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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cc76
- 작성일
- 2001.7.31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 글쓴이
- 장석남 저
문학과지성사
장석남 시인의 심성은 너무 여리고 맑다. 그 여리고 맑은 마음결에 정처없는 떠돌이의 심정이 맺혀진다. 새와 달, 바람, 별 등의 사물들은 정처없음의 마음을 영롱하고 아름답게 새겨주는 은유들이다. 정처없는 마음을 가졌으니 정착하려는 마음도 또한 깊다. 시인에게도 응당 그런 마음이 머무는 곳이 필요하다. 새와 달, 바람, 별은 또한 그런 시인이 마음 속에 간직한 유토피아적 세계의 환유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방랑하는 자들이다. 가슴 속에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장석남의 시들은 마음을 위로하는 시이자 노래가 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떼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2
누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서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현대인들은 방랑하는 자들이다. 가슴 속에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장석남의 시들은 마음을 위로하는 시이자 노래가 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떼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2
누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서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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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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