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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parke
- 작성일
- 2023.5.2
초기업
- 글쓴이
- 마이클 프렌티스 저
안타레스
‘한국기업의 조직문화는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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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도성장기를 넘어선 80년대 이후 주요 기업들의 기업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해왔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고 오히려 부담스러운 주 5일제가 생겼고, 일부 기업들은 회식을 강요하는 문화가 사라졌고, 유연근무제가 생겼고, 면담을 통해 소속조직을 변경할 수 있습니다. 노조가 없던 회사에 사무노조가 생기기도 했고, 성희롱이나 부정부패가 일어나면 블라인드를 비롯한 커뮤니티 같은 대나무숲에 알려지는게 일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문화는 더욱 합리적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조직도 변해야 하니까요. 한편으로는 시대가 변하더라도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조직문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프렌티스의 <초기업>은 바로 이 가운데서 한국기업의 기업문화를 바라본 저서입니다.
본서의 저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중간인 대한민국의 한 그룹사를 ‘상도’라는 그룹으로 명명하고 상도에서 경험한 조직문화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기업인수합병 전문가도, 영업마케팅이나 연구개발 직무경험자가 아닌 ‘인류학자’로서 조직구성원의 행태와 사고방식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면서 이 상도라는 그룹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조직문화, 예를 들면 보고체계, 의사결정, 주주대응, 지주회사체계, 회식, 입사환영회등등 누구나 입사를 하고나서 한번쯤을 경험해볼만한 내용들을 문화적인 관점에서 다룹니다. 얼핏보면 <국화와 칼>의 루스 베네딕트와 같은 관점을 갖고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저자는 대한민국 조직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실제 장기간 컨설팅 명목으로 설문 및 조직문화 간접체험을 진행했는데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에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죠.
다수의 한국기업은 여전히 불합리한 관행과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여전히 ‘회식이 업무의 일환’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하고, 승진에서 유리천장에 있는 부분이 있고, 상명하복의 문화가 존재하며, 지주회사의 지분쪼개기를 통해 거미줄 같은 지배구조로 편법탈취를 하는 경우도 있고, 소액주주를 무시하면서 가식적인 주주총회를 하는 등 여전히 다수의 기업은 ‘오너의 놀이터’같은 행태에 빠져있거나 입사당시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연차가 올라가면 예전의 동일한 혜택을 누리고 싶어하는 문화가 잘 바뀌지 않습니다. <초기업>은 이 같은 위계질서에 속한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문화를 비판하고, 역으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한 행위를 모색하지 않는 점을 꼬집습니다.
그럼에도 본서는 서두에 저자가 솔직하게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본서에 나온 대한민국의 기업문화에 대한 내용들은 이미 알고 있고, 검색을 통해서, 혹은 익명 커뮤니티에 나온 이야기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어렵게 풀어 쓴 내용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조직문화의 해결책은 없이 ‘향후 변화할거라는’ 희망가로 끝내고 있을 뿐입니다. 만일 저자가 서두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솔직한 얘기가 없었다면 본서는 추천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본서는 조직문화의 변화를 모색할 다음세대의 직장인들과 연구자들에게 수십년간 누적된 기업문화에 대한 행태와 특성을 몰입감있게 서술한다는 장점, 그리고 조직문화의 이중성과 동시에 이를 수동적으로 따라하는 직장인들의 이중성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있을겁니다.
‘차분한 대한민국 기업문화 관찰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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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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