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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bersober
- 작성일
- 2023.4.12
부디 너희 세상에도
- 글쓴이
- 남유하 저
고블
얼마 전에 읽은 모작가님의 에세이에서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재기 발랄한 상상' 또는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가라는 말에 대한 작가 스스로의 거부감을.
그런 유의 수식으로 작가를 설명하다보면 그런 틀에 작가 스스로가 갇히게 되고 만다는 것 때문에 모작가님은 그런 수식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때문에 나도 그런 식으로 표현하는 건 좀 주의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남유하 작가님의 부디 너희 세상에도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죄송하지만 정말이지 발칙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글이라 생각했다.
첫장부터 ACAS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에 걸린 사람이 등장한다. 일종의 좀비 바이러스로서 다양한 변이가 있는데, 이 등장인물은 그런 변이종에 걸린 사람이었다. 가족이 자신을 버리기 직전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버리기 위해 애를 쓰지만 쉽지 않다. 죽는 것도 돈이 드는 사회이기 때문에 그렇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가 겪어야 했던 과정들이 왜인지 가슴 저미게 다가온다.
책에 실린 모든 단편들은 다 그런 글이다. 발랄하다 못해 발칙하기까지한 상상들에게 덧붙여져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까발린다. 딸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는 엄마는, 스스로가 살기 위해 누군가의 어머니를 죽인 자이며(목소리) 이름이 불린 자를 삼켜 버리는 괴물에게서 살아 남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름이 불리지 못했던 왕따 피해자다. (이름 먹는 괴물) 책 제목과도 같은 마지막 단편인 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작가 스스로가 던지는 미묘한 조소가 느껴진다.
호러라는 탈을 쓰고 끔칙한 글인 척 굴지만, 실상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은 어딘가 고독하다. 외롭고 쓸쓸하기까지 느껴진다. 그리고 그 쓸쓸함이야 말로 현재의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공포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이런 저런 말들 다 제쳐두고, 일단은 글이 재밌다.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쉬지 않고 페이지가 넘어갔다.
잘 읽었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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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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