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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 작성일
- 2023.2.28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 글쓴이
-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저
휴머니스트
Yes24 북클럽 2월 책 리뷰
경항신문 젠더기획팀의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
월간 에필로그 이수빈
경향신문 젠더기획팀의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는 너무 당연하고 흔해서, 관심조차 갖지 않았던 여성 노동자들, 일하는 여성들을 조명한다. 공장에서, 시장에서, 병원에서, 그리고 논과 밭에서, 노동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고 일 해온 여성들은 대체로 명함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내밀 수 있는 직사각형의 종이 명함만이 명함일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양대로 일하는 여성들의 삶에 대해 읽어 내려가다 보면 곧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여성들에게는 명함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그들의 삶 자체가, 그들 삶의 궤적이 명함이다. 한국전쟁부터 산업화, 민주화, IMF, 코로나19까지 그 모든 순간을 각자의 모양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그들의 삶은 그 자체로 역사이며 끝없는 투쟁이었다. 어렵고 고되지만, 가족을 위해(대부분의 여성 노동자들이 가족을 위해 고강도의 노동을 수행해왔다.) 모진 시간을 견뎌 온 이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힘찬 박수를 보내는 것뿐이었다. 내가 이분들과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이들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존경스러운 삶을 살아온 이 여성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을 비롯하여, 나보다 앞선 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내 주었기에 오늘날의 사회가 마련된 것이리라. 물론 오늘날에도 여전히 여성은 남성이 받는 월급의 60%를 받고,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여성들의 투쟁이 있어 지금의 (상대적으로 덜 차별적인) 사회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앞서간 여성들에게, 각자의 방식대로 삶의 자리에서 투쟁을 이어온 모든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집안일, 가사노동은 엄연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상당히 고강도의 노동이다.) 오랜 시간 동안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2021년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노동임이 인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여성들은 그저 집사람, 집에서 노는 사람으로 여겨지곤 한다. 가사노동, 집안일이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그것이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만 하는 일임은, 집안일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나 또한 가사노동이 타 노동과 동등한 노동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나도 모르게 노동들 사이에 위계를 세우게 된다. 여성이 주로 수행하는 가사노동 보다는,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는 형태의 노동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가사노동이 다소 하위에 있는 노동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들(주로 돌봄노동, 노동자 대다수가 여성이다.)은 너무나 쉽게 그 가치가 폄하된다. 간병인, 보육교사 등의 돌봄노동이 하루라도 멈춘다면 우리 사회 전체가 멈추게 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재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어떤 대상들을 서로 비교하고, 그 대상들 사이에 우위를 정하고 순위를 매긴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모든 노동은 숭고하다. 이 책을 읽으며, 여성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 알게 된다면 노동에 귀천이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한, 또는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모든 노동은 의미있다. 그리고 특별히, 사회에서 소외당하던, 변두리에 있던 여성들의 삶을 조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하는 여성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삶을 기록하여 독자들에게 들려준 경향신문 젠더기획팀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가 나는 소중한 책을 발견했다. 다시 한번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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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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