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서재 2023

책읽는호르데아리
- 작성일
- 2023.5.8
플라톤 국가
- 글쓴이
- 플라톤 저
현대지성
<플라톤 국가>에는 등장인물이 있지만 정작 저자 본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플라톤의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다른 인물들과 나눈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기원전 420년경 소크라테스가 케팔로스라는 인물의 집에서 그의 아들 폴레마르코스, 당시의 유명한 소피스트인 트라시마코스, 플라톤의 형인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와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1권부터 10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권'이란 파피루스 한 두루마리에 필사할 수 있는 양으로 정한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 번역자의 해제가 있다. 해제 부분을 먼저 읽고 책을 완독 후 다시 해제를 읽는것도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나는 책을 완독한 후 해제를 읽었다. 해제에서는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어떤 인물인지, 당시의 아테네의 시대상황에 대한 설명이 있다. 플라톤의 여러 저서와 철학사상을 소개하고, 그 중 플라톤 철학의 중심인 이데아론과 이 책의 핵심 주제에 대한 해설이 있어 책의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주제로 폴레마르코스와 대화를 시작한다. 국가 차원의 정의를 찾아보자며 이상적이고 가상의 '국가'는 어떠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과 답이 펼쳐진다. 국가의 구성원으로 서민인 보통 사람들과 국가의 수호자와 통치자에 대한 논의를 거쳐서 국가 차원의 정의 문제를 다루고 개인에게 있어 무엇이 정의인지 이야기한다.
소크라테스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가 국가의 통치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도정이 가장 바람직한 정치체제이고 다른 네 가지 유형의 정의롭지 못한 정치체제가 발생하고 변질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또한 그러한 정치체제에 상응하는 인간에 대해서도 말한다. 여러 가지 주장과 논의를 거쳐서 마지막으로 혼이 불멸하고 여러 유형의 인간이 사후에 저승에서 어떤 보상과 선택을 해서 윤회를 하게 되는지에 대한 견해를 펼친다.
나는 철학이나 역사 분야의 책을 자주 읽는 편은 아니다. 게다가 철학은 왠지 어렵고 언어유희에 가까운 분야라는 선입견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독서를 할수록 여러 책에서 소크라테스가 자주 언급되었다. 경제관련 서적에서 맬서스의 인구론이 자주 등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들어서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모르면 서구인의 저서를 읽을 때마다 중요한 뭔가를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라톤의 책은 성서와 더불어 서양의 중요한 고전이기에 위대한 사상가들은 그리스어 원전으로 이 책을 읽었다고 한다. 역자가 원전 그대로 번역하고 영문판을 참고했다는 것은 독자로서 매우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리스 신화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 등에서 인용한 문구에는 역자의 자세한 각주가 실려 있어 이해를 돕는다. 평소에 철학관련 책은 잘 읽지 않아서 정의와 지혜, 이데아에 대한 논증은 조금 버거운 부분도 있었다. 또한 대화체에 익숙하지 않아 초반부에는 적응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다.
중요한 고전임이 분명한데도 내가 그동안 읽기를 미루어 왔던 이유를 생각해 보니 신에게 제물을 바친다든지 신탁을 받는다는 등의 이야기가 비이성으로 비췄고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당시의 신탁에 의하면 소크라테스가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이지만 화이트헤드가 '서양의 2000년 철학은 모두 플라톤의 각주에 불과하다'고 할 정도라면 그 신탁은 정확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국가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전부 다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힘들었다. 그시대의 그리스 사람들이 윤회를 믿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재산과 토지를 공동 소유한다는 점은 공산주의와 연관되어 익숙하지만 여자와 아이를 공유한다는 부분은 일부일처제가 대세인 현대에는 너무 파격적인 개념인 것 같다. 아이들을 돌보는 관청에서 모든 아이들을 공동양육한다는 주장은 2500년이 지났지만 이상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같다. 동등한 조건에서 양육된다면 삼포세대나 양육이 힘들어서 한 자녀만 가진다는 가정이 줄어들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힘들겠지만 인구감소로 위기를 맞은 지금 플라톤의 사상에서 지혜를 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252p. 수호자들이 주택이나 토지 혹은 다른 재산을 사적으로 소유해서는 안 되고 진정한 수호자로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국가 수호에 대한 보수로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했네....사람들 사이에서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각자 재산이나 자녀나 친족을 소유하기 때문인데 사유하지 않는다면 분쟁도 사라지겠지?
통치자가 될 자질이 있는 자를 교육하고 선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열 살 이상의 사람 중 쉽게 배우고 기억력이 좋고 재치있고 영리하며 몸과 정신이 건전한 사람을 선발한다. 20세가 되기 전 2~3년간은 체육, 20~30세는 수학, 천문학, 기하학, 시가 등을 교육한다. 이들은 이후 5년간 변증학을 교육받고 관료로서 국가의 관직을 맡거나 수호자로 군인이 되어 15년간 국가에 봉사한다. 이 모든 것을 통과해서 자질을 갖춘 뒤 50세가 되면 철학을 하며 남은 생애를 보낸다. 이들 자격을 갖춘 자 중에서 통치하기를 원하는 자가 아니라 통치하기를 원하지 않는 자는 순번이 되면 국가의 일을 하고 통치자를 맡는다. 통치하고 싶은 생각이 가장 없는 사람이 통치하는 국가가 가장 잘 통치되고 단합하기 때문이며 통치자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면 여자도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 시대는 민주주의 정치체제이므로 민주주의의 기원이 되는 고대 그리스 사상에서 주장하는 국가와 통치체제에 대해서 정치인들은 공부하고 고민하기를 바란다. 공무원 중에서 장차관, 고위공직자나 지자체의 장으로 선출된 사람들도 기초 교양서로 읽고 국가에 어떻게 봉사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지기를 희망한다. 소크라테스가 저서를 남기지 않았고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저술로 남겼지만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이라는 형식을 빌어서 플라톤이 자신의 사상을 더해서 완성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플라톤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정치적인 이유로 사형을 당했고 그런 비통한 현실이기에 이상적인 국가와 이상적인 인간과 이상적인 정치체제가 그리스에 구현되기를 애타게 바라는 마음에서 국가를 집필했으리라. 국가와 개인의 행복에 대한 플라톤의 논점 중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269p. 지혜를 사랑하는 자가 국가의 왕이 되거나 지금 왕이나 최고 권력자라 불리는 자가 진정으로 지혜를 사랑하는 자가 되고 정치 권력과 지혜 사랑이 하나로 결합되기 전에는, 국가들 아니 인류 가운데서 악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네... 이 방법 말고는 개인이나 국가가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사람들이 깨닫기 어려울 테니 말이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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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