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짜의 맛있는 책리뷰

잔향
- 작성일
- 2023.4.26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 글쓴이
- 낸시 슬로님 애러니 저
돌베개
#글쓰기
#내삶의이야기를쓰는법
한 권의 책을 선택하는 이유는 저마다 때마다 다르다. 나 한사람이 읽을 책 한 권을 때도 각기 다른 이유가 있는데, 책을 읽는 이들에게 책을 읽는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면 얼마나 다양할까?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내게 '글쓰기'란 걸 알려준 네 번째 선생님이 여기에 추천사를 적으셨기 때문이다. 그냥 그 선생님의 이름이 있어서 제목도 내용도 보지 않고 읽고 싶어졌다. 나중에 보니 이 책은 '자전적 에세이' 쓰기를 다룬 책이었다. '자전적 에세이'이라니! 훌륭한 사람들이나 쓴다는 '자서전'의 다음 등급은 될 것 같아보이는 장르로, 나는 내가 쓸 거라고 절대 꿈꾸지 않는 글쓰기였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 '글쓰기'의 'ㄱ'이라도 알게 되는 게 있겠지?
아래처럼 이 책은 여러가지 챕터로 자전적 글쓰기에 대한 팁을 다뤘다. 각 글마다 자신의 글을 적절히 예시로 들었고, 마지막엔 '길잡이'코너로 독자들을 글쓰기의 세계로 차근차근 안내했다.
글쓰기에 대한 책은 읽어본 적은 있다. 이렇게 분명히 장르를 정한 글쓰기 책은 처음이었다. 주제와 목표가 확실하니, 자전적 에세이는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써야 할지, 왜 써야 하는지가 분명했다.
... 진정한 자전적 에세이는 단순히 자신에게 일어난 일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가 중요하다. 왜라는 질문을 파고들 때 당신의 이야기는 보편성을 얻는다. 그것이 우리가 자전적 에세이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p.15
"왜 굳이?"라고 묻는 대신 시인 숀 토머스 도허티의 답변에 귀를 기울여보자. "왜냐하면 지금 저곳에 당신의 이야기와 똑같은 모양의 상처를 지닌 누군가가 있으니까."p.16
...
일기와 자전적 서사는 뭐가 다를까? 후자에는 내면의 변화 과정과 당신이 배운 교훈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당신은 어떤 과정을 거쳐 거기에서 여기까지 왔는가? 당신은 현재 어디에 있는가? 일기는 보통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록한다. 서사는 당신이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서술한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 떨어졌다가 어떻게 지금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가? 그런 변화의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줘야 한다. p.227
번역서인지, 문화적인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처음엔 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쉽지 않았다. 대마초가 합법인 문화, 이런 저런 종교적 색채가 강한 명상프로그램, 종교의식이 나왔을 땐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너무나도 솔직하고 특이한 성향을 가진 듯 보이는 저자의 글도 내겐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끝까지 읽어낸 책은 그 가치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하는) 자전적 에세이는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를 보여주는 솔직함이 필요했다. 작가가 그렇게까지 솔직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전적 에세이를 쓰는 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저자만의 '자전적 에세이'가 담긴 이야기이기 때문에 솔직함은 필수였던 것이다. 내가 다르다 여겨진 문화도 그가 여기까지 오게 된 과정을 보여주는 일부였다. 소극적이고 사생활침해에 예민한 우리나라에서라면 이렇게까지 다양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싶기도하다. 그녀의 솔직함은 독자들에게 글쓰기에 있어 용기를 주기도 하는 방식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는 문장을 들었을 때 내 인생이 바뀌었다.
자전적 에세이를 쓸 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면 그로 인해 침묵하게 된다. 멈추게 된다. 구속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쓴 책은 평범하고 안전하고 더할 나위 없이 지루할 것이다. p.131
꼭 자서전 에세이가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글쓰기에도 도움될만한 이야기들이 많다. 글을 쓰는데 집(씽크대)을 치워야 한다는 죄책감에서 자유하게 해줬고, 자료조사에 대해 강력하게 필요성을 말해줬으며, 퇴고의 중요성, 작업실이 없어도 우리가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알려준다.
... 그러나 곧 문제의 핵심이 드러난다. 어째서 싱크대를 청소할 시간이 났지? 게다가 온 힘을 다해 아주 열정적으로 했네. 그래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글을 쓰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야. ... 책을 쓰고 싶은가? 자전적 에세이를 완성하고 싶은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가? 깨끗한 싱크대로는 세상 사람들을 치유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이 쓴 책으로는 그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p.38-39
당신이 아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에 대해 쓰라. 당신의 잠재의식이 아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을 믿으라. 당신이 알지 못하는 것이 아주 많다. 그런 것들에 대해 쓰기 전에는 자료조사를 하라. 아는 척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라. 당신이 전문가 행세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당신이 모르던 것을 그 자리에서 알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독자는 당신과 함께 뭔가를 배울 기회를 얻는다. 당신은 전문가가 아니다. 학생이다. 독자는 바보 취급당하지 않을 때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다. 당신의 약점은 독자에게 파트너가 되어달라고 제안하는 초대장이 된다. p.122
원고에서 잠시 떨어져라. 잠시 숙성될 시간을 줘야 한다. 공기와 접촉해야 한다. 공간이 필요하다. 뿌리를 내릴 시간이 필요하다. 그 뿌리가 땅속 깊이 박히도록 놓아주자. 미량의 미네랄을 찾도록 내버려두자. 당신은 지금 당신 책의 목을 조르고 있다. 당신 책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파트너십이다. 당신만의 문제가 아니다. 섹스와 마찬가지다. 두 존재가 관여하고, 그 둘 모두 보듬어주는 손길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붓을 마구 휘두르지 마라. 팀을 이뤄 협력할 때 얼마나 더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지 당신도 알지 않는가. p.201
현명한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다 헛소리야. 글을 쓰고 싶으면 어디서든 쓸 수 있어. 당신도 알잖아. 내가 읽은 당신의 가장 뛰어난 글들은 대부분 마룻바닥에서, 두 아이가 당신을 올라타는 와중에 빨래를 개면서 쓴 거였어."
작업실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다. 만약 작업실이 없어서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말로는 쓰고 싶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쓰지 않는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궁색한 변명일 따름이다.
그러니 다시 한번 말하겠다. 작업실이 없어도 글을 쓸 수 있다.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것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과 자기 절제력뿐이다. p.291
나의 관점 혹은 다른 이의 관점에서 쓸 수 있다는 것, 돌려가며 쓰거나 직접적으로 쓰는 방식 등('기타 등등' 쓰지 말랬는데^^:) 새로운 글쓰기의 방식도 알게 됐다. 글 마지막에 써보라고 권하는 '길잡이'는 정말이지, 읽으면서 감탄했다. '내가 지나친 가장 아팠던 그 과정을, 부분을 어떻게 쓰라고 할 수 있는 거지?' 아마도 아픔과 고난의 과정을 고스란히 겪어 글로써 극복한 저자였기에 가능한 '길잡이' 코너였다. 내 인생을 스치고 지나간 아픔과 상처,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여러가지 문제들이 떠올랐다. 길잡이대로 쓰면서 나 자신의 인생을 관통하고 나면, 글쓰기 뿐 아니라 자기 치유와 자기애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로 저자를 만난다면,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솔직한 '맏언니'스러운 강연자가 아닐까 상상했다. 저자의 화끈한 성격만큼이나 다채롭고 생생하며 감각을 자극하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내가 왜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써야 하지?'
자전적 에세이는 내게 그런 거부감과 부담감을 주는 장르였다. 하지만, 글쓰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래의 글처럼 우리 안에 뚫고 나올 수 밖에 없는 보라색 꽃이 내 안에도 있음을 알고, 웅크리기를 거부하는 시도라는 것을 알았다. 나를 위해 빛을 향해 뻗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주 작지만 나의 용기있는 시도가 세상에는 또 하나의 빛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희망적이었다.
한번은 뉴욕에서 인파에 섞여 길을 걷다가 문득 아래를 내려다봤다. 아주 작은 보라색 꽃이 시멘트를 뚫고 나와 있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 꽃을 밟았을까? 그런데도 꽃은 빛을 향해 뻗어나갔다. 사람들이 어떤 것에서 살아남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꽤 오랫동안 들은 덕분에 나는 사람들이 시멘트를 뚫고 나온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들은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기를 거부한다. 이야기 전달자인 우리는 빛을 향해 뻗어나가는 법을 배운 생존자들이다. 우리는 모두 작은 보라색 꽃이다. 자전적 에세이를 쓰면서 당신은 아주 작은 빛 조각을 향해 뻗어나간다.p.234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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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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