고, 일말에 죄책감을 갖고있지만 자꾸 현혹되는 무언가일 수도 있을 듯 (비계 싫다고 가위로 싹둑싹둑 잘라내는 사람의 심정). 하지만 비계가 없는 순수 목살은 정말 너무 뻑뻑해서 고기맛이 안나지 않는가. 먹다가 목구멍으로 삼키지 못하고 열라 힘들게 씹기만하다가 뱉어버리게 될 수도 있다.
비계가 잘 섞인 삼겹살을 어떻게 골라서, 발암물질 푸른 가스를 피해 잘 구워서, 내 몸에 알맞게 지방을 축적하며 살아갈까.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것이 정치와 무관한 것이 없다.
현재 동아일보 싸이트에 ‘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칼럼이 한달에 한 두편씩 연재되고있다.
몇 년 뒤 이 칼럼들도 책으로 엮여 나올 것 같아서인지 바로 갓 구워낸 크로와상을 먹는 듯한 신선한 ‘동시대감’으로 아껴가며 칼럼들을 읽고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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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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