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리뷰

천군천사
- 작성일
- 2023.3.5
내가 행복한 이유
- 글쓴이
- 그렉 이건 저
허블
'내가 행복한 이유', 내가 읽은 그렉 이건의 두번째 책이다. 중단편 소설집이다.
그렉 이건은 풍부한 상상력과 전문 지식을 갖춘 SF 작가다. 테드창이 칭찬했다고 하는데 그럴 만하다. 그 둘의 소재나 플롯 스타일도 비슷하다.
이번 소설에서 테마는 양자역학, 평행우주, 그리고 생명공학이다.
이 책에는 여러 개의 중단편 소설이 있는데 소재별로 카테고라이징 해 보았다.
크게 '뇌'를 소재로 한 스토리, '생명공학'(바이러스 벡터, 질병, 식물 테라포밍)을 소재로 한 스토리, 그리고 '양자역학'과 '평행우주'에 관한 스토리 정도로 나뉜다.
1990년대에 뇌-컴퓨터의 뉴럴링크와 임베디드를 상상하고 이를 소재로 현실성 있는 소설을 쓰다니 놀랍다.
바이러스 벡터(viral vectors)와 바이오 해커(bio-hacker)를 소재로 한 소설들도 그렇다. 나는 미생물학 및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세부전공으로 바이러스를 공부했다. 그런 내가 보기에도 저자가 이 분야의 전공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전문적이고 충실하다.
특히 남미 아마존 근처에 집단 지능을 갖추고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는 식물군집에 대한 소설, 'Chaff'는 기발하다. 수학 문명을 갖춘 두 평행우주가 조우하는 내용의 루미너스 또한 소름끼치게 신박했다.
저자는 그의 소설에서 단순히 SF적 상상력으로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또한 매력적이다. 예를 들어 '내가 행복한 이유', '내가 되는 법 배우기', 그리고 '적절한 사랑'에서만 해도 그렇다.
인간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행복 전달 물질을 수용하는 뇌 신경 세포의 변화로 무조건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경우와 그 반대의 경우, 나의 본질을 무엇인가?(내가 행복한 이유)
뇌에 설치된 보석이라는 저장 매체가 학습을 통해 발현시키는 나와 원래 생물학적 뇌를 갖는 나, 둘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인간의 본질은 뇌라는 조직일까? 학습하는 기억에 의해 형성된 정보만 있으면 그 실체가 무엇이라도 나라고 말할 수 있을까?(내가 되는 법 배우기)
남편의 뇌를 내 뱃속에 보관했다가 그의 클론에 이식하여 만든 남편은 원래 내가 사랑했던 남편인가 아닌가? 내가 아들이라고 느껴야 하는 것인가?(적절한 사랑)
인간 본질의 탐구라는 인문 철학적 주제에 생명공학적 소재 등을 곁들여 깊이 사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훌륭하고 흥미로운 소설이다. 그의 신작이 나오길 기대한다. 테드창 님도 빨리 신작을 출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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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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