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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앙
- 작성일
- 2023.4.6
감정 문해력 수업
- 글쓴이
- 유승민 저
웨일북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한국말은 참 재밌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떤 때에 사용되느냐에 따라 칭찬이 될 수도 비꼬는 말이 될 수도 있다. 해당 문장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맥락'인 문맥을 아는 것이 중요한데, 이 문맥을 안다는 것은 사실상 이야기의 맥락과 상황, 뉘앙스를 읽는다는 의미가 된다. 도서 감정 문해력 수업의 저자 유승민은 말의 내용보다는 맥락이나 배경을 더 중요시하는 고 맥락 사회에서는 감정을 읽는 것이 하나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일깨우며 하나의 내용 안에 담겨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읽어내는 '인지 언어학'을 재밌게 알려준다.
<데이트 코스는 코스트코>
한국에서도 연애 관련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은데, 이것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연애 관련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꽤나 인기인 듯하다. 일본의 한 리얼리티 프로그램 '테라스 하우스'에서는 남녀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준다. 이 방송에 출연한 출연진의 모습을 보고 미국의 한 언론사가 해당 제작진에게 질문을 했더랬다. "일본에서는 코스트코가 데이트 코스인가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방송에 출연했던 한 남자가 여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자. 여자는 에둘러 코스트코에 가야 한다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우회해서 말하는 것이 문화인 한국과 일본은 데이트 신청하는 남자에게 다 같이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는 여자의 모습은 분명. 데이트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이었으나.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문화인 미국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여자가 확실하게 'No'라고 거절하지 않았으니 데이트 장소를 코스트코로 고른 것처럼 보인 것이다.
그러나 확실하게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한국 문화에서도 일본 문화에서도 참 쉽지가 않다. 남자가 처음 데이트 신청을 위해 꺼낸 말은 차를 타보고 싶으니 같이 가자는 말이었고, 이는 확실한 데이트 신청이라기보다는 우회해서 말한 표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거절의 의사를 밝히기가 어렵다. 괜히 데이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가 자신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닌데, 왜곡해서 해석하냐는 반문을 받을 수도 있고, 프로그램의 남은 시간까지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관계가 곤란해져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문화로 자리 잡은 사회에서는 말 한마디 한마디 참, 조심스럽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니 말이 곡해될 수 있고, 직접적으로 말하자니 돌려 말하는 화법이 익숙한 사회에서는 '훅 들어온다', '깜빡이도 없이 들어온다'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 맥락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눈치를 찾으며 눈치를 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 눈치를 더 많이 보며 맥락을 살피는 입장은 보통 관계가 틀어졌을 때 불이익을 당하는 쪽이라고 한다. "잘 되어가고 있나?"라고 누군가 주어 없이 물어온다면 상대가 묻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말 뒤에 숨겨진 내용을 빠르게 알아차리고 대답해야 한다. 그리고 주어 없이 말할 수 있는 입장은 나보다 낮은 위계의 위치한 사람이 아닌 나보다 높은 위계 위치에 있는 사람(상사나 교수님, 선생님 등) 혹은 친구와 같이 동등한 관계에 있다. 생각해 보니 진행사항을 묻는다는 것 또한 하나의 관계 정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말은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말과 같이 내용은 동일해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말처럼. 맥락이 중요한 고 맥락 사회임을 책을 읽으며 다시 깨닫게 된다. 직장인의 '넵병' 이라는 말이 있다. '네' 라고 하기엔 정 없어 보이고 '넹' 이라 대답하기엔 너무 가벼워 보여 '넵' 이라고 대답한다는 직장인의 애환처럼. 한국말이 갖고 있는 비슷한 말들의 모호함을 저자는 다시금 흩트려 감춰진 의도를 간파할 수 있게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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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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