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컬러코드
- 작성일
- 2023.4.23
세월
- 글쓴이
- 아니 에르노 저
1984Books(일구팔사북스)
지독한 것들과 죽음은 눈에 보이지 않아야 했다. / p.203
예전에는 얼른 어른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지만 지금은 한 살이라도 젊어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면서 부모님과 다른 어른들의 이야기 하나가 크게 공감이 된다. 세월은 갈수록 빠르게 흐른다는 말. 그때는 이해도, 공감도, 그렇다고 실제로 빠르게 흐르는 것 같지도 않았다. 끝이 없는 학교 생활이 계속 이어질 줄만 알았다.
지금은 너무나 하루하루 빠르게 흐르고 있음을 체감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일주일, 한 달, 그리고 일 년. 2023 년에 모 방송사의 연말 음악 축제에서 가수 장기하 님의 <새해 복>이라는 노래를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 분기가 흘렀다. 아니, 아예 봄이 되어 벚꽃도 졌다. 옷차림도 많이 얇아졌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 살 카운트가 오를 것임을 알고 있다. 더 빠르게 흐를 세월이 이제는 무섭기까지 하다.
이 책은 아니 에르노의 장편소설이다. 전에 아버지의 삶을 다룬 책이 꽤 인상 깊게 남았다. 다른 이성인 남성의 삶을 객관적으로 나열이 되었다는 점이 지금까지 읽었던 주제와 조금 다르게 느껴졌는데 주변에서 이 작품에 대한 추천을 많이 받았다. 분명히 좋은 기억을 받았다면 이 작품 역시도 만족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 이 책은 꽤 오래 전에 구매했는데 시간이 없어 미루다 이제서야 펼치게 되었다.
소설의 화자는 사진 또는 그림, 영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1941 년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꽤 오랜 시간동안 전개가 된다. 남자를 만나 성애적인 사랑을 나누고, 전쟁과 종교, 사회적인 분위기에 대한 기술도 한다. 끝까지 이름을 밝힌다거나 드러내지 않고 '단지 그 여자는 사진의 누구다.' 정로도 표현된다. 한 사람의 생에서부터 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읽으면서 여성으로서, 프랑스라는 국가의 국민으로서, 당시 사회를 살고 있는 한 인간으로서 혼란스러운 사회상과 감정을 어렴풋이 경험할 수 있었다. 나름 기대를 가지고 읽었던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그것도 묵직하게 와닿았다. 그 지점이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조금 힘들었으며, 작품의 문체를 떠나 어려웠다. 어려움과 별개로 화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두 가지 지점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첫 번째는 공간적인 배경이었다. 소설이기는 하지만 겪은 이야기를 집필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작품 역시도 읽으면서 저자의 세월을 다루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주된 무대가 프랑스인데 세계사를 배운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배우지 않다 보니 용어들을 이해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 아래 주석을 보지 않는다면 더욱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는 여성에 대한 시각이었다. 소설에서는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낙태는 하나의 죄악이 되고, 여자는 성적인 욕구를 내비치거나 결혼하기 전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대상과 함께 여성으로서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이런 부분에서 조금은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직접적인 단어들이 자주 보였는데 아무래도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이 부분은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설적인 느낌을 받은 것과 별개로 화자의 감정과 생각 자체는 많은 공감이 되었다.
도전이자 과제를 한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꾹꾹 완독을 했던 것 같다. 작품을 통해 한 여성의 진실된 삶을 보게 되어 참 인상 깊었다. 그러나 아직은 감정을 받아낸 것보다 어렵게 느껴져서 이 부분은 많이 아쉬웠다. 추후 조금 더 문학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면 온전히 이해하고 싶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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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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