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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3.13
담장의 말
- 글쓴이
- 민병일 저
열림원
유독 하나의 사물에 집착하는 거..
굳이 의미를 두려는 거..
작은 빈자리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득 채운 글과 깊이 있는 사진,
세계를 담은 지식과 유쾌한 상상력은
사고의 방향이 단순하고 감각이 옅은 독자에게
부끄러운 헛헛함을 남겼다.
이 책 참 괜찮다.
<담장의 말>
** 담장은 예술적인 ‘것’을 보여주는 친구 같았고, 방랑하는 길목에서 생의 신비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현자 같았다 (p.169)
요즘은 건축물의 변화로 정감 있는 담장의 모습을 찾아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죠. 저도 가끔 여행지에서나 담장을 보게 되면 색바랜 기억들을 끄집어 내며 사진에 담고는 했는데요. 제게도 담장 안에서 살았던 시절이 있어 작가의 이야기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작가의 이야기는 버려지고 무너진 쓸쓸한 담장의 이야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에요. 담장이 품고 있는 이야기와 더불어 인문학적 지식을 잇는 참 재미난 책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담장은 꿈꾸는 황홀경이다.”이라고 표현한 저자는 여러 모습의 담장을 보며 누구도 나누지 못했을 대화를 상상해 봅니다. 그리고는 음악과 미술 작품들을 담장의 모습과 위트 있게 연결해 전해 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글의 초반 섬달천 마을 뒷간 담벼락을 보며 프랑스 시골 마을의 롱샹 성당 담벼락을 떠올립니다. 두 대상의 유사한 구조를 언급하며 뒷간을 지은 (어느) 어부의 지혜와 탁월한 안목에 대해 전하는 이야기는 다음 페이지를 서둘러 읽게 만들더군요.
또 작가는 고서 어느 집 흰색 담벼락 앞에 핀 상추를 보고 인간적인 것과 형이상학적 경계를 떠올립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철학>을 빗대어 전하는 문장들은 <담장의 말>이 단순한 여행 기록이나 여행에세이가 아닌 질 좋은 인문학적 서적이란 걸 제대로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구요.
그러니 <담장의 말>은 문장 수집보다 한 꼭지를 읽어야 작가가 전하는 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글인 듯 해요.
음.. 그런 책 있잖아요.
읽다 보면 왠지 똑똑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
<담장의 말>이 바로 그런 책이지 싶어요.
담장과 음악과 미술을 잇는 콜라보!
글의 소재는 단순한데 깊게 빠져 들게 하네요ㅎㅎㅎ
혹시 인문학 서적은 어렵다.. 는 편견 있으신가요?
생각이 바뀌실 수 있어요!
작은 마을 속 (여전히) 온기를 품고 있는 담장의 이야기에
잠시 머물고 가심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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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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