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베토벤
  1. 한국소설

이미지

도서명 표기
노랜드
글쓴이
천선란 저
한겨레출판
평균
별점9 (99)
책읽는베토벤

모두 10편의 글들. 무겁고 불편한 상상력. 그러나 상상해 보아야 할 미래. 거북함을 느끼면서도 읽는다. 읽고 또 불편을 느낀다. 불편하다고 여기면서 이러는 나를 격려한다. 잘 읽고 있는 것이라고, 읽어야 하는 일이라고, 읽고서 잊지 말아야 할 경계선 하나를 지키고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어떤 일이 생겨서 지금의 인류가 지구를 지키지 못하고 떠나야 한다는 상황 설정. 낯선 건 아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이럴 일이 있겠나, 후손에게 이런 일이 생기든 말든 내 알 바 아니고. 대체로 이런 마음으로 살고 있는 것일 테지. 누구보다 내가 이러하고. 혹시라도 그래야 하는 상황이 빠르게 닥친다면, 나는 지구랑 운명을 같이 하겠다, 누가 나를 데려가 줄 리도 없고 데려간다고 해도 가지 않으련다, 따라간다고 우아한 세상이 나를 맞이해 줄 것도 아니고, 순 개척자 같은 처지로 헤쳐 나가야만 할 텐데, 생각만 해도 고단하고 싫다, 뭐 이런 생각을 해 보는 중이라.



 



소설가는 나처럼 지극히 나태한 독자와는 다른 입장인 것이다. 현실이든 상상이든, 어두워도 힘들어도 막막해도, 끝내 지구를 떠나야만 한다 해도, 지구 밖 우주 공간에 인류에게 괜찮은 서식처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고 해도, 살아갈 방도를 구해야 하는 모양이다. 이게 소설가의 숙명이고 사명인 게지. 현실의 고달픔을 이겨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는 일, 글 속 세상에 그친다고 해도. 아니다, 이번 작품집의 글 가운데 한 편에서 보니 소설 속 인물이 현실로 나오기도 하던데, 진정 놀랍고 두려운 느낌이었다. 어떤 환상은 맑고 밝기만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글의 소재와 상상력과 전개 방식은 참 멋지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한 편씩 읽기를 끝낼 때마다 무너지는 세상으로 인한 두려움으로 나는 떨었다. 읽어서 좋은 느낌보다 안 읽고 모른 채로 살아가는 평온함의 무게가 더 그리웠기 때문이다. 비겁하고 옹졸하고 소심한 내 본성을 때리는 주제 의식이 벅차기만 했다.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스스럼없이 끌어안지 못하는 내 거리감의 근원이다.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읽을 수 있을까?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책읽는베토벤님의 최신글

  1. 작성일
    4시간 전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4시간 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5.6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6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5.5.5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5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05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8
    좋아요
    댓글
    64
    작성일
    2025.5.8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7
    좋아요
    댓글
    122
    작성일
    2025.5.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